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0년 '정의'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의 최신작이 나왔다. 아직 리뷰는 올리지 못했지만, 연초에 2012년의 첫 책으로 『왜 도덕인가?』를 읽었으며, 그와 흡사한 느낌으로 나온 책이라 선뜻 읽을 맘이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하면 좀 더 보편적인 가치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풀어줬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과제 러쉬로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읽어보게 되었다. 우선 결론을 말하자면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샌델의 글을 읽다보면 모든 풀이나 설명에 동의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하게 해 줘서 좋다. 그 고민의 시작은 내가 그동안 어떤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봤는지, 그리고 내가 나를 얼만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까지 확장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내용과 무난한 예제라서 좋았고, 『왜 도덕인가?』에 비하면 좀 더 현실적인 가치 평가 및 내용 설명이 이루어져서 좋았다.  


가장 최근에 온/오프라인 상에서 이슈화 된 '가치'에 대한 '기준' 문제를 예로 들자면 아마도 제주 해군기지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것에 대해 비평하는 대상과 평가기준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중 혹자는 국가 안보라는 중대사를 두고 '그깟 바위가 대수냐'는 표현을 남용하곤 했다. '그깟'이란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올 수 있었던걸까?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과 자연의 모든 것들이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듯 대체 왜 조금 더 불편하게 살 수는 없는건지, 조금 덜 효율적이더라도 조금 더 아름답게 살 생각은 안하는건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전동차처럼 돌아가는 요즘 세상을 보며, 벌써 이년 전 샌델이 왜 그렇게 열풍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진지하게 해 볼 수 있었다. 

이번 책의 출간을 계기로 샌델이 또 한번 내한을 한다. 비록 이번 강연엔 참석할 수 없지만, 나는 앞으로 이 사람의 책을 꾸준히 읽을 생각이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나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퓨어 2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플라톤의 우주관이었나, 서양 고대사에서 배운 내용을 이따금 떠올리곤 한다. 세계는 가장 평온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서부터 (아마도 에덴동산 같은 의미의)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악에 따라 서서히 신이 정해준 궤도를 벗어나며, 완전한 원 운동이 아닌 탈선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하여 황금 시대가 은의 시대로, 은의 시대가 청동의 시대로, 청동의 시대가 다시 철의 시대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사악해지고 전쟁으로 많은이가 죽어나가며 정치에는 부정부패가 끼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의하면 현대의 우리들이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 그 문제의 '철의 시대'라고 한다. 

사춘기가 막 지나고 '고대의 7대 불가사의' 같은 것을 접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인류가 부단히 노력해서 어떤 문명을 이룩하고 발달시켜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인류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디셉티콘의 메가트론 같은?) 어떤 큰 능력자 혹은 힘이 존재해 그 문명을 깡그리 뭉개버리고 다시 원시의 상태로 돌려놓는게 아닐까… 라는 것. 그런 과정에서 약간의 '힌트' 개념으로 이전 시기의 인류가 세웠던 몇몇 지표들을 남겨두는데, 그게 바로 그 불가사의다! 하는 상상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수십세기 이전의 상징물들이 현대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당최 이해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디스토피아 문학(& 관련 장르 컨텐츠들)이 들끓듯 유행하는 걸까? 그리고 또 하필이면 종말의 해로 2012년이 언급되는 것일까, 하는 것들이 조금은 -음모론적으로- 더 이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플라톤이 말했던 '막장 철의 시대'이며, 우리의 문명은 자연을 너무 훼손하고 극도의 이기주의로 치달은 나머지 곧 메가트론 같은 강력한 세력이 나타나 지구를 다 부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게 될 것이라는 것.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 시기에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며 막연하게 그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학창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온갖 음모론적 망상들을 모두 끄집어내며 혼자 불안해했다. 뭣보다 윌럭스를 필두로 한 지독하게 이기적인데 뭔가 많이 결핍된-그리고 자신들이 구원자라고 믿는- 돔 속의 인물들부터 이야기의 소재들이 지독하게 현실적인지라, 이 내용들이 바로 당장 내일 현실로 일어나도 전혀 뜬금없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정말이지 지금이 정말 철의 시대고 머지않아 지구가 한번 뒤집히는 그 타이밍이 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렇게 힘들어하며 계속 이야기에 몰두하는 나도 참 이상하지만. 읽는 내내 거듭 생각했던 것 하나는 '나는 좀 더 오래오래 퓨어로 살고싶다'는 것 이었다(... ) 부디 소설 속 망상으로만 존재해주길 바라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애써 거부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 주변에는 아이언맨처럼 대놓고 활약하는 어벤져스도 없으니까! 

