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매일 아침 5시 55분에 엠비시 라디오를 켜면 엠비시 피디가 정성스레 수집해온 민요 한토막을 해설과 함께 들을 수가 있다. 민요의 내용을 들어보면, 고된 시집살이와 힘든 농삿일을 잠시나마 잊기 위한 넋두리 등이 상당히 자주 나오는 편이다. 아마도 농사가 주된 생활의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공동 노동의 현장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나름 짐작 추측을 해본다.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발견한 소설가 위화. 그 분이 쓰신 소설이라기에 덥썩 집어들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배깔고 엎드려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소설 인생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엠비씨 피디처럼 농촌 지방에 전해져오는 민요와 이야기를 채집하는 일을 하는 화자가 늙은 소 한마리와 함께 밭을 가는 나이 든 농부를 만나, 그가 살아온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농부와는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상당부분 구별해서 전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노인이었다는 점이 화자가 계속 이야기를 듣게된 이유라고 설명하지만, 그의 기이안 인생항로가 귀를 기울이게끔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의 인생 이야기다. 노름으로 수많은 전답을 잃어버린 주인공과 노름꾼 아들의 탕진으로 인한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 주인공의 아버지, 그리고 그의 모친, 평생 주인공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의 보여주는 마눌. 그리고 불쌍한 두명의 아이들과 병신 사위. 그네들을 씨줄로 삼고 역사의 격랑을 날줄로 삼아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무능한 국민당 군에 억지로 끌려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주인공에게, 달리기 잘했던 건강한 아들 녀석이 피를 너무 많이 빼서 죽임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는다. 또한 어릴적 열병으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딸을 병신 사위와 짝을 지어주었는데, 알콩달콩 잘 사나 싶더니 아이 낳다가 그만 아이만 남겨두고 먼저 떠나 버린다. 또한 사위도 사고로 죽어버리고...하나 남은 손자 마저 어이없게 먼저 저 멀리 떠나버리고 만다. 이러한 기구한 사연을 간직한 노인의 한나절 이야기가 바로 이 노인의 인생살이 였다는 것.

 노인의 인생을 읽고나면 아무리 힘든 세상살이도 나름 살아갈 힘을 얻을 듯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견디어 내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인생을 읽은 소감이다.

 뱀발로 덧붙이면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이 원작이라고 하니 영화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듯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허삼관 매혈기처럼 짠~~한 감동을 주니 한번 읽어보시길 감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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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2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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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8 0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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