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뱀파이어 연대기 1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영화로 먼저 만난 소설을 읽는 다는건, 어쩌면 스스로의 상상력의 날개의 일부분 스스로 꺾고 들어가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로 먼저 만난 소설에는 손이 잘 안가는 편이다. 그건 아마도 영화를 통해 만난 배우들의 이미지가 활자 속 인물과 겹쳐보이는 부분을 털쳐내기 어렵기에 아무래도 상상의 폭이 좁아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제약을 떨쳐낼 수 있는 분이라면 무방하겠지만...나는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놈인가보다. 쩝. 게리올드만의 이미지가 머리속을 떠나질 않더라)

이 소설은 현실에 존재함직한 뱀파이어라는 인물이 가진 묘한 매력을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데 생생하기 그지 없다. 어느 늦은 저녁, 어둠이 깔린 방에서 시작된 인터뷰를 읽고 있노라면 인터뷰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생생한 묘사와 인터뷰를 통해 들려주는 충격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뱀파이어 건너편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갈아끼우면서 허둥대고 있는 인터뷰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 었던 부분은 죽음(혹은 시간)을 초월한 존재로서의 뱀파이어의 고민이었다. 물론 밤에 인간의 생명(피)을 뺏어 취해야지만 영생을 살수 있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어찌보면 신과 가장 가차운 위치에 있는 우월한 존재들일테니, 그닥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이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던지는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야말로 죽음을 달고 사는 인간도 역시 던져봐야 하는 질문이 아닌가 싶다.  

영화라는 매체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비용의 제약으로 인해 원작의 상당부분과는 다르게 표현되어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된 점. 그리고 영화속 게리올드만의 고민이 생각보다 훨씬 더 묵직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점 등은 이 책을 읽은 유익한 점이었다. 여러 독특한 뱀파이어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연작처럼 있다고는 하지만 당분간은 그 캐릭터를 만날 일은 없을 듯하다. 그건 시간이 좀더 허락된 뒤에나 가능할 듯하기 때문이다.  

뱀발....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바쁜 직장인에게 루이스의 질문은 좀 많이 벅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