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힘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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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파블로 네루다의 <충만한 힘> 시작합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민중”입니다. 잠깐 영어공부 시간을 갖겠습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닌데, 최근에 미래통합당이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바꿨죠. 이 과정에서 당의 영어 명칭이 ‘포스’냐 ‘파워’냐 잠깐 논란이 있었습니다. 둘 다 우리 말로는 ‘힘’인데 의미가 약간 다릅니다. 두 단어 모두 ‘안에’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접두사 를 붙인 동사 활용형 ‘enforce’와 ‘empower’가 있는데, ‘enforce’는 강제하다라는 뜻인 반면 ‘empower’는 권한을 부여하다/자격을 갖다는 뜻이에요. 이 두 단어를 수동형으로 쓰면 ‘enforced’는 구속받는이라는 의미인 데 반해 ‘empowered’는 힘을 부여받았다는 뜻이 됩니다. 이 ‘empowered’는 이 책의 뒷부분에 있는 해설에 따르면 이 시집의 영어 번역본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empower’는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학술 용어이기도 해요. 특히 정치학에서는 ‘공동체의 일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는 과정’을 뜻합니다. 관료제 속에서 단순히 상부에서 시키는 일을 수행하고 주어진 정보만 받아들이는 ‘군중’ 영어로 ‘mass’에서 규범과 제도를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아가서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사회적 비전을 집단적으로 제시해 역사의 새로운 흐름을 개척하는 ‘people’로 거듭나는 것이 바로 empower입니다. people의 번역어로는 보통 ‘인민’이 쓰이는데, 한국어에서 이런 의미로는 ‘민중’이라는 단어도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네루다는 ‘민중’이 지닌 이런 특성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물의 이름이 함축하는 이미지와 잘 엮어서 우리에게 제시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책 끝부분에 등장하는 <민중>이라는 시는 그걸 정말 은유 비유 이런 거 하나 없이 정말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구체적이지만 익명의 이름을 제목에서 거론하는 몇몇 작품들도 그렇고요. 예쁘고 아름다운 말보단 거칠고 투박하고 짠내나는(?) 풍경을 우리 눈앞에 강렬하게 그려내면서 독자가 ‘피플 파워’, 그러니까 인민의 힘을 그대로 체험하게 하면서 동시에 당신도 인민으로서 자격을 갖춘 존재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짚자면, 네루다가 이런 인민의 이미지를 ‘바다’에 빗대는 걸 자주 읽을 수 있었어요. 평소엔 잔잔하지만 분노하면 거대한 힘으로 돌변하는 자연 그 자체라고 할까,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인민을 보통 풀에 비유하잖아요? ‘민초’라는 말도 있고, 김수영의 <풀>이라는 작품도 유명하고요. 가장 자주 보고 사는 대상이 우리는 풀이고 저쪽은 바다여서 그런 건가 싶은,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송경동”입니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이라는 작품과 동명의 시집이 제일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아주 직접적이고 거친 형태의 ‘참여시’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시보다는 시위를 더 많이 기획하는 시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심지어 저조차도 시로 처음 접하지 않고 뉴스기사에서 처음 접했어요.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서 시를 잘 쓴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꼰대의 훈계조 ‘라떼는 말이야’ 타령이 되기 너무 쉽고, 분명함과 행동이 미덕인 정치의 영역과 해석의 다양성과 관조가 핵심인 시라는 두 영역이 썩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시를 통해 권력의 위선을 폭로하고 조롱하며 사람들과 공명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시인은 많았습니다. 우리가 ‘민중문학’이라느니 ‘참여문학’이라고 부르는 장르죠. 우리 시대 이 진영의 최전선에 있는 시인을 꼽으라면 송경동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독특한 점이라면, 그가 폭로하는 대상이 단순히 ‘권력자인 너네들’에 국한되지 않고 ‘권력의 형성과 참여에 일조하는 우리 모두’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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