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절판


정민 교수는 ...... 불필요한 것듦나 줄여도 글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제자에게 글쓰기 조언을 할 때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30퍼센트 정도만 줄여보라"고 늘 말한다. 글쓰기는 전달력이 중요한데, 이 전달력은 문장을 줄일수록 늘어난다는 점이 그의 글쓰기 지론이자 글 잘 쓴다는 말을 듣는 비결이다. -22쪽

"'~이다' 체는 잽이에요. 툭툭 던지는 잽. '~있다' 체는 어퍼컷이나 훅이 되죠. '~것이다'체는 스트레이트에요." 그래서 정 교수는 "잽이 되는 '~이다'체가 기본"이라고 말한다. 반면 '것이다'는 결정타가 된다고 본다. 때문에 이 '것이다'를 자주 쓰면 짜증나는 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있다'체는 글이 늘어져 긴장감이 없어지는 약점이 있다.

결국 '~이다'체를 기본으로 하고, 가끔 힘을 줄 때 '~있다'체와 '~것이다'체를 적절히 써야 한다는 것이 정교수가 권하는 요령이다.

정교수는 글쓰기에 대해 보다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종교철학자 김흥호 선생의 책 [생각없는 생각]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힘이 넘치는 문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23쪽

"만만한 거죠. 저는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제 눈높이가 바로 젊은 독자들 눈높이예요. 전성기를 향해 진행형이라는 게 젊은이들과 같은 거죠.

나이 들면 사람들은 세상 다 산 것처럼 '돌아보니 이렇더라'고 쓰기 십상인데 저는 반 발짝 앞에서 제가 목격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거예요. 멀리 떨어져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똑같이 누군가를 욕하기도 하고, 깨져도 앞으로 조금씩 나가려고 무진 애를 쓰는 언니, 누나로 보는 거지요."

- 한비야 <2008년 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59쪽

그(구본형)가 저술가로서 자신을 벼리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역시 '독서'다. 책을 쓰기 위해선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독서의 과정은 읽은 책을 자기 것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구씨의 책 읽기 원칙을 보자.

우선 '저자 파악하기'다.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을 읽기 전에 꼭 지은이에 대해 한두 시간 검색해본다. 지은이가 어떤 경력을 지닌 사람이며, 어떤 생각을 해온 사람인지 먼지 파악한다. 이런 과정이 오독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저자라면'하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 것이다. '내가 저자라면 이 사례를 썼을까? 이런 소제목을 달았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본인이 글재이여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독서법이어서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해봐야 처음에 몰랐던 고민들이 보여요. 깊이 읽기 방법이죠."
-85쪽

이처럼 철저한 주씨의 자료 정리는 출판계에도 정평이 나 있다. 주씨의 책을 다뤄본 편집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주씨의 강점은 세 가지다. 어떤 것을 책으로 써야 할지 아는 기획력, 답사와 취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방대한 자료다. 이 자료 부분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진이다. 주씨는 이게 가능하다. 그리고 사진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전 사진을 단순하게 책에 집어넣는 컷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진 자체가 중요한 자료라는 점을 일찌감치 인식해서 중시해왔습니다. 민속학의 특성상 그 순간 찍어놓지 않으면 사라지거든요. 제가 찍은 뒤 사라진 것들이 허다합니다."

- 민속학자 주강현 --140쪽

임교수의 자료철학은 '눈덩이론'이다. "자료는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물론 사놓고 평생 안 볼 책도 있지요. 그런데 그걸 버리면 나머지 자료들도 같이 죽어요. 경영효율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 학문적으로는 그래요. 자료가 많아지면 생각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어요.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 거죠."

- 건축저술가 임석재 - -169쪽

서양 고전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으로는 필수적인 능력이지만 이 능력을 갖춘 한국 미술사학자는 드물었다. 그는 독일에서 르네상스 미술로 박사학위를 땄다. 독일어는 물론 고전미술의 공식 언어랄 수 있는 라틴어, 영어와 프랑스어를 번역할 수 있는 어학능력을 지녔다.

이런 실력은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노씨는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 1차 자료인 원전을 직접 읽고 글을 쓰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미술사학자다. 영어판으로 2차 습득하는 지식이 아니라 원전에 직접 접근해 읽어낸 지식과 관점으로 저술하는 미술 저술가는 그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과 도판 해석 능력이다. 이 두 가지는 다른 미술 저술가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노씨의 자산이다. 미술가와 그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술가들은 여럿이어도 노씨처럼 서양 미술 도판을 직접 보면서 그림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내는 미술 저술가는 없었다. 이는 그의 책이 지니는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 미술저술가 노성두 - -179쪽

그리고 1년 동안 그는 자신을 저술가로 '재부팅'하는 체질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 글쟁이로 모드를 바꾸면서 그가 전범으로 삼은 '글 스승'은 두명이다. 첫 번째는 고은 시인이었다. "땀 냄새가 나는 현장감이 일품"인 고은 시인의 시를 음미하며 곱씹었다. 또 다른 글쓰기 모델은 바둑 전문 기자 박치문 씨였다. "흰 돌 검은 돌 두 개만 가지고 우주처럼 써대는 수사"에 감탄해 글쓰기 방식을 들여다봤다.

- 미술저술가 노성두 -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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