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아빠육아
오성근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26개월된 딸이 있는 초보 아빠다. 아들만 둘 있는 집에서 자란 탓에, 설겆이도 집안청소도 그리고 간단한 요리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집안 분위기에 따라 결혼 후에도 그리 했었더랬다. 그랬더니 경상도 출신 마눌님께서 상당히 신기해하셨다(처음에는 거의 감격하셨더랬다...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시지만..ㅋㅋ)

마눌 집에서는 남자들이 밥상을 차리거나, 설겆이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그러한 집안 일을 도와주는 남편이 무척이나 자상한 사람으로 오해(?)한 셈인데...결혼 초, 이 오해를 바탕으로 가사에 대한 역할 분담을 나누게 되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인 관계로 아침을 그리고 주말에 한번하는 대청소에서 진공청소기 밀기 등이 내 몫으로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마눌님은 저녁을 담당하시기로 하셨더랬다.

하지만 회사일에 좇기는 마눌님은 가사분담 부분을 감당하시기에는 시간이 언제나 촉박했고(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늦게 끝남), 잠이 항상 부족한 탓에 주말이면 통잠 자기에 바빴다. 결국 가사의 상당부분이 내 몫이 되어버렸는데, 이를테면 저녁상 차리기와 빨래도 자연스럽게 내 담당이 되어버렸다. 어릴적부터 어머님의 훈련으로 인해 익숙하게 해오던 것이었기에 별것 아닌 것이라 생각하면서 했었더랬다. 물론 종종 생색을 무척이나 많이 냈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마눌에 비해 시간이 더 여유로운 나는 집안일을 참 잘 돕는다는 점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곤 했었다. 다른 남편들에 비해 좀더 많은 설겆이 횟수와, 상차리기, 그리고 주말에 종종 해주는 청소 등 집안일을 도와줌으로서 스스로 무척이나 자상한 남편이라는 착각(?)에 심취해있었는데....가사라는 것은 둘이 하나의 가정을 이룸으로서 당연히 서로 해야 일일뿐, 누가 누구를 도와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모성본능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딸아이가 엄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부(househusband)인 오성근씨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건 허구일 뿐이다. 다향이는 자기와 더 많이 생활한 아빠를 더 좋아하는 평범한 사실만 보아도 모성본능은 가짜인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딸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근데 주말에 조금 더 노력하는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

세상의 빠른 변화에 비해 우리의 고정관념은 너무 느리게 변하는 것 같다. 남성주부라는 선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오성근씨를 비롯하여 이땅의 모든 주부(househusband)를 위해, 제발 애정어린 눈길로 그네들을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성역활이 정해져있다는 고정관념에 충실한 딴지들 걸지 말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