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150일간의 세계일주
세스 스티븐슨 지음, 윤미나 옮김 / 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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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신간이 나왔다,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위시리스트에 담게 되는 몇 개 출판사가 있다. 관련 포스팅(링크)에서도 한 번 언급한 바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문학동네 임프린트 달. 게다가 이번 도서는 달 출판사 트위터 @dal_publishing 에서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라 더욱 뜻깊기도 했다. 그 서평을 이제사 쓰는건 함정이지만 ^^;






우선은 책이 참 귀여운 디자인이라 좋았다. '사진이 단 한장도 없는 여행 에세이'라는 컨셉도, 제목에서 보여지는 이 책만의 독특한 여행 스타일도 모두 맘에들었다. 역시 달은 뭔가 다르구나, 싶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학 후유증과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책 읽기를 미루다 미루다, 정말 이 제목만큼 책을 처음 펼쳐든지 150여일쯤 지난 지금에야 리뷰를 쓰는것에 책과 출판사, 저자 역자 등등 모두에게 두루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누가 묻거든 거듭 강조해서 말하지만 결코 재미가 없었다고나 별로라서 그런게 아니라. 이 모든게 내가 못난 탓이라 그런 것 이기에(... )

하지만 보기엔 참 귀여운 이 책이,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보편화 된 책 (150*210 정도 규격의) 크기에 너무나 익숙한 내겐 읽는동안 조금 불편했다다. 그리고 그것이 책을 좀 늦게 읽고, 서평은 더더욱 늦게 쓴 것에 대한 변명거리 중 하나라고 밝히고 싶었다. 책 덕후라면 일부 공감할 내용이지만, 책을 너무 활짝 펴서 읽어 바닥에 그냥 내려놓았을때 표지부터 중간지점까지 책장이 살짝 벌려져 둥실~ 하고 뜨는게 너무 싫었던 나머지, 안그래도 작은 책을 아주 소심하게 옹송그린채 봐야만했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흑 ㅠㅠ)





늦은 리뷰에 심지어 잡소리까지 길어졌다. 뭐 여튼, 이렇게 늦어진 리뷰지만 책 내용으로나마 뒤늦게 돌아와보면, 약간은 특이한 그리고 모험정신이 강한 어느 한 커플이 (그리고 비행기를 극도로 혐오하는) 어느날 갑자기 잘 하고 있던 일과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세계여행을 결심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150일간의 조금은 전개가 빠른 일정들이 이 작은 책 안에서 순식간에 흘러가고, 그들이 다녔던 대륙 곳곳에 대한 간략한 기록들과 그 안에서 느꼈던 여러가지 정보와 지식, 감상들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주인공인 커플이 본국인 미국에서는 전문 지식을 토대로 글을 쓰는 일에 종사하다보니, 이제까지 읽어왔던 지리학자 혹은 감수성을 앞세운 방랑 여행가들이 쓴 여행기와는 조금 다르게 '여행 자체와는 조금 무관한 나름의 지식과 정보을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알찬 내용'들이 담겨있다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여행기로써 두 주인공이 다니며 남긴 곳곳에 대한 기록은,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직접 발을 딛고 다녀본 곳 '일본'에 대한 부분만 유독 반가웠고, 그 묘사글 하나하나를 모두 상상하며 따라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딱히 자세하게 쓸 말은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나처럼 여러가지 조건적 한계들로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그런 아쉬움으로 이런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대리만족 하고 있는 수많은 독자들의 공통점일테니까. 

내 책리뷰는 언제나 그래왔지만, 이렇게 두서없는 이야기속에 최종적으로 뜬금없이 결론을 내린다. 이번에는 '나 이 책 때문에 여행병 돋았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덕분엔지, 이번 8월 말에는 그간 알게모르게 홀로 고생했던 여러가지 사건들에 대한 보상으로 나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여러가지 방황 아이템들을 기획해놓고 디데이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나 또한, 언젠가는 이런 책을 꼭 한 번 (출간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참 오랜만에 독특한 여행기를 만나 반가웠고 흥미로웠다고 전하고 싶다. 주인공 두 사람의 이후 또 다른 여행기들을 국내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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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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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랙홀처럼 나를 빨아들이는 책을 만났다. 우리에게는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로 잘 알려진 정유정 작가의 신작 <7년의 밤>. 세계문학상은 등단 작가들이 단숨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 좋은 길 중 하나로, 1대 수상자 <미실>의 김별아 작가 이후로 내가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작품들이 늘 선정되어 왔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상을 받은 직후 그녀는 종적을 감춰 버렸다. 마치 세령호의 그 아이 서원처럼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이고 싶은 것 마냥 자신을 감춘채 이번 작품을 집필하는데만 몰두했다고 한다. 그렇게 2년여만에 이번 신작이 나왔다. 






사실, 작가의 전작 <내 심장을 쏴라>는 개인적으로 몹시 나쁜 소설이었다. 문학적 감수성이나 작품성 등등은 생각지도 못할만큼 사람을 감정의 늪에 빠뜨려서 어떤 식으로도 절대 동정할 수 없는 주인공 인물에 대한 무한 분노를 터트리게 만들었다. 그게 정유정 작가가 지닌 리얼리티의 수준이란걸 나는 잘 안다. 하지만 어쨌든 몹시도 기분 나빴다.

