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멈출 수 없다 -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
멜린다 게이츠 지음, 강혜정 옮김 / 부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멜린다 게이츠 지음, 강혜정 옮김, 부키, 2020


 

<누구도 멈출 수 없다>는 빌앤멜린다게이츠 공동의장인 멜린다 게이츠가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메시지를 담아 출간한 책이다. 재단에서 진행 사업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왜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하는지, 여성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인지 보여준다.


 

여성들이 권리를 얻으면 가정이 번영하고 나아가 사회가 발전한다.
이런 연관 관계는 단순한 원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
배제되어 있던 집단을 포함시킬 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47)


 

출산 여부와 시기, 결혼 여부를 결정하고, 기회를 찾고,
대학에 들어가고, 자신의 수입을 통제하고, 시간을 관리하고,
목표를 추구하고, 직장에서 (어떤 일터에서든) 성공할 권리를 갖기 위해서(378)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의 가난한 가정에서 가족계획을 세우지 않고, 피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연이어 많은 아이들을 출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임신을 함으로써 먼저 출산한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 아동 사망률도 높고, 낙후된 위생, 의료시스템은 산모 사망률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출산과 양육등으로 노동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대물림 된다고 한다. 이는 조혼의 경우에도 똑같다고 한다.


 

어린 신부들은 계속해서 많은 아이를 갖게 된다.
자신이 먹이고, 교육시키고, 돌볼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설 만큼 많은 아이를.
그 때문에 어린 신부는 돈을 벌 시간이 없고,
이른 임신은 그의 몸을 망가뜨린다.
이로 인해 그는 남은 평생을 가난과 질병에 시달릴 위험 속에서
보내게 되고, 이런 빈곤의 악순환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233)


 

교육의 평등은 사람들을 권한 강화로 이끈다.
그러나 불평등한 교육은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사람들을 주변부로 밀어내는 데 이용되는 분열 조장 방식들은 많다.(
)
모두를 포용하려는 분명한 노력이 없을 경우,
학교는 결코 배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원인이 된다.(151)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독자들에게도 전해주고 있다. 산모와 신생아 건강, 가족계획과 여자 아이 교육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대물림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급의 가사노동과 직장 여성들을 통해 여성들의 어려움은 후진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상 모든 국가의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보여준다.


 

인도에서 여성은 무급 노동에 매일 여섯 시간을 쓰는 반면,
남성은 한 시간 미만이다.
미국에서 여성은 평균 네 시간 이상의 무급 노동을 하는 데 반해
남성은 불과 2.5시간이다.
노르웨이에서 여성은 매일 3.5시간을 무급 노동에 쓰고
남성들은 대략 세 시간을 쓴다.
격차가 0인 나라는 없다.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평생에 걸쳐 남성보다
7
년 더 많은 무급 노동을 하고 있다.(178)


 

숨어 있는 성 편견을 보지 못하면
무급 노동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성 편견이 드러나면 갑자기 그동안 자신이 놓쳤던
사각지대를 알게 되는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191)


 

숨어 있는 편견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편견이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도 이야기한다. ‘알고리즘에 의한 편견은 향후 도래할 숨어 있는 편견이라는 것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편견()
소프트웨어가 그것을 만든 프로그래머와 닮지 않은 사람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소름 돋게 느껴질 것이다.(330~331)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결정에 모든 사람을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대단한 인물일지라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관련되면 눈이 멀 수밖에 없다.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반드시 다양성을 끌어안아야 한다.
첨단 기술 분야 사람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고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는 이런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
사회가 공감, 통합, 다양성 등의 가치를 반영하길 원한다면,
누가 법전을 쓰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329)


 

알고리즘 개발자에게 숨어 있는 편견은 그대로 편견을 가진 알고리즘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편견에 의해 내가 차별 받고 배제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인식되지 않음으로써 공통체로부터 추방당하는 꼴이다.


 

전 인류를 아우르는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삶에서 한 번쯤 아웃사이더였던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유년 시절 놀이터에서의 경험일 뿐일지라도
언젠가 한 번쯤은 겪게 되어 있고,
누구도 그 경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겪은 것은 겁을 살짝 먹을 정도였을 뿐,
상당수의 사람은 전적으로 배제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모른다.(377)


 

어른들도 아웃사이더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우리 모두는 결국 세 집단 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
아웃사이더를 만들어 내는 사람, 아웃사이더가 되는 사람,
방관하며 말리지 않는 사람.(83)


 

