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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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 시작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혹시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을 아시나요? 계단 청소나 환경 미화 같은 일반적인 생활방역이 아닌, 아주 더럽고 지저분하고 사람들이 꺼려하는 것을 치우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들이 치우는 것에 죽은 사람의 흔적이 포함된다는 것이 서글프고 비극적인 일이겠지만 말이죠. 동물의 사체, 거주자의 강박증 때문에 쓰레기장이 돼버린 집, 끔찍한 사건 현장, 말없이 죽은 사람의 유품 등 말 그대로 “특수한 청소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이들이 찾아갑니다.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의 대표가 자신이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아 여러분께 전합니다. 누가 의뢰하는지, 무엇을 청소하는지, 그 현장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모든 존재의 마지막 ‘흔적’을 세상에서 지워버림으로써 그 존재의 존엄성을 지켜준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한번 귀를 기울여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선정한 키워드는 ‘한국의 죽음’입니다. 통계청 2019년 사망원인통계를 정리해서 말씀드리려고 해요.

2019년 사망자는 29만5110명. 일일 평균 사망자수는 809명입니다. 1983년 697명 이후 매해 증가 추세고요.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574명. 2010년 497명 이후로 꾸준히 증가 추세입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사망자 중 80대 이상 비중이 47%인데요. 인구 순증가 및 고령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영아(0세) 사망률이 268명인 게 눈에 띄는데, 50대와 비슷한 수준. 그러나 1세를 넘어가면 10명대로 떨어집니다.

매해 남성이 3~4만명 정도 더 많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80대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남자 사망자가 두 배 이상 많고요. 하지만 절대 숫자가 타 연령대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인 80대에선 여성 사망자가 1.5배 정도 많습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오래 산다는 것을 뜻합니다.

주요 사망원인 10개를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암(폐암, 간암, 대장암, 위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자살, 당뇨, 알츠하이머, 간 질환, 만성 하기도 질환(기관지 관련 질환), 고혈압성 질환입니다. 질병이 아닌 원인으로 유일하게 순위에 올라와 있는 사망원인이 자살이고, 암 중에서도 간암 사망률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7명입니다. OECD 평균인 11.3명의 두 배 이상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9년 31명 이후 감소 추세라는 점입니다. 연령대별로는 10대 5.9명, 20대 19.2명, 30대 26.9명. 80대 이상은 67.4명입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OECD 평균에 비해 자살률이 높지만 특히 노인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2009년 127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다소 나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OECD 국가의 최신 통계 기준 자살률 순위를 살펴볼까요. 평균보다 높은 나라만 순위대로 나열하면 대한민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벨기에, 헝가리, 일본, 핀란드, 미국, 에스토니아, 호주, 체코, 오스트리아, 프랑스,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순입니다.

고독사. 또는 고립사 관련 통계는 없을까요?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사례 중 하나지만 안타깝게도 사망원인통계엔 잡히지 않습니다. 관련 항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독사를 다루는 대부분의 신문 기사가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고독사 통계를 대신합니다. 물론 상당 부분 겹치긴 하겠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이 두 항목은 의미가 다르다는 점도 제가 찾아본 자료에서 공통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독사와 고립사를 다루는 통계항목을 새로 만드는 일이 절실하다는 점은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어요. 마치 이 책의 저자가 세무서에 신고하러 갔을 때 “특수청소”라는 항목이 없었듯이 말이죠.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셔윈 눌랜드의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입니다. 저자 눌랜드는 의사이자 작가로서 자신이 병원에서 보고 들은 죽음의 사례를 전문가이자 전업작가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환자의 상태, 보호자의 반응, 관련된 의료제도까지 폭넓게 다룸으로써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을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까요? 죽음에 대한 제 관점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책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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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정원 (리커버 에디션)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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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미셸 캥의 <처절한 정원> 시작합니다.

아주 얇지만 흥미롭습니다. 주제의식은 분명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청산을 다루고 있지만 일종의 추리극 같은 형식을 띄고 있기도 하고, 막판에 반전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도 숨어 있어서 이야기만으로도 읽는 맛이 있는 소설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선정한 키워드는 ‘광대’입니다.

