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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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인상깊게 봤던 영화 GO. 똑같이 GO를 좋아했고,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을 좋아했던 그녀를 회상하며 언젠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들을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알라딘 이벤트로 밤의 피크닉과 연애소설을 함께 사게 되었다.

3개의 소설 중 첫번째를 읽으며 약간 흥미를 느꼈다. 두번째 소설에서 실망했다. 세번째 소설을 읽는 도중 매우 실망했다. 같은 소재의 계속된 반복들. 법과대학, 운명, 손을 놓지 말아라, 죽음, 재일한국인 기타 등등. 법대출신인 작가가 실제로 겪었던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었는지 몰라도 한번 써먹은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집에서 계속 써먹는 거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돈 들여서 책을 살 때는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 이번에는 꽤 당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마지막 소설 '꽃'이 그런 기분을 싹 가시게 해 주었다. 어지간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야하는데 스포일러 금지라는 주의사항이 있어서 쓸 수가 없겠다.

간략히 정리하면 세 편이 따로 있으면 괜찮은데, 지나치게 비슷한 소재가 계속 등장해서 한꺼번에 읽으면 약간 짜증이 날 수 있고, 혹시 그런 기분이 들더라도 끝까지 읽으면 만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잊지 않을 것이며, 손을 놓아서는 안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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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전은강 지음 / 디오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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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참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너무 많이 써먹어서 작위적인 냄새가 풀풀나지만 그런 상상력을 가진 작가에게 일단 박수를 보낸다.

 재미있고, 인간 심리의 극도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데 도대체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산 책의 표지에는 어디에선가 이달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고 금색딱지가 붙어있다. 허무한 결말에 이어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을 최근에 겪은 것 같은 작가의 후기를 보아도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희대의 사기범이지만 법망을 잘 피하는 아버지도 모자라 도저히 부자지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마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에서 부부로 등장해서 서로에게 발길질과 총질을 한 것보다 더 심한) 잔인한 가학행위들 속에 일시적 웃음말고 무엇을 바래야 하나. 그냥 역설이었다고 말하는 후기의 말로 다 때우기에는 모자란 것 아닐까.

 인간의 원초적 가학성과 성에 대한 본능이 지배하는 내용들 틈에서 너무 가끔 나오는 부자지간의 정상적 인간관계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엄청나게 높은 사회적 도덕기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소설같기도 하고 조금 나이먹은 애들이 볼 동화 같기도 한 이 소설을 보니 애정결핍의 영향을 받는 두 남자는 작가와 독자인 내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왜 썼으며, 난 왜 봤을까. 아직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그냥 웃겨서 좋은 책이라는 말 말고 다른 대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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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Ben 2005-09-2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소설이 '우수도서'라는 딱지를 붙인 책이기에 기대치가 조금 높았던 것 뿐입니다. 세상사 모두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상술이건 뭐건 간에 좋은 책이라고 선전하는 책이 이런 수준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악의짙은 리뷰를 쓴 것은 '우수도서'에 대한 반발이며, 왜 우수한지 설명해달라는 것입니다. 무의미한 것이 우수할 수도 있고, 권위없는 '우수도서'인데 제가 과민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다른 분들의 평이 너무 호의적이기에, 또 그 분들은 그냥 재밌어서 좋았다는 평이었기에, 다른 이유를 좀 달라는 것입니다. 멋모르고 인터넷에서 이 책을 주문한 나를 탓할 수밖에. 그리고 나는 작가에게 무엇인가를 바랬다기보다 '우수도서' 딱지를 붙인 인간들에게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하고 바랬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제 항변을 볼지 말지 몰라도 그렇게 이해해주시길.

RyanBen 2005-09-2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조국, 지식, 국민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서, 아버지, 어머니, 자식에 대응시킨다니 놀라울 따름이군요.(썩 어울리는 해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혹시 원래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하신지 아니면 작가가 어딘가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책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신경에 거슬리는 표현들에 집착했던 저로서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다시 보고 생각을 더 해보지요. 정성스러운 코멘트에 감사드립니다.
 
