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를 위한 투자전략 - 하상주와 가치투자 따라잡기
하상주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5월
절판


일단 부채에 의존한 자산 가격의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폭발함으로써 경기후퇴가 오면 아무리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어도 이것으로는 경제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시기에는 정부가 재정적자로 민간의 축소된 수욜르 메워주어야 경제가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채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부채 과잉에 의한 자산의 거품과 폭발이 일어나면 자산의 가격은 폭락하지만 부채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비록 금리 수준이 제로 근처로 떨어지더라도 민간은 차입을 통해서 부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통해서 부채를 줄이려는 상황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는 이런 유동성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민간이 더 이상 차입을 통해서 수요를 늘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능한 저축을 통해서 부채를 상환하고자 하므로 이런 자본의 흐름이 소극의 흐름에서 빠져나와 잠겨버린다. 이런 수요의 하락을 메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정부가 재정적자를 통해서 정부 수요를 만들어내서 민간의 수요 축소를 메워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경제 성장액이 줄어들어서 다시 부채의 비중을 늘리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2013년의 재정 긴축이나 일부 유럽 국가에서 진행 중인 긴축은 당면한 문제를 푸는 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처드 쿠(노무라증권 일본 경제 분석가)는 이런 상황을 `대차대조표의 불황`이라고 부르고 있다. 즉 민간이 지나친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저축을 늘려서 재정의 균현을 맞추어 가는 과정에 빠져 있으므로, 이 기간을 메워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178쪽

일본에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통화량이 늘어나지 못한 까닭을 살펴보기로 하자.

일본은 1996년에서 2005년의 약 10년 사이에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간 기업은 금융기관에서 차입금을 늘리거나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링는 대신, 반대로 차입금을 줄이고 증권시장에서도 차입금을 상환했다. 즉 부채 축소의 과정에 들어간 것이다. 부채로 인한 자산 거품이 생겼다가 거품이 꺼지면 민간은 지나친 부채의 부담에 빠진다.

그래서 비록 금리가 제로 수준이어도 차입금을 늘려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차입금을 줄여서 위험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런 유동성 위기 때문에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184쪽

한 나라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정통적인 경제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즉 아무리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어도 금융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의 주 관심이 부채를 늘려서 그것으로 이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어서 빨리 부채를 줄여서 위험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시기에는 금융정책이 먹히지 않으므로 금융당국은 재정당국과 협조하여 정부의 재정적자를 늘리고 정부 부채를 매입하여 재정적자를 지원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야 축소된 민간의 수요를 정부 수요로 메울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이때 정부가 긴축을 하면 당연히 경제 성장 속도는 떨어지고 축소 단계로 들어가서 부채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마치 지금의 유럽 주변 국가처럼 부채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비록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도 이것이 통화량을 늘려서 물가를 올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은 충분하게 유동성을 공급하여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낙ㄴ의 부채 조정이 충분히 마무리되고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서서히 금리를 올려서 지나친 유동성을 흡수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191쪽

그러나 이런 정책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즉 경기가 살아날 때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을 중앙은행이 충분하게 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아직 일본도 시험해 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그리고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에서 엄청나게 늘어난 정부 부채를 어떻게 갚아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정 적자 한 단위가 경제 성장 한 단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적자 규모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금리가 올라가거나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로 통화에 대한 위기가 오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서 이를 막을 길은 거의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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