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투자공식 - 12인의 투자자에게 배우는 투자원칙
고이즈미 히데키 지음, 김하경 옮김 / 이레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과도한 증시유도는경제파탄을 초래한다.

소로스의 최대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투자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 대량매도이다. 당시 유럽은 본격적인 통화통합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참여국들이 독일통화인 마르크에 대해 자국통화의 비율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협약을 맺은 것이다. 영국으로서는 1파운드를 2.95마르크, 최저 2.77마르크까지는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 영국경제는 하향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런 환율수준은 경제실정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실질경제에 어울리지 않는 환율수준‘이 영국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악순환에 빠졌다.

1992년 7월이 되자 파운드는 ‘상대적으로 비싸다‘라는 분위기가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매도압력에 밀려 2.85마르크 부근까지 떨어졌다. 소로스는 이런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생애최대 승부를 위한 시점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영국정부가 하락하는 파운드를 방어할 수 있는 최대 수단은 금리인상‘이었다. 금리를 높여서 전 세계의 돈을 파운드로 전환하여 소로스같은 투기적인 매도방식을 격퇴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면 자동차, 주택, 설비투자 등 은행대출로 소비하는 움직임을 둔화시켜 채무로 힘들어하는 기업을궁지에 내몬다. 그렇지 않아도 내리막을 걷고 있는 영국더욱 악화시키고 만다. 이 상황에 영국 내에서는 "통화통합에서 탈퇴하여 통화와 금리 모두 인하하는 정책으로 먼저 경기회복부터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통화통합은 유럽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되기위해 1970년대부터 추진해온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영국정부서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결의를 여러번 표명했다. 그런 까닭에 필사적으로 외환개입을 시도했지고,
파운드 절하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영국은 유럽 통합의 중심국인 독일이 금리인하를 단행하여, 자금의 흐름이 독일에서 영국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물론 소로스도 독일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통일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겪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금리나 통화를 인하하는 정책은 되도록 피하려고 했다. 마르크 약세로 외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독일의 이런 상태를 소로스는 이미 충분히 분석해 알고 있었지만, 더욱 신중하게 지켜보는 중이었다. 같은 해 8월 말이 되자 독일정부는 "영국이 통화통합에서 탈퇴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명확하게 표명하게 되었다.

드디어 소로스가 파운드 매도에 나설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이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경제실태
② 수급상태
③ 정치요인

최대 요인인 경제실태는 이미 완벽하게 파운드 절하로 기울어 있었으며, 시장 수급상태도 파운드 절하로 접어들었다. 외환개입에도 불구하고 파운드 절하가 계속되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거기다 정치적인 조건도 갖춰졌다. 마지막까지 파운드를유지하려는 영국의 정치적 의지가 강했지만, 이미 영국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유일한 희망이던 독일은 국내 사정으로 정신없었고, 통화통합을 추구하던 유럽 각국의 연합은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다. 이 사실들을 확인한 소로스는 9월에 접어들면서 파운드 하락으로 100억 달러(10조 원 이상)를벌어들였다.

운명의 9월 15일이 왔다. 파운드는 이미 제한선인 2.77마르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영국 중앙은행은 마지막 수단으로 글리를 10%에서 12%로, 다시 15%로 하루 사이에 두 번이나 이바했다. 그럼에도 파운드는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파운드 시장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무너져 내렸다. 10월까지 달러 대비 20% 가까이 폭락했다.

소로스의 완전한 승리였다. 소로스의 펀드는 이 투기로 20억 달러(2조 원 이상)를 벌어들였고, 소로스 자신은 금액의 3분의 1을 보수로 가져갔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 영국 경기가 회복으로 돌아서 영국경제가 극적으로 부활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영국을 위해 싸운쪽이 영국정부인지, 투기세력 소로스인지 의문이 생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앙은행이든 투기세력이든 상관없이 경제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자가 승리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실패한다는것이다. 소로스를 알면 알수록 ‘경제의 본질을 간파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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