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절판


여기서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한국에선 연고와 정실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이 여러 번 찾아가도 안 될 일을 그런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전화 한 통화로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다. 이걸 부정부패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가벼운 '새치기'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새치기'에 브레이크가 있는지 의문이다.

- 한국인 코드 5 정(情) 중에서 --120쪽

한국인들은 법에 의해 적발된 공개된, 큰 부정부패에 대해서만 분노할 뿐 부정부패 그 자체에 대해 분노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는 내 처지에 비추어 본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이다. 부정부패 척결이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말로는 '깨끗한 정치'를 외치지만 선거 때 죽어라 하고 '깨끗한 정치인'을 뽑아주지 않는 이유도 한국인들 대다수가 부정부패에 적당히(?) 오염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한국인 코드 5 정(情) 중에서 --120쪽

한국적 관용은 주로 망각에 의한 관용이다. 미움도 증오도 복수도 없다. 좋긴 하지만, 동시에 책임규명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의제설정 방식의 독특성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드라마처럼 재미있는 건 좋은데,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그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 한국인 코드 7 소용돌이 중에서 --167쪽

한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주의는 '승자 독식주의'에서 비롯된다. 승자 독식주의는 강한 연고,정실문화로 인해 증폭된다. 줄 한번 잘못 서면 큰 일 난다. 줄서는게 싫어서 점잖게 지내는 사람에게도 기회는 오지 않는다. 줄선 사람들끼리 다해 먹기 때문이다.
- 한국인 코드 8 서열 중에서 --203쪽

우리 운동하는 사람들이 박봉에 고생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상황은 이미 넘어섰다. 우리에게도 엄연한 책임이 있고, 대중 앞서 외치는 구호는 좀더 정밀해져야 한다. 상대방의 실수에 기댄 투쟁보다는 우리가 만든 우리의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이 구호나 이념으로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실행은 없다는 것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기조가 되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 정권과 어떻게 다른지 우리 자신을 성찰하며 새해를 시작해 보자.

- 한국인 코드 에필로그 중에서 -
오창익, 성찰없는 운동의 위험, 한계레 2006년 1월 2일자 재인용-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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