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퓰리스트 리더 - 일본은 왜 고이즈미를 선택했는가 ㅣ SERI 연구에세이 67
이면우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10월
평점 :
경기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재방송을 본다는 것은 한마디로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것과 같다. 경기결과라는 고갱이를 알고 있으니, 승부처에 도달하더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 전혀 없다. 또한 경기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이미 간파하고 있기에 편안한 소파에 누워 감자칩이나 먹어가면서 시간 때우기에 딱이다.
포퓰리스트 리더라는 이 책을 읽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되었다. 일본역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고이즈미가 물러난 뒤로 고만고만한 후계자들이 아웅다웅 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봐온지라, 저자가 의미심장하게 던진 포스트 고이즈미에 대한 질문도 심드렁하기만 했다.
이 책은 일개 낭인에 불과하다던 고이즈미가 어떻게 총리가 되었고,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들이 무엇인지를 날렵한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의 포퓰리스트 리더십을 이해하기 위한 11가지 코드는 가장 백미라 할 수 있는데, 단순하지만은 않은 복잡한 한 인물을 읽어내는 다양한 방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정독을 권한다. 국회입성을 즈음해 대장위원회를 선택하여, 큰 그림을 보는 연습을 했다는 점에서 우정성 개혁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며, 반주류코드는 그가 낭인이라 불리우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이웃나라에서 비난하는 야스쿠니신사참배를 강행하는 보수주의자적인 면모만이 부가되었던 고이즈미가 일본에서 그렇게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도 그가 가진 다른 모습 - 개혁 - 때문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되었다.
외국지도자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연구물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에 대한 연구물들이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뱀발로 덧붙이자면...김빠진 맥주 같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종로 한복판에 명박산성이라는 새로운 산성을 쌓아올리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대통령이 그렇게 높은 지지율로 당선될 수 있었던 까닭을 이 책에서 찾아보고 싶었던 점이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우리의 대통령께서 이 책이 정의한 포퓰리스트 리더가 되기엔,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으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