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리들 - 핵심인재로 가는 갈림길
김성재.구본준 지음 / 이팝나무 / 2009년 2월
절판


한 시중은행의 인사부 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관리자는 대리가 처리한 업무를 놓고 세부적인 과정까지 관여하지 않습니다. 일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했든 저런 방식으로 처리했든, 또 열심히 해서 거둔 성과든 잔머리를 굴려서 얻은 것이든, 결과에 따라서만 판정하고 인정받게 됩니다."

.......

업무성과와 함께 또 한가지 대리에게 중요한 것이 있다. 윗사람에게 잘못 보이면 곧바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밉보이면 다른 부서로 쫓겨날 수도 있다. -70쪽

한 가지를 맡기면 두세 가지 일을 완수해서 상급자의 품에 안겨줄 때 믿음이 시작된다....대리는 상사의 '신뢰'를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중 한 국책은행의 인사담당 간부직원이 대리들에게 던지는 충고를 들어보자.

"과거에 늘 해왔던 방식, 남들도 다 하는 익숙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려 해서는 능력을 인정받기 힘들다.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끊이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라. 이 고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업무방식을 개선,발전시키려 노력하는 대리가 결국 임원에 오르고, 최고경영자 자리에도 오를 수 있다."-97쪽

입사 후 3년이 지나면 드디어 기업은 직원에게 업무상 성과를 기대한다. 바로 대리가 되는 시점인데, 비록 업무는 신입사원 때와 비슷하더라고 질적 향상을 요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업무 차원에서 볼 때 상사의 '지적사항'이 덜 생기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대리 시절은 본격적으로 '월급값'을 해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업무를 능숙하게까지는 아니어도 성숙하게 처리해야 하고, 가장 열정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기라는 말이다. -102쪽

"대리는 전문적 업무지식을 갖춰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사원 시절보다는 조금 더 깊고 폭넓은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만큼은 어떤 질문에든, 누가 물어보든 어느 정도까지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상상의 질문에 정답을 모르면 최소한 그 답을 누가 알고 있는지라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신입사원에게나 허용되는 말이죠." (삼성전자의 한 과장)-109쪽

선배들이 충고하는 '대리10계명'

1. 일찍 출근하라. 부지런함은 대리의 기본이다.
2. 완벽보다는 성실함을 보여라. 열정은 대리의 생명이다.
3. 한 가지를 주문하면 그 이상에 도전하라. 도전정신은 대리의 중요한 덕목이다.
4. 멀티플레이어가 되어라. 결코 '모른다'고 대답하지 마라.
5. 신뢰감을 심어 주어라. 그러기 위해서는 실수를 줄여야 한다.
6. 장점과 특기로 강한 인상을 남겨라. 자신의 캐릭터를 상사가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7. 빠른 감각을 잃지 마라. 눈치로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다.
8. 대리 때 배운 업무가 평생을 좌우한다.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면 업무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9. 인매 관리에 힘써라. 최소한 적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10. 장기전에 대비하라. 인생은 마라톤이다. 자기계발과 체력 단련에 소홀하지 마라-119쪽

만약 당신이 '고집불통' 내지 '고집쟁이'란 평가를 많이 듣는 편이라면, 일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찍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믿기 싫겠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높다.

이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가장 큰 오류 가운데 하나다. 뜻밖에도 이런 오류를 범하는 이들이 많고, 대부분 그로 인해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넘어간다. -133쪽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직장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업무의 최종단계를 보는 눈'을 꼽는다.

"일할 때 '이 일의 끝은 어디인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제가 사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150쪽

인사권자인 대표이사가 어떤 직원을 높이 평가하느냐와도 직결된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좋아하는 직원에 대해 묻자 '알아서 하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패해도 좋습니다. 자기 일을 알아서 해야 하고, 알아서 하려고 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직원이 누구냐는 질문에도 바로 답이 나왔다.

"아마 어느 최고경영자나 저와 똑같이 답할 겁니다.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은 '원래 이렇게 했어요'라거나 '이렇게 하라고 했잖아요' 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151쪽

신입 때부터 업무를 자기 일처럼 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리가 되면 최상위급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자신의 일을 남의 일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상사나 사주 입장에서는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 태도다.

내 경우를 보면, 내가 하는 일은 물론 동료들, 동기들, 그리고 선후배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일을 조용히 관찰했고, 나중에 다른 업무를 맡게될 때 당황하지 않게 마음속으로 준비했다. 커리어에 대한 내 나름의 '시물레이션'인 셈이었는데, 조직이 돌아가는 일을 이해하고 업무상 관련 부서와 함께 작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신입 공채 출신 재벌그룹 부사장 말씀)-159쪽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아란 '맡겨진 일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고, 진행과정을 제대로 보고하면서 기안대로 맞추고, 못 맞추면 사전 보고를 통해 조처를 취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161쪽

보통 사람들은 프로젝트를 처리할 때 계획을 세우는 데 10%, 나머지 실행에 90%의 시간을 들인다. 톰 피터스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한다.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려면 아이디어를 내는 데 30%의 시간, 영업(홍보)에 30%, 구체적 실행헤 30%를 각각 배정하라고 권한다. 나머지 10%는?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시간이다. 프로젝트를 위로 넘겨 계속 진행되도록 하거나,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기 위해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로 일을 무난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모두의 마음에 들도록 일부러 특색 없는 일로 만든다면 굳이 이런 프로젝트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했으니까'란 생각으로 일하면 중간은 간다. 하지만 결코 돋보이지 못한다. "평범한 것은 피해야 할 가장 큰 적"이란 말도 있다. -171쪽

팀장들이 보는 '진짜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바로 '급할 때 찾게 되는 직원'이다.

평시가 아니라 비상시가 되면 팀장은 가장 믿는 사람을 찾게 마련이다. 이 경우는 업무 영역을 뛰어넘어 일을 시킨다.

그런데 정작 대리들은 그 속뜻을 모르고 "왜 나만 시켜. 내가 만만한가" 하고 불만스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인정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해보라. 느낌이 180도 달라지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은 반드시 돌아온다.

따라서 대리들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은 '상사가 어려울 때 찾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73쪽

" '지르기' 직전에 제 자신에게 물어봣어요. '네 몸뚱아리 하나로 직원 먹여살릴 수 있으면서 네가 잘할 수 있는 게 뭐냐?' 그런데 답을 생각해보니 웨딩 컨설팅은 아니었던 거예요. 제 환상이었던 거죠. 그래서 홍보대행사를 차린 거예요."

정대표는 '네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뭐냐'는 질문을 강조했다.

...........

궁극적으로 정대표가 분석에 돌입한 주제는 자기의 장점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 도전자들이 따르지 않는 진리였다.

"업종을 따라가기보다 내가 진짜 잘하는 것을 살리자."-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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