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장바구니담기


태어날 때부터 전문가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든지 처음은 있는 법.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우지 않는가. 처음이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겠지. 처음이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겠지. 저런 초자가 어떻게 이런 현장에 왔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니 이 일을 시작한 지 겨우 6개월 된 나와 20년 차 베테랑을 비교하지 말자.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20쪽

관계의 습관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 혹은 어떤 사람과 어떻게 처음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설정되는 관계의 틀 말이다.

평소 늦잠을 자던 버릇이 새 집으로 이사한 뒤 말끔히 고쳐진 것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좋은 틀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 그 어떠한 것이라도 처음 시작은 우리에게 좋은 관계의 습관을 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 -29쪽

현장에 있는 로즈가 아는 말 가운데 반은 이 세마디가 차지한다.

"내가 뭐 해줄 것 없어요?"
"그거 한번 해볼까요?"
"와, 참 잘했어요"

어느 때는 과장되게, 어느 때는 잔잔하게 하는 이 세마디에는 내가 요원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진심어린 배려, 도전 정신, 그리고 칭찬과 격려. 정말 멋있다.
-38쪽

이야기의 요지는 두가지.

첫째는, 우리 팀이 쿠차마을에서 너무 울더라는 거다. 처음으로 그런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으니 그 눈물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냐만, 구호 요원이 주민들 앞에서 너무 놀라거나 우는 등 감정에 휩쓸리면 오히려 현장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란다.

둘째는, 식량 배분 계획이 없는 곳을 방문할 때 우리가 식량을 가져다 줄 거라고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그것은 주민들에게 헛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 단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다 긴급구호 요원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할 현장 근무 수칙이었다. -39쪽

우선 열 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 시의 노하우.

나는 항상 복도 쪽에 앉는다. 물을 많이 마시는 관계로 화장실에 자주 가기 때문이다. 비행 중에는 말을 많이 마셔야 피로도 덜하고 시차도 덜 느낀다는데 정말 그렇다. 그러나 커피나 탄산음료는 오히려 탈수를 촉진시킨다는 사실. 화장실 오락가락하는 게 적잖이 운동까지 되니 일석이조다. 그리고 창가를 선호하는 사람은 비행 중 창 밖을 오래 내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구름 위로 날 때는 고도가 10킬로미터 이상에 있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자외선이 고스란히 눈으로 들어오게 된다.
-171쪽

그러나 눈 밖은 사람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싹이 앞으로 크고 소담스러운 꽃을 피울지, 또 어느 한철 자기 혼자 피었다가 지는지, 피고 나서 많은 씨를 맺어 널리 퍼뜨릴 수 있는지.

그때 초라한 화분 안에서 활짝 핀 꽃을 보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피어 있는 꽃을 알아보는 것은 누군들 못 하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사람의 잠재력을 보고 밀어주는 사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합산으로 사람을 보지 않고 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합산이라고 믿어주는 사람이 지도자일 거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면, 어린 싹을 때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물도 주는 사람. 그러다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시련을 이기며 혼자 크는 모습을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 -228쪽

이왕 세상에 태어나고 세상으로 나섰으니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서 온 세상의 딸이 되고 싶다. 세계를 무대로, 세상 사람들을 모두 친구로 형재자매로 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거져 주고 사람들이 가끔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 안에서 날개를 잃어버려 문이 열려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새가 된다면....생각만 해도 무섭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283쪽

나는 사람은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진심과 감동으로 움직인다고 믿는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여자인 것이 걸림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오히려 디딤돌이 된 적이 훨신 많았던 것 같다.

걸림돌로 만들 것인가, 디딤돌로 만들 것인가는 각각의 선택과 활용 방법에 달려 있는 것이다. -30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