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브라운 가치투자의 비밀 - 거장들의 투자법 01
크리스토퍼 브라운 지음, 권성희 옮김 / 흐름출판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경제가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를 거쳐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철강이나 섬유 같은 전통 제조업은 쇠퇴하고 대신 소비재 산업과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점점 더 커져갔다. 소비재 기업과 서비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공장이나 설비 등의 고정 유형자산이 전통 제조업에 비해 훨씬 더 적었다.

이에 따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고정 유형자산을 포함한 순자산가치가 갖는 중요성도 줄어들었다. 대신 가치투자자들은 이익을더욱 중시하게 됐다. 방송사와 신문사 등 미디어 기업은 고정 유형자산이 적어 장부가치가 상당히 낮은 편인데도 막대한 이익을창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만약 내가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지않고 과거의 잣대로만 기업의 가치를 평가했더라면 미디어 기업은 당연히 무시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배우면 소중한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 P216

나는 또 전통 제조업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익이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기업의 현재 가치에만 관심을 쏟다가 성장에까지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기업의 성장과 가치가 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워렌 버핏이라고 생각한다. 성장과 가치의 차이는 대부분 가격의 문제다. 성장을 인정하면 기업의 가치에 비해 높은 주가를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한다.

실제로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주식을 샀던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주가를 인정하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신용카드사), 존슨&존슨(제약회사), 캐피털 시티스 브로드캐스팅(방송사)과 같은좋은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기업들은전반적인 경제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고 또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주가를 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을 전통 제조업보다 조금더 높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즉, 이익 대비 주가가 전통 제조업체보다 좀 높아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 P217

1980년대 중반에는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라는 기업인수합병 기법이 등장했다. 차입매수LBO란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담보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LBO는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기업을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시 LBO가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미국 경제가 1970년대에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면서 기업이 가진 자산의 실제 가치가 장부상 가치보다 크게 높아졌다. 예를 들어 ABC 아이스크림이 5년 전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해 새 공장을건설했다고 하자. 이 공장의 가치가 10년에 걸쳐 감소하는 것으로계산해 회계장부에 매년 100만 달러씩 감가상각비를 반영했을 경우 5년이 지난 현재 이 공장의 가치는 회계장부상 500만 달러가된다. 그런데 5년간 물가가 오르면서 같은 공장을 짓는 데 1,500만 달러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면 이 공장의 회계장부상 가치는실제 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것이다. 담보가치의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공장을 담보로 제공했을 경우 빌릴 수 있는 돈은 실제 가치의 60%인 900만 달러이다

둘째,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가 기록적으로 올라갔던 때다. 높은 금리 탓에 주가는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당시 미국의 장기 국채 수익률은 14%에 달했다. 안전한 국채에만 돈을 넣어둬도 매년 14%의 이자를 챙길 수 있는데 누가 위험한 주식에 투자할까? 당시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한 자릿수에불과했다. 결과적으로 회계장부상 저평가된 기업의 자산을 시가로 평가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가격이 기록적으로 싸진 기업을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인수할 수있었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에는 통상 세전 이익의 4.5배에 기업이 인수되곤 했다. 현재는 기업이 인수될 때 평가받는 가격이세전 이익의 9~12배로 높아졌다. 지금 돌아보면 1980년대 중반은 기업의 자산과 이익, 어느 기준으로 보나 기록적으로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나는 인수합병 거래를 가능한 한 많이 조사해 기업이 어느 정도 가격에 인수됐는지 알아본다. 이렇게 수집한 실제 기업의 인수가격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LBO로 인수될 때 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주가가 더 낮은 주식을 골라내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이로써 나는 ‘싼 주식을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갖게 됐다.
나는 이 방법을 ‘감정평가 방법‘ 이라고 부른다. 저평가된 기업을찾을 때 나는 여전히 이익 대비 주가의 비율PER과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의 비율PBR도 활용한다. 감정평가 방법은 가치투자의 기회를 판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세 번째 수단이다. 주가가 실제가치보다 낮은지 높은지 판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나는 그 방법도 기꺼이 활용하고 싶다.

가치주를 고르는 방법과 기준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해왔다.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화해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가치투자의 원칙 그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변치 않는 가치투자의 원칙은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싸게 사서 주가가 기업의 진정한 가치에 근접하면 파는 것이다. 가치투자는 다른 어떤 투자전략보다 쉽다. 가치투자는 매일 주식매매 시스템 앞에 붙어앉아 열을 내며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할 필요가 없다. 안마진을 가진 주식을 내재가치보다 싸게 산 뒤 인내하며 기다리면된다. 그러면 가치투자 전략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의 대표지수를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꾸준히 부를 늘려나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란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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