아웃사이더를 만들어 내려는 욕구를 극복하는 일은
인간의 가장 큰 과제다.
이는 뿌리 깊은 불평등을 종식시키는 열쇠다.(83)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질을 가진 사람들을 밀어내는 경향이 존재한다.
때로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자질들을
근거도 없이 특정 집단에게 돌리며 그들을 밀어낸다.(
)
지배적인 집단이 인종과 종교가 다른 집단들을 사회 주변부로 밀어내게 된다.(84)


 

사회에서는 모든 문제가 아웃사이더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웃사이더는 문제가 아니다.
아웃사이더를 만들어 내려는 충동이 문제다.
그런 충동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이며 가장 큰 약속이다.
거기에는 용기와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가장자리로 밀어낸 사람들은 우리의 내면에
자신이 두려워하는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타인을 고립시키는 것은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충동이다.(376)


 

돌아보니 내 마음 속에도 내가 속한 집단에서 배제되는 경험, 혹은 그러한 배제를 겪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두려움에 인사이더, 아웃사이더라 경계를 그리며 다른 사람을 배제하기도 했다. 배제와 소외의 대상이 되지 않고자 그랬다는 변명은 비겁해 보인다. 내 안의 숨어 있는 편견도 마주하고, 배제와 소외의 근저에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음도 마주하게 되었다. 편견과 두려움의 벽을 깨고 새롭게 문을 열어야 할 때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배제와 소외를 바탕으로 형성된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의 위에 서서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
다른 이들이 그동안 사람들을 밀어내는 데 썼던 권력을 이용해
그들을 안으로 데려와야 한다.
권력 투쟁을 벌이는 파벌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싸우는 파벌을 끝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가 되는 유일한 길이다.(380)


 

모든 벽이 곧 문이다.’(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들면서 배우는 워드프레스 - 초보자도 따라 하는 웹사이트 제작 완벽 가이드, 개정 2판
박현우 지음 / 한빛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만들면서 배우는 워드프레스>, 박현우 지음, 한빛미디어, 2020


네이버나 다음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통해 글을 올리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간편한 만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유도는 떨어진다. 가끔은 텍스트 위주의 블로그에서 탈피해 조금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비용적으로도 부담이 될 것 같고,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홈페이지에 머물 것 같다는 걱정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워드프세스를 통해 블로그 웹진부터 돈 버는 쇼핑몰까지! 내 손으로 만드는 유형별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고 핳한다. 플러그인 기능으로 여러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보안성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워드프레스아름다운 웹사이트, 블로그, 앱을 만들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모토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콘텐츠 관리 시스템이라고 한다. 콘텐츠를 등록, 수정, 삭제하며 관리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는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의 블로그와 기능이 같다. ‘워드프레스는 오픈소스인 만큼 무료 테마와 플러그인과 결합해 포트폴리오나 쇼핑몰까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들면서 배우는 워드프레스>는 이런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각종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예제를 통해 실습함으로써 나만의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워드프레스의 기본 사용법부터 게시판 기능, 쇼핑몰, 결제시스템, SNS 연동, 보안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나만의 웹페이지나 쇼핑몰을 제작하고자 한다면 <만들면서 배우는 워드프레스>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 생각의 동반자, 소크라테스와 함께하는 철학 수업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허유선 지음, 믹스커피, 2020


일상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며 산다. 단순한 생각들도 있지만, 몇일을 붙잡고 고민하는 생각들도 있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에 의도적으로 의식을 깨우며 살아가고자 애써 노력하기도 한다.


많은 물음 중에 여전히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고, 갈팡질팡, 일희일비하는 물음은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하는 물음이다.


질풍노도의 한복판이었던 어린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보다 커서 뭐해 먹고 살래?”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던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분명 나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현재 시점과 미래 시점을 비교해서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에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때로는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때로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고, 언제까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일희일비의 연속이었다.


이런 가운데 접한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라는 제목은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기에 이 책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펼쳤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자기 자신의 의문에 스스로 답하기란 참 어렵다.()
넌 잘하고 있어. 괜찮아. 걱정하지 마. 꾸준히 하던 대로 하면 돼.”라고
말했지만, 막상 그 말을 나에게는 해줄 수 없었다.(16)


진짜 괜찮은 거야? 내 인생 정말 괜찮은 거야?(18)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것일까?”(29)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는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철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통해 스스로 철학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고자기획한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질문법과 생각법을 통해 일상에서 철학하는데 익숙하도록 돕고, 철학의 기초와 서양철학 전반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집필했다고 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것인지소크라테스와의 대화법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먼저 소크라테스가 누구인지부터 소개하고, 철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하는 방법은 어떠한 것인지 설명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통해 논증적 사고의 기술을 소개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슬픔이나 불운, 분노를 제거할 수는 없어도
철학을 통해 그들과 잘 관계를 맺는 법을 찾고 배울 수는 있다.(
)
철학은 피할 수도, 제거할 수도 없는 문제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생각하는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26~27)