이 소설은 광대 분장을 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아들인 ‘나’의 감정을 토로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나타나서는 이상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게다가 그걸 내가 속한 반에서 하고 있으니 아들로선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겠죠.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밝혀지는 것처럼, 아버지의 광대 분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 와중에 살아남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고,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자신을 살려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고, 나치 부역자의 재판장에 그 옷을 입고 가는 장면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영원한 기억의 수단으로서 읽히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광대 분장엔 역사적 슬픔이 녹아있습니다.

제가 생각이 닿은 건 “왜 광대일까” 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연기하는 그 상징을 아버지가 연기하게 설정했을까 하는 것이죠.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건, 가장 엄혹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아버지에게 부여된 사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광대 분장으로 연극을 하는 봉사활동이 전쟁 직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막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아버지의 익살극을 봤던 사람들은 아마 전쟁 피해 당사자들이었을 테니까요.

이 부분에서 묘한 역설이 발생하는데, 광대의 익살극은 사람들에겐 망각의 수단이지만 주인공의 아버지에겐 기억의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전쟁의 끔찍한 기억을 잊고 잠시 긴장을 놓는 동안 아버지는 광대라는 자신의 가면 속에서 더욱 더 분명하게 자신의 경험과 역사를 새겨넣습니다.

소설의 첫 장면이자 마지막 장면인 법정에 광대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장면은 바로 이런 역설이 가장 극적으로 대비되는 장면이라고 봅니다. 공식적인 기억과 사적인 기억이 교차합니다. 집단으로서 기억해야 할 것을 판별하는 공간인 법정 속에서 개인으로서의 기억이 자신의 자리를 호소합니다. 그 모습이 비록 다소 이상하고 우스꽝스럽다고 할 지라도, 우리는 분명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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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리쌍의 ‘광대’입니다.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피하려다보니 ‘광대’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이렇게 저렇게 검색하다보니,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저를 리쌍으로 이끌었습니다! 2005년 리쌍 3집의 타이틀이었고, 발매 당시에 꽤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제목만 듣고도 멜로디나 가사가 생각나는 청취자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웃고 있나요~ 모두 거짓이겠죠~ 모든 이들의 눈빛 속에는 슬픔이 젖어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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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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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노라 크루크의 <나는 독일인입니다> 시작합니다.

전세계적인 전쟁을 일으킨 적이 있고 끝내 패배한 국가와 민족의 후손으로 태어나 자라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그 누구도 전쟁이란 단어와 연관 없이 자신을 바라보지 않지만, 정작 스스로는 전쟁에 대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는 상황.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전쟁 속에서 살아간 것이 분명한 데도 무엇을 했는지는 도통 알지 못하는 상황.

미국에 사는 독일인 노라 크루크는 자신의 삶에서 이런 순간을 계속 맞이합니다. 독일이라는 단어에서 나치 말고는 아무 것도 연상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치 정권 당시 군에 복무했을 것이 분명한 삼촌과 할아버지에 대해 아무 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독일에서 교육받으며 전쟁범죄와 그 책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런 상황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는 자신으로부터, “독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계속 부딪힙니다.

역사 속 결정적인, 또는 소소한 사건과 자기 가족의 연관성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역사학자가 된 노라 크루크. 수백 장의 가족 사진에서부터 편지와 정부 발행 서류에 이르기까지 입수 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아 내놓은 중간보고서인 <나는 독일인입니다>에서 그 연구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가족입니다. 오늘 진지한 이야기는 최선생님께서 많이 하실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제를 꺼내볼까 해요.

청취자 여러분은 가족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이 책의 주인공 노라 크루크는 아버지를 통해서,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삼촌 그러니까 아버지의 형의 삶을 추적해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고모, 할아버지의 동생, 육촌 등 가족의 역사를 찾아들어가기 전까지 그 존재도 몰라서 인생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살았던 “가족”을 만납니다. 일단은 주인공 자신의 “역사적 과제”를 풀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연락하고 만나고 그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지만, 이 탐색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겹쳐 있습니다.

이 책에서 때때로 언급되지만 중요한 단어가 바로 ‘하이마트’입니다. 로마자 스펠링으로는 heimat이고, 우리 말로 하면 배경, 분위기, 한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뜻합니다. 우리가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맥락에서 환경이라는 단어에 딱 들어맞는 독일어가 바로 하이마트인 것이죠.

