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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카타르시스라는 정화작용을 통해 마음과 몸이 깨끗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나보다. 평소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이런 종류의 책에 손이 간 것을 보면 말이다. (저자가 시골의사였기에.....반신반의 하는 마음에 고른 측면이 전혀 없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그리고 책의 중간 중간마다 스스로 좀더 깨끗해짐을 느꼈다.
병원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차트지를 몇출을 채우기도 바쁜 의사에게 감히 몇마디 묻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차트에 몇줄 기록으로 남아있는 내 상태가 과연 어떤지, 어젯밤 아니 조금전까지 병원 문턱을 넘기 전까지 했던 고민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답변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더 속편하다. 한 환자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이 고작 수분에 불과한 의료현실 속에서 시골의사처럼 환자를 차트지 너머에 살아숨쉬는 사람으로 봐주는 의사를 만나기는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안동이라는 시골에서 상대적으로 더 못사는 동네에 저렴한 건물에 외과병원을 차리고서, 그곳에 사시는 어른신을 비롯하여 다양한 아픈이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시골의사의 책이 감동적인 것은 바로 차트지에 몇줄 기록으로 남아도 충분할 그런 돈이 안되는 환자들을 감히(?)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서 출발한다. 애정을 가지고서 - 어쩌면 직업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 아무튼 인내심과 함께 그네들이 털어놓은 이야기에 귀기울이면서, 끝내 마음속으로 울게 만드는 아픈 사연조차도 담담하게 풀어놓는 시골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안동병원 한구석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시골의사의 글이 가진 마력이 아닐까 한다. 그네들의 삶에 끼어들지도 그렇다고 방관하지만도 않는 시골의사의 태도야 말로 애정어린 시선과 더불어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한겨레신문 지상에서 간간이 만났던 사연들을 한권의 책을 통해 하룻밤(정확히 이야기 하면 저녁 먹고 침대에 올라가서 자정을 조금 넘긴 5시간 동안)동안 읽어나가는 사이, 다양한 사람들의 가슴아픈 사연들을 만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을 꼽으라면 전쟁에 참가한 자신에게 매달 지원금을 주는 정부가 고마워 평생 달고 다녔던 할아버지의 태극기 배지를 떼게 만든 작금의 사태와 군대에서 치명적인 병을 발견하여 치료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할까봐 걱정하는 아재의 사연이다. 두 사연이 담긴 꼭지를 읽는 동안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와 분노는 뭔가 잘못된 사회구조와 의료현실를 자연스레 직시하게 만든다. 큰 목소리만 횡횡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말의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절감했다.
부디 요강이 되고 싶다는 그 호스피스가 시골의사를 돌보는 그날이 제발 천천히 와주길 진심으로 바랄뿐이다.
뱀발을 덧붙이자면...사는게 힘든 분에게는 절대 강추예요. 한번 읽어볼까 말까 고민하시지 마시고 제발 한번 읽어보시라. 하지만 낼모레 혹시라도 병원에 가실 분이라면 비추입니다. 책속의 시골의사를 현실에서는 절대 만나기 힘든 대도시에 사신다면 절대 보시지 말기를 강조합니다(이거 반어법인거 아시죠....쩝 정말 사족만 붙인 꼴이 되어 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