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종합하면, 주가는 키팩터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방향을 잡고 위든 아래든 움직이며,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멀티플이고, 멀티플은곧 가치 평가라는 의미다. 그리고 가치 평가는 주가가 최대한 멀리갈 수 있는 지점의 종점이다.
이제 주가의 종점을 상상할 시점이 됐다.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성장의 끝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밸류에이션이 바로 주가의 종점이다. 반대로 하락하는 기업 역시 하락의 종점이 바로 최저 주가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 종점에 대해 가치 평가하는 것을 밸류에이션이라고 한다.
초보 투자자라면 밸류에이션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질지도모르겠다. 그런데 투자를 위한 밸류에이션은 회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 하는 상상력과 수학적 사고만으로도 충분하다. - P88
목표 주가를 계산하는 방법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무형 자산 중심인 서비스 기업이나 기술(테크) 기업을 밸류에이션 하는 좋은 방법은, 이 기업이 현재의 전략과 서비스, 제품을통해서 최대한 성장했을 시점을 가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치 평가를 하는 것이다. 즉, 현재의 제품과 서비스 성장의 최종 단계이자 종말 단계인 터미널 스테이지Terminal stage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가치 평가는, 과거에 한샘이라는 성장 종목을 발굴했을 때 내가 직접 수행했던 가치 평가 사례다. 이 사례를 통해 독자들도 종말 단계 밸류에이션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한샘의 주가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13년 주당 3만 원 수준이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한샘의 주가는 2015년 여름, 34.7만 원으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2년에 10배,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10루타 종목이었다.
당시 한샘은 주로 인테리어 가구와 부엌을 판매했는데, 2013년부터 부엌 매출 부분에서 본격적인 성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매분기 전년 대비 30% 수준의 매출과 이익 성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 시장은 전통적으로 전년 대비 증가하는 것을 좋아하기때문에, 전년 대비 30%라는 놀라운 숫자를 보여준 한샘을 외면할수는 없었다.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이 몇 년만 나와도, 기업 가치는 몇 배나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엌 가구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곧바로 주가가 상승했다. 2만원대에서 3만 원대로 오른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4만 원대를 돌파했다. 이때가 바로 ‘부엌 매출‘이라는 키팩터의 변화가 발생하면서주가가 방향을 틀고 위로 솟구치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빠른 시간에 상승하는 업종에 투자하는 많은투자자들이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은 바로 ‘언제까지 보유해야 하나‘
혹은 ‘언제 팔아야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그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앞서 말한 종말 단계를 상상하며 터미널 스테이지 가치 평가를모의로 구해보았다.
매출의 최대치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장의 사이즈를 알아야 했다. 예를 들어, 국내 아파트와 빌라 등의 총주택 수는 2,000만호인데, 그중 한샘 제품으로 부엌을 교체할 수 있을 만큼의 면적을갖는 주택을 아파트로 제한했고, 당시 아파트는 전국에 1,000만 호있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20년에 한 번 부엌 인테리어를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발생하는 부엌 교체 수요는 약 50만 호(1,000만호/20년)다. 이 50만 호 중 한샘의 최대 점유율을 약 30% 정도를가정했다. 통상 점유율이 40%를 넘기 시작하면 공정 거래와 관련한 규제들이 발생하므로 잡은 수치였다.
그렇다면 매년 한샘이 약 15만 호를 대상으로 부엌과 인테리어를 팔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실제 2015년 초에 발표된 한샘의 애뉴얼 리포트(연차보고서)를 보면, 부엌 가구 월 1만 세트 판매를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한샘의 매출액을 계산하기 위해당시 한샘의 주류 부엌 시리즈였던 ‘밀란‘과 ‘유로‘라는 브랜드의중간 가격인 800만 원 정도를 대입했다. 그러면 부엌 제품 판매의최댓값은 약 1.2조 원(800만 원×15만 호)이 된다. 이것이 바로 부엌 매출의 최종 단계 상태를 의미한다.
그다음 따져본 것은 이익률이었다. 한샘의 이익률은 당시 6~7% 수준이었으나, 제조업의 특성상 매출 성장과 함께 약 10%수준의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그 이상을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공격적 가정을 배제한 것이다. 그렇게 이익률 10%를 가정하면 매년 부엌 부문에서만 영업 이익 1,200억원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실제 한샘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해보자. 2014년 한샘의부엌 유통 사업 부분 매출액은 4,8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5%성장했다. 이 역시 급성장한 상태였지만, 여전히 최대치 매출액 1.2조원에 대비해서는 아직은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즉, 성장의 경로가 더 열려 있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 미래 가치를 평가할 때, 투자자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관건은 무엇일까. 관건은 분기마다 저런 성장 속도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즉, 한샘에 대해 투자자가 갖는 미래상을 기업이 진짜로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이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성장 경로는 주로 실적 공시나 IR 자료 또는대규모 외부 행사나 공개된 정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IR 자료나 관련 행사가 많은 기업일수록 투자자들에게는 정보 접근 편의성이 높고, 동시에 기업 경영 활동이 투명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렇게 적정 시점마다 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부엌 매출 성장이 지속해서 이뤄지는 것이 확인된다면 한샘 주가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대한 이견이 없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 경로가 삐걱거리는 일이발생한다면 아름답게 그렸던 미래의 모습, 즉 최종 성장 단계까지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춰 설 수도 있다. 그렇게 중간에서 성장이멈춘다면 그 시점이 주가의 최종 단계일 것이다.
실제 이런 생각으로 한샘의 조사분석을 수행하는 2013년부터 2015년 말까지, 한샘은 매 분기 최대치 값을 향해서 지속해서성장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어떻게 기업이 이렇게 성장할수 있는지 놀랐던 시기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주가도 빠른 시간내에 10루타 종목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이 되면서는 성장 속도가 확연히 둔화했고, 성장의 경로가 훼손되기 시작한다. 그시점에 주가도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성장의 최대치를 상상하라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인터뷰를 담은 책 《새로운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밸류에이션이란 주가가 어떤 기폭제로 인해 방향성을잡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목적지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