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말하는 돈과 인생이야기
박현주 지음 / 김영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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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란 무엇인가?'

만일 누가 나에게 "투자 의사결정을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투자란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돈을 운용할 때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것은 투자에 있어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개념을 정리하고 분석을 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알고'투자해야 한다. 나는 이를 '모르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로 표현한다. 실제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매입하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때가 바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시간이다. 많이 알면 알수록 불확실성, 즉 리스크는 줄어든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모르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 관행은 알고 투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23쪽

그래서 나는 우량 자산에 장기투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우량자산이란 자산의 질(quality)이 좋은 것을 말한다. 주식으로 말하면, 다른 기업에 비해 경쟁 우위가 있고 산업 전망이 좋은 회사여야 한다. 경쟁 우위를 판단할 때도 단순히 현재 모습만 봐서는 안된다. 향후 10년 간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

-24쪽

투자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이 아니다.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칫 치명적 실수를 범하면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미래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다.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길은 굳건한 원칙을 갖고 우량 자산에 장기투자하는 것이다. -25쪽

박현주의 투자원칙

첫째, 나는 모르는 일이나 투자처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임직원과 회의를 할 때도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내 의견을 말하지 않는 편이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 스스로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도와준다.....둘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한다. 미래에셋의 비지니스 모델은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된 것이다. 펀드 운용 역시 장기적 레코드(투자기록)에 관심을 둔다.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펀드의 성공은 전략적 결정의 산물이다......셋째, 어떤 유혹이 있을지라도 첫째와 둘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 유혹을 느끼면 일단 '내가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보고 '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오면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한다. -30쪽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만이 성공의 바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이다. 성공의 공(功)을 자신의 노력으로만 돌리면, 그 성공 과정에 참여한 여러 주체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한 기업의 성공에는 고객, 종업원 등 다양한 사회적 존재가 관련돼 있다. 여러 사회적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는 얘기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성장해 온 기업의 기부는 단순한 문화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일상적 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혜택을 보는 '윈-윈 사회'가 될 수 있다. -39쪽

좋은 회사란 간단하다. 직원들이 부자가 되는 회사이다. 더불어 꿈이 있는 젊은이들이 취직하고 싶어 하는 회사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부자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의 성장과 직원의 성장이 같은 궤를 그리도록 하면 된다......종업원을 단순히 조직구성원이라는 관점으로만 대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특히 조직의 DNA와 관련해 '기업'이라는 생태계의 중심에는 인재, 즉 종업원이 위치한다. 그러므로 조직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50쪽

돈이 아름다운 꽃이 되기 위해서는 '바르게 벌어서 바르게 쓴다'는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버는 것도 쓰는 것도 모두 반듯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르게 번다'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높이면서 이익을 창출한다는 의미이다. 고객과 종업원을 희생해서 버는 돈은 의미가 없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가 성장하지 않으면 제무제표상의 이익은 진정한 이익이 아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정직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결과만을 중시해 불투명하고 부정직한 관행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바르게 버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바르게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이 문제를 시대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셋도 기업이기 때문에 첫 번째 목표는 이익창출이다...문제는 승자 독식현상이 사회가 경쟁을 유도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이다....승자에게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나눌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62쪽

중앙지점의 지점훈(支店訓)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였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굴하지 않는 방법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난 것처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84쪽

중앙지점과 압구정 지점의 경험은 이후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교훈을 남겨 주었다.

하나는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버리는, 즉 자기 파괴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이룩한 성과에 안주하다 보면 새로운 도전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87쪽

먼저 폐쇄형 펀드의 한계를 절감했다. 펀드에 만기가 있다보니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이용해, 만기 이전에 미래에셋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작 펀드 청산 시점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싼 가격에 주식을 처분해야만 했다.

증시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폐쇄형 펀드의 전형적인 한계가 노출됐던 것이다.

둘째, '자산 분산'의 중요성을 다시 점검해보는 계기가 됐다. 국내시장에만 투자하다 보니 자금력 우위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휘둘리고 고객들도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할 수 없었다. 국내 증시의 위험이 곧바로 투자자들에게 100퍼센트 전가되는 구조를 탈피해야만 했다. 이 일로 해외투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실패는 누군가에게는 좌절을 의미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뜻한다. 문제는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 하는 것이다. -99쪽

지금도 사람을 만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두 가지 있는데, 모두 지점장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것이다.

첫 번째는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에 반드시 샤워를 한다.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지금도 마케팅 관련 직원들에게 고객을 만나러 가기 전에 샤워를 하고 가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담배도 끊으라고 한다. 건강이 모든 일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재미있게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을 만나 비지니스 얘기만 하고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대방이 즐겁게 들을만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그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하지 않겠는가? 평소 책과 신문을 읽으면서 화제가 될 만한 소재를 머릿 속에 입력해 놓는 습관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108쪽

미래에셋은 사업초기부터 '차별화'를 모든 비지니스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최장수 주식형 펀드인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를 출시할 때도 차별화를 많이 생각했다.

2001년 이전만 해도 주식형 펀드의 주류는 스폿펀드였다. 스폿펀드란 6개월, 1년 등 일정 기간에 맞게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그 수익률이 달성되면 펀드는 자동으로 환매하는 펀드다.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성향을 부추기는 상품이었음에도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판매를 했던 펀드였다.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할 기관투자자가들이 오히려 단기투자를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일을 했던 것이다. 특히 증시가 좋을 때는 단기간에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단기 투자자를 양산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철저히 장기펀드로 갔다. 미래에셋의 장기펀드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자 다른 회사들도 앞 다투어 정기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장기'라는 개념으로만 차별화하기가 어려워졌다.
-116쪽

그래서 이번에는 해외펀드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외국계 운용사와도 차별화가 필요했다. 우리 고객들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펀드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과감한 인재 영입과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출시한 상품이 특정지역이나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 펀드'였다. 대표적인 상품이 경제발전으로 새롭게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소비시장을 주목해 만든 '아시아 컨슈머펀드'다.

아시아의 인구는 39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65억명)의 61퍼센트를 차지한다. 경제 성장으로 아시아 저소득층의 수입이 늘어 이들이 중산층에 편입된다면, 소비재 기업들이 장기적 혜택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116쪽

선택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다. 그 포기는 체념이 아니라 적극적인 포기이다. 전략의 요체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해야 할 비즈니스와 하지 않아야 할 비즈니스가 결정되어야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선택은 곧 삶과 경영의 핵심문제이다. 또한 선택은 집중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나는 선택은 어떤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강점이 잇는 분야, 즉 핵심 역량에 주력해 최고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28쪽

소수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균형감각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창이고, 기본에 충실한다는 것은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않고 아는 것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세 가지 고리의 중심에는 소수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130쪽

대학시절에 읽은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으로부터 강렬한 느낌을 받는 나는 열 번 이상 반복해서 읽으면서 철저히 곱씹었다.

이 책을 통해 미래의 트렌드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다른 무엇보다 미래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미래학 관련 서적을 읽고 주변을 잘 관찰하면, 대개 장기적 흐름에 관한 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접할 수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신과는 먼 일로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탓에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136쪽

투자의 측면에서 기본이란 다음 세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내재가치에 따른 가치 투자.
둘째, 합리적인 소수의 사고를 지향하는 소수게임.
셋째, 수익보다 발생 가능한 위험을 고려하는 위험관리이다. -168쪽

2026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여기에 2030년이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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