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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평점 :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노라 크루크의 <나는 독일인입니다> 시작합니다.
전세계적인 전쟁을 일으킨 적이 있고 끝내 패배한 국가와 민족의 후손으로 태어나 자라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그 누구도 전쟁이란 단어와 연관 없이 자신을 바라보지 않지만, 정작 스스로는 전쟁에 대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는 상황.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전쟁 속에서 살아간 것이 분명한 데도 무엇을 했는지는 도통 알지 못하는 상황.
미국에 사는 독일인 노라 크루크는 자신의 삶에서 이런 순간을 계속 맞이합니다. 독일이라는 단어에서 나치 말고는 아무 것도 연상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치 정권 당시 군에 복무했을 것이 분명한 삼촌과 할아버지에 대해 아무 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독일에서 교육받으며 전쟁범죄와 그 책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런 상황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는 자신으로부터, “독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계속 부딪힙니다.
역사 속 결정적인, 또는 소소한 사건과 자기 가족의 연관성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역사학자가 된 노라 크루크. 수백 장의 가족 사진에서부터 편지와 정부 발행 서류에 이르기까지 입수 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아 내놓은 중간보고서인 <나는 독일인입니다>에서 그 연구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두 단어로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가족입니다. 오늘 진지한 이야기는 최선생님께서 많이 하실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제를 꺼내볼까 해요.
청취자 여러분은 가족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이 책의 주인공 노라 크루크는 아버지를 통해서,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삼촌 그러니까 아버지의 형의 삶을 추적해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고모, 할아버지의 동생, 육촌 등 가족의 역사를 찾아들어가기 전까지 그 존재도 몰라서 인생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살았던 “가족”을 만납니다. 일단은 주인공 자신의 “역사적 과제”를 풀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연락하고 만나고 그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지만, 이 탐색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겹쳐 있습니다.
이 책에서 때때로 언급되지만 중요한 단어가 바로 ‘하이마트’입니다. 로마자 스펠링으로는 heimat이고, 우리 말로 하면 배경, 분위기, 한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뜻합니다. 우리가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맥락에서 환경이라는 단어에 딱 들어맞는 독일어가 바로 하이마트인 것이죠.
이 책에서 주인공 노라는 독일인을 ‘하이마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묘사합니다. 단지 십수년 동안 나치가 잘못한 것일 뿐일수도 있는데, 그 나치가 자신들의 활동을 위해 독일 전체의 역사를 동원하는 바람에 끊임없는 자기부정을 해야만 했던 것이죠. 넓게 보면 역사를 부정당한 것이지만, 작게 보면 가족의 진짜 이야기를 부정당하고 거짓으로 꾸며내거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묻어버려야만 했던 상황도 ‘하이마트’를 잃어버린 상황에 포함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가족과 가족의 이야기야말로, 한 사람에게 최고의 하이마트 아닐까요?
그래서 이 책은, 한 사람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족구성원 모두가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튼튼한 보금자리, ‘하이마트’가 되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가져온 콘텐츠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입니다. 아마 많은 청취자분들이 아실텐데요, 이 책이 다루는 분야와 이 주제에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래픽노블이죠. 유태인을 쥐로 그려내면서 다른 동물들, 그러니까 다른 민족과 국가에게 어떤 박해를 당해왔는지를 그려내고요. 오늘 우리가 읽은 책처럼 사건을 겪은 당사자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세계대전 이후의 세대의 관점에서 그려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고요. 1992년 만화로서는 최초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고, 2012년엔 20주년 기념판이 나왔을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