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은 책이 찍혀서 나온다고 해도 나에게 들어온 순간 그 책은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는 책이 된다.
그런데 나에겐 정말로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는 책이 있다. 그 책의 이름은 "B급 좌파"이다.
'어 그 책이 그렇게 안팔렸다해도 한 권 밖에 찍지는 않았을텐데'할지도 모르지만 내 책과 똑같은 B급 좌파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표지는 세상의 다른 'B급 좌파'와 같다.
95페이지까지는 세상의 어느 'B급 좌파'와 비슷하다.
그런데 그 다음 페이지 부터는 한 면 또는 두 면이 여백이다.
교환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어차피 씨네21에서 김규항이라는 이름을 알았고 날카로운 그의
지적들에 놀라워하며 B급 좌파를 구입한고로 할 일도 없고 심심한 나는 베껴 쓰기로 마음
먹는다. 어차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실렸던 내용들인데 하면서 지나간 씨네21을 뒤적이며
처음에 또박또박 잘 써야지 하는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성의 없는 글씨로 나의 필사는
계속된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한 권 뿐인 "B급 좌파"가 태어나게 되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꼭 김규항의 사인을 받고 싶다.
몇 년도 더 지난 책을 세상에 한 권 뿐이라 이름 붙이고 사진을 찍어 이렇게 선보이는 이유는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