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너무 낯익고 친숙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긍정적이라고 여겼던 특성들이 짜증과 분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웃기고 재미있다"고 소개되던 남자들이 "사람들이 있는 데서 뻔뻔하고 난처하게 구는" 존재로 전락한다.
매력적이기만 했던 "즉흥성"이 전혀 마음에 안 드는 "무책임"으로, "출세와 몰입"이 "일중독"으로, "굳센 의지"가 "고집불통"으로 돌변한다. 여자들에게는 확실히 어느 정도의 "신비감"이 성적 행동에 나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이건 남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신비감은 성적 끌림을 부추긴다. 그러나 너무 친근하면 신비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한 여성이 자신의 성생활 회고록에서 말했듯이, "열의가 없는 것보다 가까워서 섹스가 더 빨리 끝나 버릴 수도 있다." -30쪽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주요 조지 적합 유전자 복합체에 있다. 주요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는 6번 염색체에서 볼 수 있는데 사람마다 이 HMC 유전자의 판본, 곧 대립 형질이 다르다. 유전학자들이 흔히 하는 얘기로, HMC 유전자는 "다형적"이다.
여자들은 HMC 유전자가 자기들과 다른 남자들과 짝짓기를 하면 두 가지 면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HMC 유전자가 다른 배우자는 일반적으로 더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공산이 크다. HMC 유전자가 다른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 근친 교배를 예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과 번식을 하면 선천적 결손중이나 낮은 지능, 기타 문제들을 유발해 자식들에게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HMC 유전자가 상호 보완적인 사람과 짝짓기를 하면 태어나는 자식의 면역 기능이 더 우수하다는 점이 두번째 이득이다. 자식들은 질병을 야기하는 다수의 기생충을 더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게 된다. -32쪽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후각이 여자들의 성애에 심오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뉴멕시코 대학교의 진화 심리학자 크리스틴 가버-앱가르와 동료들은 낭만적 연애를 통해 맺어진 부부 48쌍의 HMC 유사성을 조사했다. 그들은 부부의 HMC 유사성 정도가 증가함에 따라 여성이 배우자에게 보이는 성적 반응 정도가 감소함을 발견했다.
배우자와 HMC 유전자가 비슷한 여성들은 상대방과의 섹스 횟수를 줄이기를 희망했다. 그녀들은 HMC 유전자가 상호 보완적인 여성들과 비교할 때 배우자를 성적으로 만족시켜 주려는 동기도 더 적었다.
배우자와 HMC 유전자가 비슷한 여자들이, 특히 배란 주기에는 임신이 가장 잘되는 시기에 성적으로 다른 남자들을 꿈꾸는 횟수가 더 많다는 사실이 그녀들의 배우자드에게는 정말이지 불길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른 남자를 꿈꾸는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가 머릿속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그녀들은 더 빈번하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다. 실제로 성적 부정의 비율이 더 높았던 것이다. HMC 대립 형질의 50퍼센트를 공유한 부부들 가운데서 여자가 부정을 저지를 확률은 50퍼센트였다.
-33쪽
얼굴에서 볼 수 있는 남성적인 특징은 청소년기에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때 얼굴뼈가 성인의 모양새를 갖춘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사춘기는 남녀가 짝짓기 경쟁의 무대에 진입하는 시기이다. 그들은 배우자 선택과 배우자 호리기에 시간과 정력을 바치면서 활동을 개시한다. 남자들의 경우, 우리가 본 것처럼, 근육양이 다른 남자들과의 경쟁 및 여자들을 성적으로 매혹하는 데서 승리하고,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의 근육양과 얼굴에서 볼 수 있는 남성적인 특징들을 촉진하는 마법의 호르몬이다.
그런데 왜 모든 남자가 남성적인 얼굴과 근육질의 몸을 갖지는 못하는 것일까? 그게 테스토스테론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다.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훼손되고, 남자들은 질병과 기생충에 효과적으로 맞서 싸울 수 없게 된다. -41쪽
사춘기 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면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난다.
소년들의 경우 성대의 길이가 급격히 증가해서 소녀드의 성대와 비교해 무려 60퍼센트나 더 길어진다. 성대와 성도가 더 길어지면 성구가 더 깊이 울린다. 테스토스테론이 사춘기 소년들의 변화를 촉진하므로 성인 남성의 목소리가 저음이면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었을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45쪽
연구진은 조건을 세 가지로 달리 해서 촬영한 남자들 사진을 여자들에게 보여주었다. 홀로 서 있는 사진, 다른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진,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진, 우리는 남자들에게도 혼자 서 있는 여자, 다른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여자,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여자 사진을 보여 주었다.
사진들을 살펴본 여성들은 동일한 사람인데도 혼자 있거나 다른 남자들과 있을 때보다 여자드에 에워싸여 있을 때 그 남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진 속 남자들 에워싼 여자들이 매력적일수록 여자들은 그 남자가 더 섹시하다고도 생각했다. 남자의 성적 매력을 평가할 때 이런 선호-상승 효과가 매우 현저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남자들은 정반대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선호-감소 효과가 발생했다. 그들은 다른 남자을에게 에워싸인 여자들이 덜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56쪽
우리는 가끔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끌린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적 배우자를 선택하는 상황에 처하면 예외보다 규칙을 더 따른다.
