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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미래 - 두 번째 금융위기의 충격과 대응
김영익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지은이는 증권계에서 잔뼈가 통뼈로 굵어진 사람이다. 'Buy Korea' 열풍과 IMF의 한파, 그리고 금융위기 등등 역사의 현장을 온 몸으로 뚫고 나온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러한 그가 업계를 떠나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업계 밖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 내에서 소신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에 업계를 떠나서야 소신발언을 했구나라는 아쉬움을 표현하기 보다는, 조금 늦긴 했지만 그대로 한번쯤 들어봄직한 이야기를 내주어서 고맙구나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접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내 바람이다.
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담겨있긴 하지만 소회 부분들이 많고 동어반복적인 내용도 상당히 많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러한 단점들 보다 장점에 주목해서 책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독력 아니겠는가라는 하나마다한 소리를 덧붙임으로서 밑줄치기 사유를 갈음하고자 한다.
p59. 미국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실질 GDP가 잠재 GDP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2분기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실질 GDP가 잠재 수준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잠재와 실질 GDP 차이를 나타내는 `아웃풋 갭`이 2009년 3분기 -6.4%에서 2013년 4분기 -3.2%로 축소 되었으나, 아직도 미국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드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경제가 잠재 수준 이하로 성장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총수요가 총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양적완화라는 비정상적 통화정채까지 동원하면서 연준이 돈을 풀었는데도 물가가 안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질 GDP가 잠재 수준에 접근할 때까지 물가는 계속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다. 미 연준은 소비가물가 상승률 2%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2014년에도 그 이상 오를 가능성이 매우 낮다.
p68.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디스인프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경우이고, 디플레이션은 물가 수준 자체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가?
첫째, 실질 금리가 상승하고 투자는 감소한다. 둘째, 가계는 현금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선호한다. 일본 국민이 금리가 영(0)%에 가까운데도 돈을 은행에 맡기거나 국채를 산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 금리는 1% 이상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계의 현금 수요 증가는 상품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물가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 가계는 물건 사는 것을 뒤로 미루고 그래서 디플레이션이 더 심화된다. 넷째, 디플레이션은 경제 주체(가계, 기업, 정부)에 관계없이 채무자의 실질 부채를 증가시켜 심한 경우에는 이들을 파산시키고, 나아가서는 은행까지 부실하게 마든다. 다섯재, 임금이 물가보다 더 느리게 하락하기 때문에 실질 임금이 상승하고 기업은 고용을 줄인다. 그러면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더 줄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p92. 디플레이션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실질과 명목 국내총샌산을 보면 된다. 실질 GDP는 물가 수준이 일정 기간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생산량 변화만 측정한다. 그러나 명목 GDP는 물가와 생산량 변화까지 고려한다. 경제가 정상적이라면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명목 GDP가 실질 GDP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 한국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국가 경제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그 반대로 실질 GDP가 명목 GDP보다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본 중앙은행이 1994년부터 GDP를 수정해서 발표하는데, 이때를 기준으로 보면 2013년 4분기 현재 실질 GDP는 18.2% 증가했으나 명목 GDP는 2.7% 감소했다. 그만큼 물가가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일본 경제의 총체적인 물가를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17.8% 하락했다.
GDP 디플레이터 -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으로 그 나라 국민 경제의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 즉,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하는 종합적 물가 지수로 사용된다.