열광하는 스포츠 은폐된 이데올로기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7
정준영 지음 / 책세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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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산 지는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어제 겨우 첫 부분을 읽게 되었다. 국내의 저자가 쓴 스포츠에 관한 책치고 그다지 훌륭한 것이 없기에 이 책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조금씩 읽어갈수록 어디선가 많이 본 내용이다 싶었다. 작년에 골머리를 썩혀가며 썼던 졸업논문의 내용과 겹치는 내용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저자가 번역한 책을 내가 많이 참고했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먼저 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반년 먼저 출간된 책이다. 이거 오히려 내가 표절을 한 셈이 되어버렸다.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고 밝히는 저자가 스포츠를 연구하면서 제법 본질을 꿰뚫어보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도대체 스포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보통은 쉽게 답할 수 없다. 우리가 스포츠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은 바로 '제도'에 있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스포츠에 대한 궁금증을 대부분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책을 다 안 읽기는 했지만 대강의 이야기는 추측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저자가 이전에 참고한 책과 내가 참고한 책들이 많이 겹치기에 저자만의 특이한 주장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사회과학을 연구한 학자가 스포츠라는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제도를 한글로 세상에 널리 알리려고 하는 시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를 학문으로 연구해보고 싶다거나 아니면 스포츠의 본질을 조금이나마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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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감독 전집 콜렉션 - 시계태엽 오렌지 + 아이즈 와이드 셧 + 샤이닝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 풀 메탈 쟈켓 + 로리타 + 베리 린든, 워너 박스세트 파격 할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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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말로만 듣던 샤이닝을 보기 위해 인터넷을 헤매기도 하였고, 수업시간에 영어자막으로 시계태엽오렌지를 처음 보았을 때는 엄청난 충격을 받기도 했다. 영광의 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풀 메탈 자켓, 로리타 등을 차례로 봤는데, 볼수록 큐브릭의 천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시계태엽오렌지를 비롯하여 큐브릭의 컬렉션이 DVD로 나온다고 하기에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삭제 무암전 버전이라고 하는데 이전에 봤던 영문 버전과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여러 사이트에서 가격을 비교하니 알라딘이 가장 저렴한 것 같고, 큐브릭의 영화를 소장한다는 기쁨에 사버렸다.

 받아보니 화질이 확실히 우수했다. 스페셜 피처나 다큐멘터리가 부족한 것이 흠이긴 하지만 살만한 가치는 충분한 DVD라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을 내서 스탠리 큐브릭의 모든 영화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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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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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쓴다는 것은 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다가 낭패를 보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는 매우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정신병자 같은 사람 이야기가 왜 그렇게 유명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위대한 소설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가는 항상 의문이었다.
작년 스페인어권 문학에 대한 강의 첫 시간에 선생님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왜 마지막 장면에 꼭 두 남자가 맨 몸으로 결투를 벌이는가를 비롯하여 오늘날 문화의 많은 코드들이 돈키호테에서 비롯되었다는 말로 나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사정상 그 수업을 신청하지 못하고 돈키호테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시공사에서 새로 번역한 책이 나왔기에 사서 읽게 되었다. (강의에서 들은 말이지만 이 책이 나오기 전의 돈키호테는 어느 출판사 책이나 번역이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돈키호테를 다 읽는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는 이 책을 기필코 읽고야 만다는 집념으로 책을 집어들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대단한지 쉽사리 알아채기 어려웠다. 책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세르반테스는 책을 꽤 재미있게 썼는데, 당시 역사적 사정들을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읽는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다.
돈키호테는 예상대로 정신병자였고 소설속에서도 그렇게 못을 박고 있다. 하지만 항상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니라 가끔씩은 매우 논리정연한 말들로 주위를 놀라게 한다. 원래 돈키호테를 미친 사람으로 설정한 것은 세르반테스가 검열을 피하면서 사회비판을 하기 위해서였다. 설정이 그렇지 않더라도 풍차를 거인으로 보는 것이나 양떼를 군대로 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돈키호테만 제대로 보고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돈키호테의 내용 중에는 사랑 이야기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둘시네아에 대한 돈키호테의 사랑을 기본축으로 소설 속에는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수많은 커플들이 등장한다.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넘어왔다는 사랑의 개념이 돈키호테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돈키호테의 연인인 둘시네아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끝내주게 잘 생기고 똑똑하고 돈도 많은 남자, 여자라는 설정이 맘에 안 들지만, 적극적인 여성상을 많이 보여준 점은 좋게 평가하고 싶다.
돈키호테가 조금 재미있지만 별다른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그 내용들이 출판될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으나 지금은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키호테에서 시작된 다양한 소재, 형식들이 근본이 되어 현재 사회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즉 근대를 만드는 바탕이었기에 지금은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위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수백년 전의 이야기가 별다른 이질감없이 다가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돈키호테에 대해 이 정도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아쉽고, 엄청난 페이지 수로 독자를 압박할 수도 있지만 일독의 가치는 충분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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