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절판


다른 모든 사업도 그렇겠지만, 음식사업 역시 관점을 달리해서 접근하지 않으면 그저 그런 비슷한 아류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남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연구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죽이 환자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영양식인 죽을 ㅇ리반인들의 맛있는 식사처럼 만들어보면 어떨지 관점을 달리해 생각하게 된 것이 지금의 본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느 때부턴가 사회의 이슈로 '휄빙'이 떠오르며 몸에 좋은 음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건강식인 죽이 웰빙바람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간편하게 빨리 먹는 패스트푸드를 외면하고 자신의 건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관점이 변하였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어러한 경향은 사회 곳곳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예로, 대기업 조찬회에서 죽을 제공할 수 잇는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조찬이라면 국물을 곁들인 한식이나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 바게트 등의 간단한 양식이 상식적인 상차림이다. 그런데 조찬 모임에 죽을 요청한 것이다.
-54쪽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2층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할 수 있도록 원목을 사용했다. 주방과 매장 사이에는 보조주방을 만들어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또 매장에서 봤을때 복잡한 집기나 식기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사실 보조주방을 설치하면 그만큼 홀이 작아지고 테이블 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테이블 수는 매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음식점 주인들은 꺼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조주방이 설치되면 매장과 주방이 분리되어 편안하고 정돈된 느낌을 줄 수 있다.

본죽이 지향하는 것이 어차피 카페 같은 분위기라면, 보조주방은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었다. 결국 아내의 반대를 무릎쓰고 보조주방을 섪치했고, 이후 본죽의 모든 가맹점은 아무리 매장 규모가 작아도 보조주방을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게 되었다.
-67쪽

그렇다면 대기업과 대규모 자본투자가 이뤄지는 음식점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기업에서 엄두를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외식사업을 하면 되는 것이다. 내 생각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답은 죽이었다. 대량생산으로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음식, 죽이라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대기업이나 대규모 음식점은 많은 자본이 투자된 만큼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서부터 유통, 소비의 과정이 모두 일괄적으로 갖춰져 대규모 생산과 대량 소비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한다. 이것은 중소규모 음식점들에 비해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는 조건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 점에서 죽 전문점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답은 소형 전문화였다. 죽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지금도 대형 음식점이나 대기업은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예상하건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죽시장은 소형 전무화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126쪽

교육 첫째 날에는 죽에 관한 모든 노하우가 정리된 자료를 교재로 나눠준다. 거기에는 이제껏 개발한 죽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강의에서는 교재 내용과 더불어 실제 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실패의 경험을 함께 들려준다. 가맹점 사장이 겪을 수 있는 현장에서의 실패 가능성을 애초에 줄이거나 없애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다.

이론교육이 끝나면 곧장 실습에 들어간다. 이때 예비 가맹점 사장님들은 등을 떠밀리다시피 주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전에 공부한 내용을 기초로, 실제 고객들의 주문에 따라 직접 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벌써부터 고객에게 나갈 죽을 조리하냐며 두려워서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쑨 죽 맛을 자신이 믿지 못하면 가맹점을 개업하고 나서도 자신이 내놓을 음식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144쪽

이제까지 점포위지를 선정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운 나만의 원칙들이다.

첫째, 유동인구보다는 상주인구가 중요하다. 죽은 분식이나 패스트푸드처럼 지나가다 먹는 메뉴가 아니다. 사람만 많이 몰려다니는 상권보다는 주변에 사무실이 많거나 상주인구가 많은 지역이 유리하다.

둘째, 신도시 상권에서 실속 있는 알짜점포를 찾아야 한다. 아파트단지가 집중적으로 개발되거나 입주를 막 시작하는 곳에서 점포를 물색하면 의외로 적은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 단지 내에 대형 마트나 할인점이 들어서는 자리 주변이나 현재 성업 중인 유명 브래드 가맹점이 입점하는 옆 점포를 확보할 수 있다면 망성이지 말고 계약하는 것이 좋다. 단, 신축건물은 권리금이 없는 대신 월세가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161쪽

셋째, 100퍼센트 사무실 상권은 결정을 신중히 하라. 초보자들이 사무실 상권을 보면서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주변 식당 앞에 줄 서서 기다려 먹는 모습을 보고 혹해서 비싼 권리금을 주고 기존 식당을 인수해 개업하는 경우다. 그러나 순수 사무실 상권을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 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사무실 지역은 영업일수와 영업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무실 지역에 점포를 선정할 때는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수익을 계산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넷째, 대학과 대학병원을 끼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죽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원의 포장 손님과 의사, 간호사가 있는 지역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쉴 새 없이 장사가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이런 지역에 오픈한 가맹점은 대부분 아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에 적당한 점포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계약을 하는 것이 좋다.
-161쪽

다섯째, 위성도시나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반드시 중심가에 입지를 선정하라. 작은 도시일수록 가장 중심가에 있는 점포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지방 중소도시의 중심가에 있는 가맹점에서 오히려 대도시의 일반 가맹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섯째, 아파트 밀집지역에는 실속 있는 점포가 많다. 5,000세대 이상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으면서 주변에 은행, 미용실 등이 입점해 있는 지역이라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권이다. 아파트 지역의 점포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며,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오지 않고 포장이 많아 영업이 수월하다. -162쪽

처음엔 나 역시 직영점 개설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 했다. 본사의 원칙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영점 외에 더 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부딪쳐보니 직영점 개설만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직영점 개설은 시간과 자본이 많이 투자되는 것에 비해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고, 인지도 면에서도 급속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득보다 실이 많았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많은 외국계 회사들이 가맹점 개설에 열을 올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새롭게 런칭하는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면에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이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직영점의 경영악화를 가져오고 나아가서 본사에도 압박요인이 된다.

....프래차이즈 사업방식으로 일관된 힘을 키워나가고 이를 관리해나간다면 직영점이 가지는 장점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184쪽

제발 지금 시작한 일에 질리도록 당신의 삶을 걸고 매달려보길 바란다. 나에게 그 6개월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본죽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멀티플레이어가 주목받는 세상이라지만, 겉핥기식의 준비는 결국 실패를 다시 한번 안겨줄 뿐임을 잊지 말자. 꿈에 나올 만큼, 지금 준비하는 그 일이 내 삶을 한동안 지배할 만큼, 지금의 일에 매달린다면 남들과 다른 내 길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64쪽

고객이 원하면 바뀌어야 한다. 이는 내 것을 지키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되 그 안에서 유연한 태도로 대응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의 페이스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죽을 한입 가득 넣고 행복해하는 아기 손님부터 국수 국물까지 싹 비우고 가시는 어른 손님까지 내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멋진 사람이 아닐까.

지금 내 안에 휘어지지 않는 원칙과 부드러운 유연함이 공존하는지 되돌아보며 자신을 판단해보길 바란다.
-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