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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잘 분배하고 활용한다면 120억명도 충분히 먹여살릴 수 있다고 한다. 근데, 현재 60억 인구 중에 상당수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왜? 뭐땀시? 이런 그지 같은 경우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우석훈이라는 이름에 끌려 집어들게 되었는데...해제라는 짧은 글만이 그의 작품일 뿐 나머지 이책의 대부분은 식량관으로 전세계의 기아현장을 싸돌아(?) 다닌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게 철없는(?) 질문을 해대는 딸과의 대화를 통해 기아라는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을 통한 설명을 조근조근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밀레니엄이 열린다고 별의 별 생쑈를 다 벌인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잠언의 진리를 되씹어야만 하는 어제와 다를 것이 별로 없는 우울한 소식들로만 가득찬 날들을 보낸지도 벌써 8년이 되어간다. 새천년의 새로운 세상이 오기에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어제의 문제들로 가득찬 지구가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어제의 문제들 가운데 가장 먼저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바로 기아라고 지글러씨는 힘주어 말한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건 바로 힘없는 아이들 이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에이즈나 테러, 지구온난화 등도 분명히 풀어내야할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상대적으로 너무나 익숙해져서 심각한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기아야 말로 조금만 공동체 의식에 기초한 건전한(?) 상식과 박애를 바탕으로한 인간에 대한 존중 만으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간단한(?) 문제이기에 더욱 안타깝기만하다는 것이다.
우리 윗동네 이야기도 나오고, 지구 반대편의 먼 동네 이야기도 나온다. 살아가는 모습이 별다를 것이 없는 그네들의 답답한 현실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는 걸 부여잡고 넝마 위에서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그네들에게 더 좋은 날들이 어서 오기를 빌어보는 건 아마도 우리도 그러한 힘든 과정을 겪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철책선 너머에서 굶주림으로 힘들어하는 동포들에게 전해질 사랑의 손길이 실용이라는 미명으로 당분간 줄어들 태세에 있는 현실도 안타까울 뿐이다.
부패한 공무원들과 그들과 결탁해서 막대한 이득을 채우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 그리고 그런 가르텔을 깨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졌던 아옌데와 상카라 같은 이들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하리라는 희박한 희망을 끈을 부여잡게 만드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일독한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해본다.
뱀발로 이 책 자랑을 해보자면, 대화체로 되어 있어 읽기 편할 뿐더러, 글자도 그리 빽빽하지 않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추천사 격에 해당하는 해제라는 부분을 통해 책을 맛깔나게 소개한 우석훈 교수의 글도 좋지만, 부록으로 실린 주경복 교수의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도 한번쯤 정독하길 진심으로 권한다.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그 역사와 의미를 간단하지만 간결하게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추가로 뱀밤 하나를 덧붙이자면....기아대책(http://www.kfhi.or.kr/)과 같은 구호단체를 통한 도움의 손길을 뻗쳐주심도 좋을 듯하다. 다른 국제기구도 많이 있으니...제발 동참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