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그날 이명박 후보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형적인 '재벌회사 사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KBS 사장을 맡고 나서 광고주인 대기업 또는 재벌회사의 부회장, 사장들과 술자리를 같이한 적이 더러 있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 중 일부의 행태는 대략 비슷했다.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고 자기주장을 많이 하며, 거침이 없고, 심한 경우 안하무인이었다.
이춘호 기자의 표헌을 빌리면 그들은 정말 '화끈했다'. 그들로서는 재벌 오너인 회장에게만 충성을 다하면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죄다 자신에게 절절매는 졸병이었다. 그러니 거침이 없었다.
명령만 내리고 호통만 치는 것이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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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터리 서명운동의 결과는 생각만큼 압도적이지 못했다. 특히 피디와 기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피디 직군은 10퍼센트도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고, 기자는 40퍼센트에 그쳤다.
이에 반해 KBS 교향악단, 국악관현악단은 90퍼센트 이상이 서명에 참여했다(나는 재임 중 KBS 교향악단의 독립재단을 추진했다. 교향악단 단원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드세게 저항했다).
총무팀, 시설관리팀 등 행정지원 직군도 80퍼센트 이상 참여했다. 기술 직군의 참여율도 높게 나왔다.
지역별로도 크게 차이가 났다. 노조 집행부의 '정연주 퇴진 올인'에 반대했던 부산,경남,충북지부는 서명 참여를 거부했고, 대구,제주,진주,김제,원주 등은 거의 100퍼센트가 서명에 참여했다. -69쪽
쉽게 이야기하면, 신태섭 KBS 이사가 동의대 교수직에서 해임되었기 때문에 KBS 이사 자격이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의대에서 해임을 당한 이유는 KBS 이사를 했기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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