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호도 몇 년 지나면 대학에 갈 것이다. 그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 청년(부림사건의 송병곤씨)과 같은 길을 가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못 본 체하면서 어떻게든 출세하고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살라고 할것인가?
양심이니 정의니 하는 말은 쉬웠지만, 내 아들한테 고난의 삶을 권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고민해 본 끝에 내린 결론은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이들이 받을지 모르는 고통을 예방하는 길이었다. 아들한테 권하기보다는 아버지인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83쪽
이익을 나누는 협상에서는 완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한미FTA 협상 결과를 우리 국민 모두가 반기지는 않았다. 손해를 보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는다. 비준 여부를 토론하는 동안 피해 보는 국민에게 보상하는 길을 찾고 부작용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자동차 분야 협상 결과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국회의원들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비준을 늦춘 것은 미국 국민도 협상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협상을 통한 합의는 원래 그런 것이다.
한미FTA를 반대하고 비판한 시민단체와 언론인, 정치인, 지식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나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분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들이 진정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자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격렬한 반대운동이 국익을 손상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256쪽
1등만 살아남는 소선구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치가 발전하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 예가 없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는 모두 최종적으로는 정치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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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지역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정책의 차이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감정싸움은 몸싸움으로 전환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 문제였다.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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