더불어, 이번 <7년의 밤> 속 최현수나 오영제 같은 인물들 역시 만만치 않게 힘든 존재였지만, 적어도 그 전에 비하면 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만큼 불쾌해지지는 않았다. 그것이 작가와 나 중 어느쪽의 변화 때문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만만치 않았던 이 책 덕분에 지난 주말을 온전히 내가 아닌채로 보내야만 했었다.  






<7년의 밤> 이야기 구조의 전반적인 느낌은 나의 첫 하루키였던 <해변의 카프카>와 흡사했고, 이번 한장만 더, 한장만 더, 를 읊조리며 시선을 끊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은 재작년 여름 같은 상황에서 나를 충격의 도가니에 던져버렸던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과 닮아있었다. 써놓고보니, 두 작품 모두 일본에서 꽤 주목받는 소설가의 작품들이라는 점이 묘하게 재밌기도 했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건 픽션이야, 이건 소설이야'라는 암시를 계속 되뇌었지만, 여전히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의도적인 쓰임인지, 단순한 오탈자(혹은 내가 잘못 아는것일지도)인지 모를 띄어쓰기가 생략된 명사+명사 단어의 몇 개 사용들은 그야말로 숨을 쉬는 것 조차 버겁게 만드는 구속력으로 나를 장악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스스로를 보통 혹은 평범이라고 수식하는 이들에게 너무도 충격적이게 느껴질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도가 아주 조금 더 극적일 뿐, 알게모르게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유형의 우리 주변인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오싹했다. 남들이 '반전'이라고 부르는 말미의 스토리 전환에서도 그랬다. 이 이야기의 인물들이 지닌 얘기들은 정말 너무도 우리의 '주변'에 흔히 도사리고 있는 예제들이었다. 문득 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이해하고 묘사할 수 있는 이 작가의 개인사가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알아볼 마음도 방법은 없기에, 그것에 대한 대체 방편으로 이후 그녀의 작품들을 눈여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신작 덕분에 나는 7년의 밤과 그 이후의 더 많은 시간동안 그녀를 주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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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세트 - 전5권 - 우리 시대 건강한 시민을 위한 열린 한국사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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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주 좋은 책을 선물받았다.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된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시리즈 전 5권 셋트.


최근에 서점에서 비치된 것을 보고,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도 지인을 통해 꽤 비싸고 묵직한 이것을 손에 넣게 된 것 : )


여러모로 이 녀석과 나는 참 운명이었나보다.







권당 18,000원의 가격으로 총 5권 묶음 90,000원. 하지만 가격대비 아주 잘 만들어진 책이다. 
각 권은 시대별로 원시시대에서 남북극시대/고려/조선/개화기/일제강점기로 나눠져있다.

우리 역사에 대해 애정이 특히 깊은 학생들이라면 진로나 여러가지 기회들을 위해
취득해두면 좋을 법한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준비에도 꽤 효율적일것 같다는 생각이다.



▶ 한국사 능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시험, 홈페이지 바로가기 (클릭)









내가 수능보던 시절에 특히 유행했던 누드교과서를 생각나게도 했다.

교양서라기 보다는 집마다 한 셋트씩 비치해두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역사공부를 하면 좋을법한 그런 책이었다.








역사교육은 무엇보다 사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대를 읇어주는 역사가에게도 개인 나름의 가치관과 판단 기준이 
존재하므로 단순히 사실만을 읊어주는 역사서는 사실상 존재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우리 국사를 배우고 이해하는데는 무엇보다 
그 중심을 잡아줄 사관의 기준이 중요한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수 많은 필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차이를 좁혀가며 정리한 내용이라는 점이 특히 맘에들었다. 










역사상의 사실은 순수한 형식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 존재할 수도 없다. 
즉, 언제나 기록자의 마음을 통해서 굴절해 오는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Carr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국사를 수험과목으로 공부하던 6-7차 교육과정 시기까지는
국사 교과서의 제일 첫 장에 역사를 대하는 입장에서 사실로써의 역사와 기록으로써의 역사가
상호작용을 한다
는 관점의 E. H. Carr가 가장 중요한 역사학자의 기준으로 제시되곤 했었다.

'역사는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그 유명한 말을 한 학자가 바로 저 E. H. Carr이다.
그는 공부 좀 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로망으로 꿈꿔봤을 골든벨에서도 종종 주요문제로 다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한국인인 이상 국사는 '선택이 아닌 의무로써' 공부해야 하는
중요한 항목임을 새삼 가르쳐주는, 현대 사회의 이슈들을 두루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물론 우리 국사의 흐름에 있어서 지나간 일이라고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들도 이해하고 기억하기 쉽게 다채로운 편집을 통해 정리되어 있다.







한동안 각종 매체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는 것에 대해 큰 이슈가 붉어졌었다.


