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절판


샘,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명심해라.

네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네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33쪽

네가 남과 다르고, 나도 남과 다르다는 건 하나의 사실일 뿐이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사실은 고통일 수도 있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일 수도 있다.

명심해야 한다. 너 스스로 남과 다르다고 '생각'할수록 네가 더욱 외로워질 뿐이라는 걸. -35쪽

굳건할 줄로만 알았던 삶의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함께 꿈꾸던 미래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린 젊은 부부는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여느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여러 해 동안 우리의 감정을 부인하며 살았다.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앞세우며, 우리의 감정을 숨기고 하루하루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애썼다. -40쪽

하지만 꿈에서 나는 온 세상의 삼 밀리미터를 돌보는 것이 막중한 책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부여한 책무. 이렇게는 더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삶을 이대로 끝낸다면 세상의 삼 밀리미터를 때가 되기 전에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셈이었다. 그때 내 욕창은 일 밀리미터씩 아물고 있었다. 나의 책무는 온 세상의 삼 밀리미터인 나의 상처가아물도록 돕는 거라고 여겼다.

샘, 내가 삶을 평화롭게 받아들이는 건 그래서이다. 내게 맡겨진 세상의 일부를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지. 더 크게, 더 좋게 만들려 하지도 않고,바꾸려 하지도 않고 말이다. 나는 그것을 돌보고 있을 따름이다. 이렇게 네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내게 맡겨진 삼 밀리미터를 돌보는 일 중의 하나이다. -56쪽

상처받기 쉬운 여리고 약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비상 깜빡이를 켜고 "제게 문제가 생겼어요. 하지만 전 지금 최선을 닿고 있어요"라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훨씬 안전한 길이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85쪽

샘, 네가 바지에 오줌을 싸는 날도 이제 끝난 것 같다. 그러니 그 일로 부끄러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부끄러움은 살아가는 내내 다른 방식으로 계속 찾아올 것이다. 부끄러움을 느낄 때면, 너를 사랑하고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찾아가기 바란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자신이 드러났을 때 맺어지는 친밀감속에는 놀라운 기회가 숨어 있다. 네가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으로 사랑받을수 있는 기회가!-104쪽

"그 여인이 오분 동안 이승에 다시 돌아온다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 것 같소?"-111쪽

샘, 변화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변화는 곧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변화한다는 것은 뭔가를 잃는 것이다. 뭔가를 잃을 때마다 되찾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서 많이 아프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크고 작은 것들, 그 모두를 되찾고 싶었던 때가 있다. -137쪽

다음 상담일에 나는 그들 부자를 함께 만났다. 청년의 아버지는 내게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나는 미리 준비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드님은 아버님의 눈을 통해 자신의 앞날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밝아 보이지가 않는 겁니다. 보이는 거라곤 걱정과 스트레스가전부니까요. 자신의 미래나 어른이 된다는 것에서 어떤즐거움도 발견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아드님은 이제까지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온 건지도 모릅니다."

청년의 아버지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더니, 자기도 심리치료를 받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변회시키는 것이라고,그것이 아들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153쪽

섹스치료사들에 따르면, 남자에게 있어 성관계는 상대방과 친밀해지기 위한 행위인 반면, 여자에게는 상대방과 친밀해진 다음에 일어나는 행위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이런 차이가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친밀한 관계를 갈망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관계를 갖지 못하면 상대방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서 거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를 내거나 멀어지려 한다. -168쪽

노마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꼬리표'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이다.....샘, 지난 세월이 내게 일깨워주었다. 내가 곧 전신마비는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나는 전신마비가 '있는' 사람일 뿐이다.

너도 자폐증이 '있다'. 그러나 네가 자폐증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에게 붙여진 '꼬리표'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한테 말조차 걸지 않거나 우리를 믿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척추손상으로, 넌 자폐증으로 단지 남들과 모습이 다르고 행동하는 방식이 따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노마가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우리도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 샘, 우리 이렇게 말하자.

"할어버지는 몸에, 저는 마음에 사고를 당했어요. 하지만 우리 영혼이 다친 건 아니에요."-182쪽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난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며 출구를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끼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어줄 사람.

우리 모두에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205쪽

그토록 많은 어른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번 살았던 삶을 다시 살려고 하거나, 이룰 수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날 네가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가진 현재의 삶을 살 때, 지금 여기를 살 때 인생이 훨씬 행복해진다는 것을.

고맙다. 샘.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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