(어느 리뷰를 읽으니 『퓨어』 영화판에서 윌럭스 역에 게리올드먼을 언급한 구절이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너무, 멋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마이 러브
가쿠타 미츠요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마지막 편을 제외하고 한결같은 구조로 시작한다. 「B를 만난 건 언제였고 그때 A는 몇 살이었다.」그리고 다음 편에서 B는 자신의 이야기 속 A가 된다. B는 A가 되고, A는 일방적인 사랑을 통해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크기의 감정을 떠안고, 그러다 이별하고, 한단계 성숙해진다. 참 뻔하고 뻔한 내용인데도 이 책이 좋았던건 결국 여러 편의 연작 속에서 등장하는 그 수많은 인물을 애써 한울타리 속에 가두지 않고 어쭙잖게 꿰어맞춰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식으로 연결짓지 않았다는 사실 이었다.


뭐랄까… 혼자만의 사랑이 번번이 이어지지 못한 채 맴도는 걸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쯤은 겪어보는 짝사랑 혹은 '내가 훨씬 더 많이 사랑해서 그만큼 애태우는 불균형적인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하나 이상은 공감할 구절이 있을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매장의 한 구절 이상씩 흠칫해야만 했다. 내가 B였던 경험에는 아팠고, 내가 A였던 기억에는 우울했다. 

각자의 색깔은 천연하게 다르지만 결국 모든 얘기가 한결같이 말해준다. 진정한 사랑은 우리를 아프게 하고, 그 아픔은 언젠가 시간을 먹고 성숙해지며 모든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시야를 넓게 한다고… 다행인 것은 이런 형식의 책 속에서 '앞에 나왔던 그 인물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에 안타깝지 않도록 모든 주인공의 이야기가 꽤 자세히 제시된다는 것이었다. 혼자만의 상상으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목마른 느낌들,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챙겨보던 재연 프로그램에서 '그래 결심했어!' 하는 순간과 함께 양쪽의 화면이 갈리고 나면 그 모두를 보고 싶은 갈망들, 그걸 이 책은 나에게 지워주지 않았다. 
 


이야기를 2/3쯤 읽었을 때 깨달았다. 매편의 B는 다음 편에서 A가되어 나이를 조금 먹고 새로운 B를 만난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 그 후의 사건을 말하니 책장이 넘어갈수록 시간은 자연스레 흐르고 결국 그런 것들이 모두 우리의 인생을 비유하는게 아니었을까… 이 책 『굿바이 마이 러브』는 좀 오글거리는 제목과 달리 이제껏 만났던 그 어떤 옴니버스 보다도 더 제대로 몰입했던 이야기다. 읽는 내내 리뷰에서 하고 싶은 말이 샘솟듯 떠오르다가도 당장 책장을 덮기가 싫어 읽다 보면 어느새 그 기억은 또 다른 감정에 덮이고 마는, 더없이 이 책과도 같고 진짜 우리의 '사랑 얘기'와도 같은 경험이었다. 나는 이 책을 조만간 함께 살게 될지도 모를 나의 오랜 친구에게 빌려줄 생각이다. 그 친구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분과 비슷한 무게감의 감정을 느낄 거라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 그녀와 선배의 이야기 세트 - 전2권 나와 그녀와 시리즈
토지츠키 하지메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奇譚 [ 기담 ] ①기이(奇異)한 이야기 ②이상야릇(異常--)하고도 재미나는 이야기
 


이따금 누가 '이런 얘기 알아?' 하면서 들려주는 기담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그 '기담'에 관계된 이야기는 대부분 주술이나 사령에 관한 내용이 많다. 근래에 흉흉한 사건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 사령이란 단어에 좀 민감해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사령 문화는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극히 친숙한 속성 중 하나일 것이다. 당장 명절마다 지내는 제사 의식이나 우리나라 방송 컨텐츠 중 가장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전설의 고향』이 가장 대표적인 실례이니까. 

