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미숙이라는 저자이름에 끌려 읽게 되었다.

고미숙이란 이름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매년 개최하는 특강을 정리한 책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열하일기라는 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그 결과 어떤 조직에 속하지 않는 경계인으로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무척이나 흥미로왔기 때문이다.

이 책이 바로 그 문제(?)의 텍스트를 읽어낸 뒤에 펴낸 책이다.

소재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유명한 고전. 박지원의 열하일기. 바로 그 책이다.

국사시간이나 국어시간을 통해 박지원이라는 인물과 그의 소설을 배운 적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활자로만 만났을 뿐, 시험을 위한 텍스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죽은 인물이었을 뿐이다. 그러한 인물이 남긴 문제적 텍스트인 열하일기를 다시 읽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열하일기 -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다.

우선 나의 무지부터 고백하자면, 호질이나 양반전 등은 별도의 소설인줄로만 알았는데, 열하일기에 포함되어 있는 문장 가운데 하나란다(이건 전적으로 교과서에 한정된 부분만 실을 수 밖에 없는 열악한 교육체계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워낙 유명한 에피소드로서 별도의 소설로 따로 떼어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점에서 통째로 읽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고미숙이 열하일기를 읽고, 풀어낸 문장들은 유려하고, 하나의 영화 장면 장면을 보듯이 생생하기 그지 없지만, 상상력이 빈약하고 생활에 찌든 36살의 초보 아빠가 따라가면서 읽기에는 많이 벅찬 느낌이었다(영상이 상상되기 보다는 활자의 행간만 따라가기에 급급했으니깐).

단 한개의 에피소드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어 냈다는 놀라운 문장력, 경계인으로서 새로운 문명세계와의 놀라운 조우를 멋지게 표현했다는 점. 그리고 주상이라 불리운 정조가 문체반정의 핵심인물로 지목했어야 했던 박지원의 영향력 등등에서 앞으로 한번 기회가 되면 열하일기를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 많은 고전 리라이팅이 더 만이 나와주길 바람서.......뱀발로 덧붙이자면.....부디 상상력이 풍부한 10대들이여 많이들 읽으시고, 또한 경험하시길....그래야 30대가 되어서도 활자라는 매체를 통해 영상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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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1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