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CEO 읽는 CEO 1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8월
구판절판


청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우리의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그대가 젊어 있는 한/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 속에는/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

그대와 나의 가슴 속에는 이심전심의 안테나가 있어/사람들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기쁨,용기,힘의 영감을 받는 한/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네.//

이어서....-28쪽

붙여서.....

영감이 끊기고/정신의 냉소의 눈[雪]에 덮이고/비탄의 얼음[氷]에 갇힐 때/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29쪽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50쪽

"회사에서 인정받고 빨리 승진하는 법, 뭐 이런 노하우는 없을까요? 대체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가능한 거죠?"

여기에 대한 코치의 대답이 절묘했다.

"질문 참 좋아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라는 부분 말이죠. 물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신 질문이긴 하지만 저는 이렇게 답해주고 싶어요. 바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고 말이에요. 그 사림이 이름은 '프로(Professional)'입니다."

이때부터 그는 '아름다운 프로가 되는 길'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프로'는 전문가를 뜻하고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을 말하죠. 즉, 프로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전문가로 인식하는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프로는 그 분야에서 일을 특추하게 잘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의식을 겸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세부터 다르죠. 이는 자아도취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진정한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인지하는 그릇이 크다는 뜻이예요."-90쪽

한 중소기업 경영자와 식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리더가 될 만한 인재를 찾을 수 있는지를 물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인재발탁이야말로 리더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노하우를 배우려고 물어봤는데, 의외로 대답이 간단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그 사람에게 적용시켜 보면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알 수 있거든요."

....프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자주 쓰고, 아마추어는 '그렇기 때문에'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정리하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재미있다.

어제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별로 안 좋아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시간이 다가와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이 내 성격에 안 맞아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 담당이 아니라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해도 별 문제가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면 손해 볼 텐데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90쪽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고두현

잊지 말라./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쉽게 닫히는 법./들어올 땐 좁지만/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넓어지고 깊어지느니/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창가에 고요히 사색하라/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그 빛이 내게로 와서/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98쪽

나는 배웠다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다름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그 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효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이어서....-110쪽

붙여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땋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에게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그래도 그들은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히자 않는다는 것을./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이어서...-111쪽

붙여서...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벌리 수도 있다는 것을./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푸게 하지 않는 것과/내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112쪽

성공이란

랠프 왈도 에머슨

날마다 많이 웃게나./지혜로운 사람에게 존경받고/해맑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들에게 인정받고/거짓된 친구들의 배반을 견뎌내는 것,/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다른 사람의 장점을 알아보는 것,/튼튼한 아이를 낳거나/한 뼘의 정원을 가꾸거나/사회 여건을 개선하거나/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가는 것,/자네가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것이 바로 성공이라네.//-121쪽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오래된 사원 뒤뜰에서/웃어요!하며 숲을 배경으로/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나이는 나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145쪽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거짓말도 배우고./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돌들에게도 말을 걸고/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죽는 법을 배워 두라./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그 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경험주의자가 되라.//-155쪽

삶은 몇 번이고 엉뚜한 방향을 헤매다가 겨우 올바른 방향을 찾는 미로와 같다.

시릴 코너-157쪽

행복한 독서 십계명

1. 잘생긴 나무를 택하라 : 능동적으로 찾아 읽어라
2. 넓은 숲을 거닐어라 : 많이 읽어라
3. 뿌리를 짚어라 : 깊게 생각하라
4. 함께 나눠라 : 수다도 힘이다
5. 멀리 보라 : 트렌드를 읽고 예측력을 길러라
6. 가로로 읽고 세로로 생각하라 : 아이디어의 교차점을 찾아라
7. 메모하고 실행하라 : 메모가 인생의 흐름을 바꾼다
8. 멘토를 만들어라 : 책 속에 삶의 지도가 있다
9. 시간을 경영하라 : 아침 독서는 하루치의 비타민이다
10. 쾌감지수를 높여라 : 맛이었어야 손이 간다-172쪽

20분

고두현

아침 출근길에/붐비는 지하철/막히는 도로에서 짜증날 때/20분만 먼저 나섰어도....../날마다 후회하지만/하루에 20분 앞당기는 일이/어디 그리 쉽던가요.//

가장 더운 여름날 저녁/시간에 쫓기는 사람들과/사람이 쫓기는 자동차들이/노랗게 달궈놓은 길 옆에 앉아/꽃 피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어스름 달빛에 찾아올/박각시나방 기다리며/봉오리 벙그는 데 17분/꽃잎 활짝 피는 데 3분//

