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 근무하는 한 참가자는 "우리 분위기에서는 이러저러합니다" "내 동료들도 다 저와 같이 행동할 겁니다"라는 식으로 개인적인 입장보다는 자신의 신분을 의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또 선물이라는 것을 주고받는 자체에 대하여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는 듯했으며, 이는 공인으로서 자신의 신분에 대한 지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와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가 공적기관의 일원으로서 보여준 것과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 -88쪽
그러나 영업 분야에 종사하는 참가자는 직업의 특성상 선물이 그들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레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적정성의 문제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생이 기브 앤드 테이(give and take) 아니겠어요?"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이 선물교환의 기회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 보여주었다. 같은 영업 분야라도 직급의 고하에 따라 태도가 달랐는데, 직급이 높은 참가자들은 대체로 직급이 낮은 참가자들보다 고가의 선물이나 애매한 선물에 대하여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영업부 출신의 한 간부급 참가자는 그것을 받거나 거절하는 문제와 별개로, 귀한 선물을 권유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호의를 갖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리고 훗날 어떤 기회가 생겼을 때, 큰 무리가 없다면 고가의 선물을 제시한 사람에게 배려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선물을 뇌물로 받아들여서라기보다는 자신이 그만한 지위와 파워가 있는 존재로 인식되며, 그에 상응하는 존경 내지는 애정을 받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만약 능력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면, 솔직히 나에게 선물을 제시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것 같네요. 그건 내가 선물을 받았으냐 거절했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나를 그만큼 생각한 그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누군가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특별한 배려라는 생각을 하게 함으로써 유쾌한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88쪽
"똑같이 고가의 선물이 전달되더라도 선물을 하고 나서 그로 인해 이득을 얻는 것은 뇌물 같지만, 뭔가 이득을 취한 후에 답례를 한다면 선물이라는 느낌이 강하죠." 이는 말장난 같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은 내용이다. 뭔가를 받고 뭔가를 해준다면 그것은 다분히 앞선 선물로 인한 대가의 행위로 해석되나, 반대로 뭔가를 해주고 선물 받는 것은 다분히 자발적인 감사의 표시로 간주되는 것이다. 즉 선물의 시점이 또 하나의 이슈가 된다는 이야기다. -100쪽
가격의 문제로 넘어가면, 사람들은 대부분 특별한 관계의 사람에게는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음이 보고되었다. 따라서 특별히 생각하는 사람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는다면 이는 두 사람의 상호 관계에 대한 감정의 확인이 되므로 특히 기뻐하는 것이다. 이는 업무상 선물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참가자들 중 직급이 높은 사람들 가운데 뇌물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경우, 한결같이 자신이 부하 직원에게 그만큼 존경과 애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들었다. 또 자신이 누군가에게 청탁 받을 만한 위치에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즐거운 교환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만약 매우 명확하고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뇌물은 충분히 감사의 선물 정도로 간주되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규율을 위반해야 하는 청탁이 아니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냐는 반응이었다. 이와 반대로 직급이 낮은 참가자들은 대부분 고가의 선물이나 뇌물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들은 자신이 그러한 선물을 받는 입장으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선물이란 상호 행동인데, 만약 그것이 일방적인 행위라고 간주될 때 이는 그 매력을 상실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듯 싶었다.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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