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의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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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으로 리뷰 쓰신 님처럼 나도 이 책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엽서가 처음 너른마당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을때 내가 사는 지방까지는 내려오지 않았었나 보다. 몇 년이 지나 우연히 엽서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이리저리 수소문 했으나 구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는 도서관에도 없었다. 서울 사는 친구한테 부탁도 해봤는데 헌책방에서도 구할수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가게 되면 꼭 훔쳐서라도 내 것을 만든다고...으으으.. 신영복선생님의 훌륭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쩌다 저런 소유욕에 불타게 되었는지 쯧쯧..

그러나 작년에 어떻게 운좋게 '엽서'의 복사본을 구하게 되었다. 너무 기뻐서 우편물을 경비실에서 받아 집까지 오는 동안 한참을 서서 이리 저리 훑어 보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다. 선생님의 깔끔한 필체와 흑백의 그림이지만 그 멋진 그림까지 보는 맛이 있으니. 그날 부터 나는 딸리는 한문탓에 사전까지 옆에 두고 엽서를 즐겼다. 선생님과 훨씬 가까워짐을 느끼며.

진작부터 돌베개에서 '엽서'가 다시 나온다는 말을 들었는데 소식이 없었다. 2003년은 넘길려나 했는데 한겨레에 광고가 나왔다. 근간이라고. 그날 부터 알라딘에서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다. 1주일을 기다리고 돌베개에 전화를 했다. 너무도 친절한 목소리로 인쇄가 늦어져서 그런다고 주말경에는 나올거라고 했는데 그 주에는 안나오고 그 다음주 주말에 드디어 드디어 나왔다. 나는 책값같은건 생각도 안하고(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다.) 주문을 하였다.

지금 <신영복의 엽서>는 내 옆에 있고 나는 이 책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원본과 거의 다름이 없는 컬러인쇄로 눈이 즐겁다. 하지만 복사본 '엽서'를 보내주신 고마운 분의 마음을 알기에 복사본도 나에게는 소중하다. 처음 리뷰쓰신 분 표현대로 집안의 보물로 대대손손 전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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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사라진다면 - 2023년, 영어 식민지 대한민국을 가다
시정곤·정주리·장영준·박영준·최경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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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가 영어열풍이다. 영어 조기교육이니, 이중언어 교육이니 하면서 심지어는 태교까지 영어로 한다고 한다. 영어만이 살길이고 영어를 잘해야만 출세하고 영어를 잘해야만 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강요당하면서 살고있다.

이 책은 우리의 지금 모습이 앞으로 계속되었을 경우 벌어질 경우를 예측하였다. '설마 그렇게 되기야 할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어라는 것이 의사소통의 기능만 있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할때 이 책에서 예측한 대로 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우리말은 무엇일까? '지구제국'에서 불이익 없이 살아가기 위해 버려도 되는 그런 단순한 것일까?

영어공용화가 우리말을 버리는 것이 아니고,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우리말을 잊어버리게 되지는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책을 보여주고 싶다. 영어공용화가 되면 잘 사는 사람은 극소수의 상류층들 뿐이고 잃어 버리는 건 너무나 많다는 걸 그 사람들이 꼭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참고문헌도 꼼꼼히 봤으면 좋겠다. 제목만 한번 훝어보는 것만으로도 얼빠진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번 싸워 보지도 않고 우리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었던 친일매국노들은 자신들이 매국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앞 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강한 나라와 하나 되는 것이 그 당시 가장 빠른 길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미국 주도의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합리적인(?) 생각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자는 사람들과 조선말 친일매국노들이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일까?
영어가 꼭 필요한 사람은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잘 해야 한다.그렇지만 온 국민이 미국사람처럼 잘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따라 잡기에 급급한 모습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특성과 독창성 살리기가 아닐까? 영어를 배우더라도 당당하게 배울 수는 없을까?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은 다섯 명의 저자가 쉽게 잘 쓴 책이다.뒷부분에 나오는 부록(영어공용화 관련 자료)은 꼼꼼하게 꼭 읽어야 한다. 우리말과 글은 우리의 정신이다. 우리에게 주는 이익이 적다고 세계 속에서 쓰임이 적다고 우리의 정신을 버릴 수는 없다. 가난하다고 못 생겼다고 몸이 성치 않다고 우리 엄마를 버리고 예쁘고 부자인 남의 엄마를 우리 엄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쓰리,네다바이,나와바리,와이로,히야카시(나는 사실 이런 말이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른다.그러나 복거일은 이 말들에 딱 들어맞는 한국어가 없기때문에 이런 말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같은 일본어를 과감히 도입해서 쓰자고 주장하는 복거일은 자신의 소설이나 영어로 써서 냈으면 한다. 일본어 찌꺼기를 간간히 잘 섞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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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시 읽기 1 나라말 중학생 문고
배창환 엮음 / 나라말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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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참 많이도 외웠다. 시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이 시의 좋은 느낌인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선생님이 외우라고 하니까 그저 외우기만 했다. 어느땐가 '홀로서기'류의 시집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저 감상적이기만 한 그 시들을 유행처럼 읽고 친구들과 이야기 하곤 했었다. 그리고 대학때 김남주님의 시를 알았다. 시를 읽고도 눈물을 흘릴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시에 쓰이는 언어는 감수성 예민하고 감상 풍부한 그런 언어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시와는 거리를 두고 살다가 얼마전 이책을 읽었다. 유명한 시인의 시부터 초등학생의 시까지... 시는 아무나 쉽게 쓸 수 있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아무나 쓸 수는 없지만 누구나 느낄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시는 우리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시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에 와닿는 시는 누가 외우라고 하지 않아도 외워지고 외우고 싶은 생각이 들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가 생각난다. 시의 맛도 모른채 달달 외우고, 교과서 페이지 가득 각각의 색볼펜으로 반어적 표현이니 구개음화니 도치법이니 때론 조느라고 알 수 없는 말을 끄적여 놓기도 했던 교과서가 생각난다.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를 주고 싶다. 시험공부를 위한 시, 수필, 소설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줄 그런 글들을 읽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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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 콩콩꼬마그림책 13
남주현 지음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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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면 볼수록 우리 그림책에 더 큰 애정이 간다. 애정을 갖고 봐서 인지 우리 그림책이 더 좋다.