언뜻보면 청춘 로맨스물 같은 제목의 이 만화도 바로 그 기담과 사령에 관한 내용이다. 아닌듯 묘하게 이어지는 내용 중 '선생 이야기'가 첫 번째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읽고 나서의 느낌은 그 반대가 아닐까… 란 생각을 하게했다. 왜 어떤 이유에서 이런 형식으로 순서를 정했는지는 충분히 알겠지만, 그렇게 미묘하게 앞뒤가 아닌듯 하면서도 맞물리는 이 책은 역시 기담답게 참 묘했다. 


기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봐도 알겠지만 이 내용들은 모두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 현실에서 갈구하고픈 이야기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연한 마음으로 잃어 봤다면, 누구나 한번쯤 거짓말처럼 그이가 돌아오길 바랐던 바 있을테고, 그런 아쉬움이 어느샌가 정리되고 진정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때 그 곳에서 부디 평안하기만을 기도하는 것 까지, 정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들이 이 '이야기' 시리즈의 기담 속에 모두 담겨있다. 기묘하다는 것은 그와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다른 내용의 이야기 속 감정들은 전혀 기묘하지 않은 것이 바로 기담임을 깨달았다.

 

 

src="http://www.hwimun.com/plugin/CallBack_bootstrapper?&src=http://s1.daumcdn.net/cfs.tistory/v/0/blog/plugins/CallBack/callback&id=389&callbackId=wwwhwimuncom3896430&destDocId=callbacknestwwwhwimuncom3896430&host=http://www.hwimun.com&float=left&random=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고 '어머 이건 꼭 사야해' 하며 끌렸던 책인데 알고보니 그 유명한 『노다메 칸타빌레』 작가였다. 노다메 시리즈가 음악 만화(심지어 클래식)라서 술 그것도 과음과는 참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싶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 만화도 못지 않게 골때리는 작품이었단 사실을 이 책 『음주가무 연구소』를 보면서 조금씩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아.. 그렇구나 이 작가는 그랬구나(... )


작가와 주변 지인(작업실 어시스턴트 포함)들의 실제 '술 마시는' 얘기가 에피소드 별로 실려있다. 그냥 마시는건 아니고 늘 과음이다. 그것도 아주 고주망태가 되도록… 그 때문에 각종 신체 질환을 비롯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내게는 항상 반듯하고 타인에게 피해 끼치길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이미지가 너무 선명한터라 적잖은 컬쳐쇼크가 왔고, 나중에는 급기야 '아 나정도면 그래도 양반이구나' 하는 위안(;)을 얻기까지 했다. 팝업으로 된 맥주잔 표지는 그냥 멘붕 그 자체였다.


이 책을 보다보면 술이 땡길거란 얘기를 들었는데 난 반대로 절주를 결심했다. '이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하면서(작가님 죄송)

물론 못지 않게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도 좋아하는 타입이라 나중에는 그냥 낄낄거리며 즐겁게 읽었고, 대목대목 어떤 부분에선 그들만의 '술꾼(술또라이) 경쟁'에 합류하고 싶은 오기까지 샘솟았지만, 이 만화 속 인물들에 비하면 나는 그냥 평민이었다. 그리고 굳이 레벨업 하고 싶은 마음도 안드는걸 봐선 이정도로 만족하고 사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다. 그치만 분명하게 확언하건대(!!) 당신이 술 좀 좋아하는 애주가라면 이 책은 무조건 강추다. 나처럼 위안을 얻든 자극을 받든 그건 각자의 사정일지라도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