p148. (미국) 실질 GDP가 잠재 수준 이하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수요는 크게 내수(소비, 투자, 정부 지출)와 수출로 구성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실해진 가계가 소비를 줄이자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이에 따라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서 대응했다. 정부 지출 확대로 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문제는 이제 정부가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연방정부 부채가 2013년 4분기 현재 17조 3520억 달러로 부채 한도를 넘어섰고 명목 GDP 대비로도 102%에 이르렀다. 앞으로 정부가 지출을 늘려 총수요를 부양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민간 부문에서 소비와 투자가 크게 늘어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할 정도는 아니다. 2009년 2분기에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의 2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3년 4분기에는 194%로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가계와 기업이 디레버리징 과정에 있기 때문에 민간 부문의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p180. 경상수지가 흑자(적자)일 때 금리가 낮은(높은) 이유는 저축률과 투자율 차이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인 만큼 지출한다면, 즉 균형 예산을 맞춘다면 국내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설 때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룬다. 반대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낮다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보게 된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한국으로 그만큼 달러가 들어오는 것이다. 달러가 유입되면 한국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이는 수입 물가를 낮춰 국민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 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시장 금리도 하락한다. 또한 자금의 수급 측면에서도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서면 자금의 초과 공급으로 금리가 떨어진다. 저축은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자금의 공급이고 투자는 자금의 수요이다.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p180. 한국은 1997년 IMF 관리 체제에서 경제위기를 겪었다. 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의 과잉 투자에 따른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기업들이 합리적인 투자를 하면서 1998년 이후에는 낮아진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투자율이 이하로 떨어졌다. 구조적으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지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시장 금리도 적정 금리 수준보다 낮게 형성되었다.
2013년에도 회사채 수익률이 연평균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실질 경제 성장률은 2.8%에 지나지 않았고, 특히 소비자 물가가 1.3% 상승하는데 그쳐 채권시장이 저성장과 저물가 시대를 예고해주고 있다.
p181. 채권시장에 거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시장 금리는 거시경제적 정책 방향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가?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물가 안정이고, 2013~2015년 중 물가 안정 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5~3.5%로 설정하고 있다. 2014년 5월 현재 회사채 수익률이 3.3%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지난 24년 동안 적정 금리 수준보다 0.95%포인트 낮다는 것을 고려하면 시장이 기대하는 적정 금리 수준은 4.3% 정도이다.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 목표가 적절하다면 시장에서 보는 실질 경제 성장률은 0.8~1.8%이다. 한국 은행의 물가 목표가 지나치게 높거나 우리가 지금까지 기대해왔던 경제 성장률보다는 앞으로 성장률이 후러씬 더 낮아질 것을 시사한다.
2012년 말 국회예산정책처는 과거 5년(2008~2012년) 동안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연평균 3.9%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9% 성장에 그쳤으니, 1%포인트 정도 능력 이하로 성장한 셈이다. 2013~2015년 한국의 잠재 성장률도 연평균 3.5%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본*노동*총요소 생산성을 고려한 생산 함수 측면에서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p182. 그러나 수요가 장기적으로 위축되면 생산요소들이 고용도 그만큼 축소되고 이는 잠재 성장 능력을 낮춘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민간 부문의 디레버징과 함께 전 세게적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낮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헤 정부 5년 동안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2.8%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시장과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는 인식의 차가 크다. 3%대인 회사채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이 1% 정도일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더 극단적으로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홀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목표치를 낮게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물각 목표치를 넘어섰을 때, 한국은행이 비난받은 것처럼 물가가 목표치 아래 있을 때도 질책을 받아야 한다.
p182. 물가 목표를 낮추면 당연히 목표하는 금리 수준도 낮아져야 한다. 적정 금리를 추정하는 하나의 방식인 테일러 준칙에 따라 적정 기준 금리를 시산해보면 현재의 경제 환경하에서 기준 금리 수준은 1.3~2.5% 정도이다. 한국 경제가 잠재 성장 능력보다 낮게 성장하고 물가도 목표치 이하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저물가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정책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가고, 금리도 그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p208. 한편 한 국가에서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을 때, 균형 재정을 가정하면 경상수지가 흑자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그만큼 달러가 들어오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해외에서 물건을 더 싸게 수입할 수 있다. 물가가 하락하면 시장 금리도 떨어진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서면서 직접적으로는 자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졌고, 간접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환율과 물가 안정으로 구조적으로 저금리 경제가 정착된 것이다.
여기다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 금리를 한 단계 더 낮췄다. 선진국 가계를 포함한 민간 부문의 부실이 경제위기로 이어졌고, 선진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와 더불어 과감하게 돈을 풀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의 수요 위축으로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른 선진국의 금리 하락은 우리 금리를 더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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