"비슷한 사람"한테 더 끌린다는 게 그 규칙의 내용이다. 여러 건의 연구가 남편과 아내의 태도가 상당히 유사함을 보여 주었다. 신체건강, 가족배경, 나이, 민족, 종교, 교육 수준만 비슷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정절, 전쟁, 정치에서도 견해가 비슷했다. 데이트를 하는 남녀와 기혼 부부는 육체의 매력 정도가 비슷하다. 심지어 젊은 기혼자 쌍은 몸무게까지 일치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이를 "유유상종 가설"이라고 부른다.
주목할 만한 예외가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아름다운 여자와 덜 매력적인 남자가 쌍을 이룬 경우이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판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남자가 부저거나 똑똑하거나 출세한 사람이라고 추론한다. 진화의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시니리오를 제시하는 셈이다.
-58쪽
왜 유유상종할까? 육체의 미력도라는 견지에서 볼 때, 자신과 비슷한 짝을 추구하는 한 가지 동기는 거절당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배우자 가치"가 전반적으로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 자신보다 훨씬 더 매력 있는 사람을 추구했다가는 차이기 십상이다. 이것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이다. 더 매력적인 배우자를 사로잡으로면 비용이 녹록치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테면, 그 또는 그녀는 주야장천 배우자를 가로채려는 이들을 감시 경계해야 한다.
사고방식과 신념이 비슷한 누군가를 찾아내는 과업이 멋진 까닭은 그 일이 사실상 우리가 믿고 있는 바를 확인하고 승인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와 견해가 같은 배우자가 우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58 쪽
1990년대 후반에 이탈리아 피사 대학교의 정신 의학자 도나텔라 마라치티 연구진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강박 신경증을 앓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발표했다. 두 집단 모두에서 뇌 화학 물질 세로토닌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세로토닌이 감속하면 강박 신경증 가튼 불안 장애 및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실제로 프로작 같은 항 우울제는 주되게 인체의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남녀 세 집단을 선발했다. 한 집단은 지난 6개월 이냉에 사랑에 빠졌지만 아직 섹스는 하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그들은 각자의 새로운 연인을 하루에 최소 네 시간 이상씩 떠 올리며 끙끙 앓았다. 두번째 집단은 강박 신경증을 진단받았지만 약물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했다. 마지막 세번째인 '정상' 집단은 강박 신경증을 앓지도 않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었다.
-99쪽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 전부한테서 혈액 시료를 채취해, 세로토닌 수치를 검사했다. 사랑의 포로가 되지도 않았고, 강박 신경증 진단을 받지도 않은 사람들은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이었다. 당연했다. 강박 신경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이 대조군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현저하게 낮았다. 그러나 훨씬 더 충격적인 사실이 연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의 포로가 된 사람들의 집단도 강박 신경증을 앓는 집단과 비슷했지만, 대조군에 비해 세로토닌 수치가 무려 40퍼센트 가량 더 낮았던 것이다. -100쪽
인간들을 보자. 배란은 적어도 대개는 은폐되거나 아리송하다. 여자들의 몸에 미세한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남자들이 배란시기를 감지해 낸다는 과학적 증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남성 조상이 번식에 성공하려면 여자 곁에 쭉 머무르면서 월경 주기 내내 섹스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배란을 알려 주는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단 한번 하는 섹스로 수정이 될 확률은 3~4퍼센트에 불과하다. 오후 한때 잠시 들러서 섹스를 하는 것만으로는 번식 성공이라는 배당금을 거의 기대할 수 없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어쩌면 배란 은폐가 인간들이 맺는 성적인 관계에서 암수 한쌍의 결합과 헌신을 증대하기 위해 진화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다. 이와 함께 단 한명의 배우자와 그녀의 자식들에게 자원이 분배될 가능성도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 방식으로 인류에게서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진화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사랑이 "장기적 헌신을 담보해주는 일종의 보험증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126쪽
불륜 상대가 영원히 곁에 머무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의 섹스는 과도기를 무난히 견대 낼 수 있도록 마음을 격려해준다.
불륜 상대가 인생의 최고 연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이 실토한 정사의 동기를 통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사를 벌인 여성의 79퍼센트가 불륜 상대에게 정서적으로 열중하거나 사랑에 빠졌다. 이 결과가 뻔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는 약 3분의 1만이 감정의 격랑을 경험했다고 보고한 점과 뚜렷히 대비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남성이 주된 배우자 관계 외부에서 섹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양한 성 활동을 추구하기 때문이었다.
정사를 벌이는 여성의 대다수가 결혼 생황을 못비 불행해 한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이 사실 역시 뻔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또 다르다. 정사를 벌이는 남성과 배우자에게 충실한 남성으 결혼 생활을 행복해 하는 정도가 똑같다! 정사를 벌이는 여성 가운데 결혼 생활이 행복하거나 매우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6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불륜을 저지르는 남성은 무려 56퍼센트가 결혼생활이 행복하거나 매우 행복하다고 답변했다. -17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