나 때도, 고1때까지는 의무로 국사를 배우다가 대입 전형에 들어서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문과 중에서도 11개 사회 과목에서 선택하는 과목 중 하나로 국사가 배정되어 있었다. 
'국사 선택과목 논란'의 불씨는 어쩌면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국사'가 재미없고 지루한 과목이라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사관이나 기존 자료들, 교육 방식에 크나큰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고위 공직자가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국사를 영어로 공부하는 방식을 택해보자는 뻘소리까지 할 정도겠는가?





분량이 상당한 책을 우선은 가볍게 훑어보던 중, 마지막 5권의 끝자락에서 이 문장이 내 시선을 덜컥 붙잡았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기본 예의범절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시대라지만
우리 역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사라지는 것 만큼 슬픈일이 과연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런 책들이 보다 더 많이 나오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 만큼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또 없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직은 역사공부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어 기나긴 휴학을 끝으로 학교에 돌아와
사학 전공을 복수로 선택해 지난 열정을 되새기고 있는 요즘,
이번 학기에는 이수할 국사과목이 없어 아쉬웠던 내 맘을 이 책이, 많이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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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미아, 루미 틴틴 다락방 1
백승남 지음 / 한겨레틴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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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작가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담과 적절한 상상의 산물들이 엮어져 만든 이야기였다. 항상 비슷비슷한 흐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상념에 빠지는 소재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린아이들의 투병 얘기다. 그리고, 그래서 더 가슴아프다. 가시고기도 생각나고, 국화꽃향기도 생각났던, 상투적인 신파가 아니라서 더 아렸던 이야기……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스토리가 있는 컨텐츠를 접할때, 기본적으로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돌입하는 타입이다. 어차피 보게 될 것이라면 장르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도 모르는 상태로 봐야 감상의 나래를 펴는데 제약 없이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소재들이 얽혀있어 복잡한 구조라면,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한 끝에 한번이든 두번이든 더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보기에 앞서 '이것은 어떠한 색깔의 무엇'이라고 규정한다면, 그 순간 하나의 컨텐츠를 접할 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몇가지들을 놓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책 소개 페이지에 제시된 내용인줄도 모른 채 혼자 '복선으로 추측되는 두 개의 설정을 읽었다'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 중 하나는 맞았고, 하나는 기우였을지언정 말이다. 그래서 '이건 아니었나?' 싶은 잠정적 결론이 난 상태에서도 책을 완전히 덮을 때까지 계속 두근거리고 긴장한 상태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참 몰입력도 남다르지…….





우리는 단지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부모네의 희생을 너무 당연시 여기며 살아가는 참 이기적인 존재가 아닌가라는 철 든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것이 가족간이라 한들 인간관계에 있어서 당연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인정하지 싫어 숨겨둔 치부를 꼭꼭 찌르는듯한 느낌이 주인공 '강이'를 통해 거듭 반복되었다. 덕분에 내가 다 환자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아마, 제목의 루케미아를 읽는 순간 어떤 내용인지 대충 짐작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등록 헌혈증을 꺼내어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핑계로 어렵지 않게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 일에 게을렀었는지 되새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시절에는 '산 목숨을 내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크거든 골수이식과 사후 장기기증 모두 신청해야지'라고 늘상 말했었는데, 막상 그 고대하던 어른이되고 보니 이것저것 따지고 고민하게 된, 부끄러운 내 자신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는 손에 들고있는 시간동안 여러가지 반성을 안겨준 책이 이번 <루케미아 루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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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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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기한 책을 만났다. 고3 수능이 끝나고 봤던 경제학 콘서트와도 닮은듯 한 책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라는 제목의 시작부터 기묘하고 의미심장했던 이야기. 하지만 귀여운 표지와는 달리 결코 만만하게는 볼 상대가 아니었다는 사실. 






숫자란 대체 무엇인가, 우리가 무심코 간과했던 일상의 것들이 저마다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다각적 관찰과 분석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경제 교양서인데 새삼 철학적 가치를 깨달았다는 사실.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는 것'. 인식의 차이는 얼마나 다른 해석을 도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단적인 예였달까? 미국의 상황을 기본으로 설명하다보니 쉽게 와닿지 않거나 개념을 이해하기에 시간이 좀 걸리는것(혹은 개인적으로 검색 등의 방법을 통해 공부를 좀 해야하는)도 있었지만 그 또한 나름의 재미였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참 의외의 생각을 많이 한 편이었다. 경제나 통계학이나 뭐 그런것의 매력 보다는 '아, 경제/통계학자들은 진짜 힘들겠구나', '세상엔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 싶은 것들 말이다.

더불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 보다 훨씬 대단하고 거대한 것이라는 사실도.

해당 분야의 책들 중 이례적으로 빨리 읽은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아마 내가 전공으로서 택했던 이쪽 분야에 좀 더 미련이 남았었다면 연구하는 기분으로 책을 구석구석 파헤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자들이 때로 그런 말을 한다던가? 정복하기 어려운 여성을 만날때 전투의지는 불타오르고 더욱 상대에 대한 매력을 강하게 느낀다고,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이 책이 아마도 내게는 정복하기 어려운 도도한 미녀같은 존재로 각인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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