날마다 허비한 20분이/달맞이꽃에게는 한 생이었구나.//-180쪽

시간 사용 설명서

1. 시간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2. 사소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
3. 해야 할 일들은 반드시 기한 내에 마무리 짓는다.
4. 자투리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한다.
5. 핵심적인 일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적임자에게 위임한다.
6. 맺고 끊는 것을 명확히 하고, 가능한 한 삶을 단순화한다.
7.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실천한다.
8. 불필요한 요구는 단호하되 지헤롭게 거절한다.
9.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고, 버릴 것은 그때그때 버린다.
10. 자기만의 안식처를 갖고 휴식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이민규,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189쪽

"우리가 사는 데 'F'가 두개 필요해. 하나는 'Forget(잊어버려라)'이고 다른 하나는 'Forgive(용서해라)'야. 사고 난 뒤 그 고통을 잊지 않았다면 난 지금처럼 못살았어. 잊고 비워내야 그 자리에 또 새걸 채우지. 또 이미 지나간 일에 누구 잘못 탓할 게 어디 있어."

ET 할아버지-198쪽

비그친 대나무 숲에서 여기저기 싹을 밀어 올리는 죽순을 발견했다. 대개 죽순은 땅 위로 몸을 내밀면 그날부터 최고 1미터씩 쑥쑥 자란다. 그러다 한 달이나 한 달 반 정도면 어른 대나무 키가 된다. 죽순이 하루에 자라는 키는 소나무의 30년 키와 같다고 하는데, 소나무는 줄기 끝에만 생장점이 있는 반면 대나무는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장이 끝나면 더 굵어지지 않고 몸체만 더 단단하게 다진다.

그러나 이 같은 죽순의 힘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지상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땅 속에서 오랫동안 준비 기간을 거친 뒤다. 땅 속에서 56년을 자란 뒤에야 순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이 땅속줄기가 굵을수록 순도 굵고 줄기도 튼튼하다. 또한 대나무의 땅속줄기는 여러개의 마디를 갖고 있는데, 그 마디들의 눈 중에서 죽순으로 솟아오를 수 있는 것은 10개 중에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206쪽

지금은 유명 소설가가 된 이순원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군 백일장에 나갔다가 아무 상도 못 받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입술을 쭉 빼고는 크게 낙담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운동자 가에 있는 나무 아래로 그를 불러 "너희 집에도 꽃나무가 많지?"하고 물으셨다. 그는 당시 선생님이 들려준 마을 여태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는 눈길을 끌지만, 일찍 피는 꽃들은 나중에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네가 어른 눈에 보기 좋게 일찍 피는 꽃이 아니라, 이 다음에 큰 열매를 맺기 위해 조금 천천히 피는 꽃이라고 생각해. 클수록 단단해지는 사람 말이야."-207쪽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서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212쪽

너희 사랑

신경림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자잘한 낙서에서 너희 사랑은 싹텄다/흙바람 맵찬 골목과 불기 없는/자취방을 오가며 너희 사랑은 자랐다/가난이 싫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반병의 소주와 한 마리의 노가리를 놓고/망설이고 헤어지기 여러 번이었지만/뉘우치고 다짐하기 또 여러 밤이었지만/망설임과 헤매임 속에서 너희 사랑은/굳어졌다 새삶 찾아나서는/다짐 속에서 너희 사랑은 깊어졌다/돌팔매와 최루탄에 찬 마룻바닥과/푸른옷에 비틀대기도 했으나/수주집과 생맥주집을 오가며/다시 너희 사랑은 다져졌다/그리하여 이제 너희 사랑은/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낙서처럼 눈에 익은 너희 사랑은/단비가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훈풍이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골목길 오가며 싹튼 너희 사랑은/새삶 찾아나서는 다짐 속에서/깊어지고 다져진 너희 사랑은//-216쪽

사랑하라, 그러나 간격을 두라

칼란 지브라

너희 함께 태어나 영원히 함께 하리라./죽음의 천사가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신의 계율 속에서도 너희는 늘 함께 하리라./그러나 함께 있으면서 간격을 둬라./창공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서로 사랑하되 그것으로 구속하지는 말라./너희 영혼의 해안 사이에 물결치는 바다를 놓아두라./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같은 잔을 마시지 말라./서로에게 빵을 주되 같은 빵을 먹지 말라./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화음을 내면서도 혼자이듯이/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서로의 가슴을 주되 그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오직 신의 손길만이 너희 가슴을 품을 수 있다./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사원의 기둥들은 서로 떨어져 서 있고/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223쪽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와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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