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황빠와 황까.

두 단어가 우리사회를 양분했던 시기가 있었다. 열광을 나타내는 '빠'와 극단의 혐오를 나타내는 '까' 는 양 극단의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 대척점의 중간에 문제의 인물 황우석과 피디수첩이 있었다.

공정한 심판을 봐야하는 언론들은 정신 못차린채, 하루하루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팩트 좇아가기도 벅찬 형편이었다. 한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각각의 입장에 유리한 거짓말들을 쏟아냈다. 최근 유행했던 유행어로 표현하면 "큰거 한방이면 예술이 되는 형국"이었다.  언론이 우왕자왕하는 사이에 황빠들의 총공세는 국익이 진실보다 더 우위에 서는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라에 진실이 승리한다라는 아주 소박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있었는데. 다. 다름아닌 피디수첩의 한학수 피디와 케이로 불리는 공익제보자. 생명공학에 관해선 거의 백치수준 이었던 한피디에게 이른바 학습(?)을 시켜가면서 황우석 사단의 거짓말을 깨뜨리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시켜 켜 나가는 과정은 두 주먹을 꽉쥐게 만들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한줄도 제대로 못 읽던 논문을 수백번 읽는 동안 진실을 밝혀낼 진리의 도구로 탈바꿈 시켰고, 논문에 숨겨져 있던 진실탐사의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에 이르는 장면에서는 뜨거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어찌 영화보다 더 재미나지 않으리오).

줄거기는 너무 간단하다. 황우석 사단(연구팀을 이렇게 불렀다)이 연거푸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네이쳐라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고, 그 업적 부풀리기에 동원된 언론은 불치병도 단박에 나을 수 있다라는 환상을 대대적으로 심어주었다. 그 환상에 눈이 먼 사람들로 가득찬 한국사회에서 황박사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눈씻고 찾아볼레야 찾을 수 없던 그 순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온몸으로 진실보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승리했다는...정말이지 소설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가 불과 1년전...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과 언론과의 전쟁을 덕분에 우리는 모두 테라토마, 체세포복제, 그리고 지문검사 등과 같은 유전공학 전문용어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아주 쉽게 구사할 수 있는 유식한 국민이 되었지만 입맛이 씁슬한 것은 우리 속의 욕망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자에게 조국이 있다라는 현란한 수사학을 바탕으로 하나의 살아있는 권력이 되어버린 우상의 몰락은 우리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공익제보자 K와 B에 대한 보상이 하루 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우리사회에서 공익제보자가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는 참여연대에서 발간한 불감사회라는 책을 참조하면 더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원래 취재된 기사보다 보도하지 못한 뒷담화가 더 재미있는 법이다. 익명으로만 밝혀야 했던 비호세력에 대한 실명 뒷담화가 하루 빨리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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