이 책의 작가는 이력이 특이하다. 잘 나가는 디자이너에서 그림책 작가로 '딸기'의 귀엽고 맹해 보이는 웃기는 캐릭터들이 생각난다.

그림책 속의 여러 동물들 표정에 그 캐릭터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단순해 보이는 그림들이지만 표정만은 살아있다. 특히 빨간 끈을 끊으려 하는 사자의 표정을 보자. 정말 우습지 않은가?

동물의 왕 사자 체면이 말이 아니다. 빨간 끈을 갖고 싶어서 동물들에게 애원하다가 결국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아마 우리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사자도 그런 존재일 것이다. 혼자만 힘이 세고 혼자만 독주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작은 거미에게도 부탁하는 그런 존재... 그림책의 세계에서는 혼자 잘나고 대단한건 별로 없는것 같다.

그림도 재미있지만 내용 또한 우리에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가지고 싶은 것을 꼭 가지지 않아도 즐길수 있고 누릴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은 않은 진리를 보여준다.

사자, 코끼리, 사슴, 토끼, 딱따구리는 빨간 끈을 갖기 위해 빨간 끈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거리는 빨간끈을 사자 혼자만 갖는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사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사자를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가 정말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점 아닌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뽑아가서 키우려 하고, 아끼는 사람은 물을 준다'는 말이 생각난다. 날이 갈수록 물질에 집착하고 자꾸만 가지려고 하는 나와 아이들에게 소요하는게 다는 아니라는 것, 내가 그것을 가져도 즐기지 못하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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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빈자리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음 옮김, 피터 샤우텐 그림 / 지호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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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처음 나왔을때 너무 너무 욕심이 났다. 책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욕심을 부려 주문했다. 책을 손에 쥐었을 때의 뿌듯함! 반투명한 비닐로 책표지를 쌌다. 오래오래 낡지 말고 내 곁에 있으라고..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 대해 안타깝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닌데 그런식으로 만들어 가는 인간의 오만함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멸종된 동물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많이 들지만 그들의 모습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보면 그 막연함이 그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바뀐다. 가끔 그림책으로만 접했던 세밀화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진다. 사진보다 더 굉장하다. 피터 샤우텐은 이 동물들을 실제 크기로 그렸다고 한다. 스텔라 바다소 그림 사진을 보면 이 동물이 얼마나 컸는지 상상할 수 있다.

테즈메니아 호랑이의 슬픈 이야기를 읽으면 인간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많이 난다. 자연계에 탐험과 정복이 불러온 무시무시한 결과에 또 화가 난다. 유럽인들이 새로운 대륙에 발을 딛으며 그 곳의 동.식물들에게 행한 그런 행동들을 그 곳에 사는 원주민들에게도 똑같이 했을 거라는 생각에 문명을 가장한 야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멋지고 굉장한 이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이야기 해 주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살아 가는 이 곳은 우리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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