이 책에서 주인공 노라는 독일인을 ‘하이마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묘사합니다. 단지 십수년 동안 나치가 잘못한 것일 뿐일수도 있는데, 그 나치가 자신들의 활동을 위해 독일 전체의 역사를 동원하는 바람에 끊임없는 자기부정을 해야만 했던 것이죠. 넓게 보면 역사를 부정당한 것이지만, 작게 보면 가족의 진짜 이야기를 부정당하고 거짓으로 꾸며내거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묻어버려야만 했던 상황도 ‘하이마트’를 잃어버린 상황에 포함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가족과 가족의 이야기야말로, 한 사람에게 최고의 하이마트 아닐까요?

그래서 이 책은, 한 사람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족구성원 모두가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튼튼한 보금자리, ‘하이마트’가 되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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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져온 콘텐츠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입니다. 아마 많은 청취자분들이 아실텐데요, 이 책이 다루는 분야와 이 주제에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래픽노블이죠. 유태인을 쥐로 그려내면서 다른 동물들, 그러니까 다른 민족과 국가에게 어떤 박해를 당해왔는지를 그려내고요. 오늘 우리가 읽은 책처럼 사건을 겪은 당사자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세계대전 이후의 세대의 관점에서 그려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고요. 1992년 만화로서는 최초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고, 2012년엔 20주년 기념판이 나왔을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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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힘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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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파블로 네루다의 <충만한 힘>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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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민중”입니다. 잠깐 영어공부 시간을 갖겠습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닌데, 최근에 미래통합당이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바꿨죠. 이 과정에서 당의 영어 명칭이 ‘포스’냐 ‘파워’냐 잠깐 논란이 있었습니다. 둘 다 우리 말로는 ‘힘’인데 의미가 약간 다릅니다. 두 단어 모두 ‘안에’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접두사 를 붙인 동사 활용형 ‘enforce’와 ‘empower’가 있는데, ‘enforce’는 강제하다라는 뜻인 반면 ‘empower’는 권한을 부여하다/자격을 갖다는 뜻이에요. 이 두 단어를 수동형으로 쓰면 ‘enforced’는 구속받는이라는 의미인 데 반해 ‘empowered’는 힘을 부여받았다는 뜻이 됩니다. 이 ‘empowered’는 이 책의 뒷부분에 있는 해설에 따르면 이 시집의 영어 번역본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empower’는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학술 용어이기도 해요. 특히 정치학에서는 ‘공동체의 일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는 과정’을 뜻합니다. 관료제 속에서 단순히 상부에서 시키는 일을 수행하고 주어진 정보만 받아들이는 ‘군중’ 영어로 ‘mass’에서 규범과 제도를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아가서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사회적 비전을 집단적으로 제시해 역사의 새로운 흐름을 개척하는 ‘people’로 거듭나는 것이 바로 empower입니다. people의 번역어로는 보통 ‘인민’이 쓰이는데, 한국어에서 이런 의미로는 ‘민중’이라는 단어도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네루다는 ‘민중’이 지닌 이런 특성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물의 이름이 함축하는 이미지와 잘 엮어서 우리에게 제시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책 끝부분에 등장하는 <민중>이라는 시는 그걸 정말 은유 비유 이런 거 하나 없이 정말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구체적이지만 익명의 이름을 제목에서 거론하는 몇몇 작품들도 그렇고요. 예쁘고 아름다운 말보단 거칠고 투박하고 짠내나는(?) 풍경을 우리 눈앞에 강렬하게 그려내면서 독자가 ‘피플 파워’, 그러니까 인민의 힘을 그대로 체험하게 하면서 동시에 당신도 인민으로서 자격을 갖춘 존재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짚자면, 네루다가 이런 인민의 이미지를 ‘바다’에 빗대는 걸 자주 읽을 수 있었어요. 평소엔 잔잔하지만 분노하면 거대한 힘으로 돌변하는 자연 그 자체라고 할까,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인민을 보통 풀에 비유하잖아요? ‘민초’라는 말도 있고, 김수영의 <풀>이라는 작품도 유명하고요. 가장 자주 보고 사는 대상이 우리는 풀이고 저쪽은 바다여서 그런 건가 싶은,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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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송경동”입니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이라는 작품과 동명의 시집이 제일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아주 직접적이고 거친 형태의 ‘참여시’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시보다는 시위를 더 많이 기획하는 시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심지어 저조차도 시로 처음 접하지 않고 뉴스기사에서 처음 접했어요.