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 태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똑같은 텍스트를 보거나 듣거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 보면, 결국 차이는 해석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해석력이란 말 그대로 주어진 텍스틀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변수로는 각자의 경험과 사고 등등 제법 많은 것들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변수 한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상상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박시백의 조성왕조실록은 바로 그러한 상상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시리즈 만화책인데,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조선왕조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것이다. 그런데, 풀어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왜 나는 저런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일까에 대한 반성아닌 반성을 무척이나 많이했다.  

3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세자 세종 이야기였다. 첫째인 양녕대군의 세자 시절의 기행과 파행이 그를 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어 셋째였던 세종이 세자가 된 이야기는 누구나 다(?) 한번쯤 들어 아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양녕의 파행만이 세장의 자리에서 물러난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그러한 상황을 생각해보니 과연 그것이 절대적 이유가 될 수 없다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누가 피땀흘려 이룩한 왕좌의 자리를 그러한 기행을 일삼는다는 이유만으로 물려주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러한 막나가는 형과 대비되는 착실한 이미지의 셋째가 차곡차곡 만들어 낸 준비된 왕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 훨씬 더 양녕의 몰락을 설명하는데 합당하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그러한 준비된 왕의 재목을 보여준다는 것이 세종의 입장에서는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세자가 아닌 왕자가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그러한 시절에 세자인 형에게 꼬박꼬박 충고하고 이러저러한 간언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을까라는 현실의 녹녹치 않음을 말이다.  

뱀발....평범한 일상이 지겨우면 역사를 읽는다고 한다. 수없이 반복된 일상이 쌓여 있는 것이 역사라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상상력을 발휘한 문제의식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백번을 봐도 누가 태어나고 어찌어찌 살다가 이름 석자를 남기고 가버렸다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 외에는 읽어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독서습관에서 얼렁 벗어나야 할텐데....박시백님 홧팅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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