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 (리커버 에디션)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미셸 캥의 <처절한 정원> 시작합니다.

아주 얇지만 흥미롭습니다. 주제의식은 분명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청산을 다루고 있지만 일종의 추리극 같은 형식을 띄고 있기도 하고, 막판에 반전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도 숨어 있어서 이야기만으로도 읽는 맛이 있는 소설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선정한 키워드는 ‘광대’입니다.

이 소설은 광대 분장을 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아들인 ‘나’의 감정을 토로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나타나서는 이상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게다가 그걸 내가 속한 반에서 하고 있으니 아들로선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겠죠.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밝혀지는 것처럼, 아버지의 광대 분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 와중에 살아남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고,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자신을 살려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고, 나치 부역자의 재판장에 그 옷을 입고 가는 장면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영원한 기억의 수단으로서 읽히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광대 분장엔 역사적 슬픔이 녹아있습니다.

제가 생각이 닿은 건 “왜 광대일까” 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연기하는 그 상징을 아버지가 연기하게 설정했을까 하는 것이죠.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건, 가장 엄혹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아버지에게 부여된 사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광대 분장으로 연극을 하는 봉사활동이 전쟁 직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막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아버지의 익살극을 봤던 사람들은 아마 전쟁 피해 당사자들이었을 테니까요.

이 부분에서 묘한 역설이 발생하는데, 광대의 익살극은 사람들에겐 망각의 수단이지만 주인공의 아버지에겐 기억의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전쟁의 끔찍한 기억을 잊고 잠시 긴장을 놓는 동안 아버지는 광대라는 자신의 가면 속에서 더욱 더 분명하게 자신의 경험과 역사를 새겨넣습니다.

소설의 첫 장면이자 마지막 장면인 법정에 광대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장면은 바로 이런 역설이 가장 극적으로 대비되는 장면이라고 봅니다. 공식적인 기억과 사적인 기억이 교차합니다. 집단으로서 기억해야 할 것을 판별하는 공간인 법정 속에서 개인으로서의 기억이 자신의 자리를 호소합니다. 그 모습이 비록 다소 이상하고 우스꽝스럽다고 할 지라도, 우리는 분명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리쌍의 ‘광대’입니다.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피하려다보니 ‘광대’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이렇게 저렇게 검색하다보니,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저를 리쌍으로 이끌었습니다! 2005년 리쌍 3집의 타이틀이었고, 발매 당시에 꽤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제목만 듣고도 멜로디나 가사가 생각나는 청취자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웃고 있나요~ 모두 거짓이겠죠~ 모든 이들의 눈빛 속에는 슬픔이 젖어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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