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서 시를 잘 쓴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꼰대의 훈계조 ‘라떼는 말이야’ 타령이 되기 너무 쉽고, 분명함과 행동이 미덕인 정치의 영역과 해석의 다양성과 관조가 핵심인 시라는 두 영역이 썩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시를 통해 권력의 위선을 폭로하고 조롱하며 사람들과 공명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시인은 많았습니다. 우리가 ‘민중문학’이라느니 ‘참여문학’이라고 부르는 장르죠. 우리 시대 이 진영의 최전선에 있는 시인을 꼽으라면 송경동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독특한 점이라면, 그가 폭로하는 대상이 단순히 ‘권력자인 너네들’에 국한되지 않고 ‘권력의 형성과 참여에 일조하는 우리 모두’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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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백이호 옮김, 이인식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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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헨리 페트로스키의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시작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은 공학, 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롯데타워?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와 광안대교? 혹은 삼성의 갤럭시나 애플의 아이폰?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인 이케아 가구? 어떤 것을 떠올리셨든, 정답입니다. 왜냐면 공학은 인간이 만드는 모든 물건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밥상에서 보는 포크/나이프/젓가락, 사무실에 있는 클립/스테이플러/포스트잇/스카치테이프, 옷에 달린 단추/지퍼/벨크로, 음료수를 담는 캔/병/병마개에는 어떤 공학의 역사가 숨어있을까요? 이 역사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주변의 모든 물건 속에 이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것 하나도 그냥 한 번에 뚝딱 만들어지는 법이 없다는 것을 꼼꼼하게 알려주는 책, 1995년 처음 번역되고 2014년에 완전히 개정돼 나온 스테디셀러, 헨리 페트로스키의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공학적 사고”입니다. 학생들에게 흔히 비판적 사고나 논리적 사고, 철학적 과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공학적 사고라는 단어는 시청자분들께 다소 낯선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논리/비판/과학적 사고 만큼이나 공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특히 학생들에게 말이죠. 다른 사고방식과 대비되는 공학적 사고만의 특징으로 해법의 제시, 최적점, 개선이라는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판적/논리적/철학적/과학적 사고를 통해서는 이미 만들어진 대상의 결점을 비평할 순 있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결점을 보완하는 또 다른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공학만이 지니는 독특한 의무입니다. 불평불만만 아무리 늘어놓아봤자 그게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둘째, 모든 면에서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 상충하는 것들 가운데서 최적점을 찾는 것이 공학적 사고의 특징입니다. 한 가지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그 노력이 다른 결점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 나온 예는 아니지만 운동화를 한 번 생각해볼까요? 사람들은 발이 편하면서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원합니다. 그런데 발이 편하려면 밑창이 푹신해야 하는 반면 오래 신으려면 밑창이 딱딱해서 잘 닳지 않아야 합니다. 이 둘을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면,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특정한 지점에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는 기존의 타협점보다는 더 나은, 하지만 그조차도 완전히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죠.

셋째, 이런 특징 때문에 공학적 사고는 이미 만들어져있는 대상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기존의 물건이 가진 여러 결점 중 특정한 부분의 타협점을 변경하거나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이전에 없던 ‘차이 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학적 혁신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공학에서 ‘실패 분석’이 중요하다며 페트로스키가 강조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혁신’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건을 뿅 하고 만들어서 시장을 다 먹어버린다는 환상은 오히려 공학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같은 작가의 최근작인 <연필>입니다. 최근작이라고 하긴 조금 민망한데, 이 책도 1997년에 첫 번역본이 나왔거든요. 한동안 절판돼 중고시장에서 10만원에 거래되다, 최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400만원을 투자받아 재출간됐습니다. 이 책에서 보여준 다양한 엔지니어링 사례 분석의 역량을 연필이라는 한 가지 사례에 집중했고, 연필 하나 갖고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책 두께가 무려 600쪽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공학이라는 분야에 관한 교양에 흥미를 느끼셨다면, 페트로스키의 책 중에 가장 널리 읽히고 회자된 이 책을 함께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일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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