철학의 연구 대상은 우리 삶에서 비롯한 모든 생각들이다.
철학의 이론적 목적은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있고,
실천적 목적은 좋은 삶의 실천 방법을 찾아 행하고 전하는 데 있다.
철학의 주된 연구 방법은 생각이다.(134)


나를 지탱해온 생각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혼란함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앎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다.
부정한 마음 상태는 나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179)


철학이라고 하면 뭔가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일상에서의 생각들을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거창한 것 같았는데, 저자는 철학의 연구 대상이 우리 삶에서 비롯된 모든 생각을 다루고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곧 철학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가 정의롭지 않은 공동체의 사형 판결을 받아들인 이유는
악법이라도 법이어서, 정의롭지 않아도 법이기 때문에
무조건 복종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소크라테스는 법에 복종하는 죽음이 아니라,
철학적 삶을 소명으로 받아들인 자기 자신과의
정의로운 약속을 실천하는 삶을 선택했다.(278)


사람에게는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덕분에 지금의 생각은 바뀔 수 있으며,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삶이 바뀐다.(298)


철학하는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소크라테스처럼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처럼 살 수는 없어도 우리 역시 철학을 할 수 있고,
철학하는 삶을 살 수 있다.(302)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하겠지만,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유 과정을 통해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에 숨은 의도는 없는지, 무엇이 잘 사는 삶인지 등 고민의 범위를 확장하며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머니멀>, 김현기 지음, 포르체, 2020


<휴머니멀>2020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휴머니멀을 옮긴 책이다. 제작을 맡은 김현기 PD기존의 자연 다큐멘터리가 자연그대로를 담고 있지 않아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로 기획했다고 한다. ‘휴머니멀을 통해 생명 감수성 공론화의 발화점이 되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직시하고 공존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큐멘터리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라고 착각한다.()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화면 속 야생이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간과 동물의 실제 관계가 거세된 생태계는
이미 리얼리티가 아니기 때문이다.(7~8)


<휴머니멀>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묻고 있다. 모진 학대에 시달리며 길들여져 관광객을 태우거나 서커스에 동원되는 아시아 코끼리, 약재로 장식용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산채로 얼굴을 도려 밀렵 당하는 아프리카 코끼리와 코뿔소, 동물의 머리를 박제하여 장식품을 만들기 위한 트로피 헌팅으로 희생된 아프리카 사자,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바다를 피로 물들이며 무참히 도륙당하고 포획되는 돌고래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에 의해 비극적으로 살해되는 동물을 보면서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출연한 배우들이 느꼈을 현장의 끔찍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생후 5개월만 되어도 어미로부터 분리시켜 길들이기 시작한다.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고문에 가깝다.
우선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어린 코끼리를
트레이닝 클래스라고 부르는 작은 나무 우리에 가둔 뒤
반항하지 못하도록 꼬리와 귀, 다리 등을 꽁꽁 묶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24시간 내내 때리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끔찍한 고통을 가한다.(
)
대부분은 살아남더라도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극한의 고통 앞에 현실을 부정하다가 결국에는
기억상실증이 오거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27)


바다에서 30년 넘게 살 수 있는 돌고래가 수족관이나 가두리에서는
고작 4~5us밖에 살지 못합니다.
돌고래로 돈을 버는 사람은 절대 이 숫자를 입에 올리지 않아요
이게 바로 1년에 20,000km를 헤엄치는
이 활동적인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둔 결과입니다.”(157)


동물의 종류와 크기는 달라도 이들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동일하다.
동물을 하나의생명이 아닌 유희의 도구로 대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전통이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점까지 말이다.(177)


또한 트로피 헌팅, 캐드 헌팅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이야기에서 캐드 헌팅을 기업으로 바꿔 읽으니, 성장자본주의, 기업자본주의가 부르짖는 경제적 낙수효과의 논리와 똑같았다. 사람이 살고자 기업이 있는 것인데, 기업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며 기업이 사회에 피해를 입혀도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와도 맞닿아 있었다.


저희가 캐드 헌팅으로 얻는 모든 것은 이 지역 마을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마을이 저희에게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니 우리도 그 보답을 하는 거죠.
사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이 하는 건 뭡니까?
죽어가는 이 지역의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요.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143~144)


동물보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에 처한
동물 일부의 생명을 팔자는 논리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아이들을 암시장에 팔자는 논리와 같다.(145~146)

<휴머니멀>은 인간의 잔인성만을 부각해 보여주지 않는다. 야생의 삶과 맞닿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보여주며,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묻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멧돼지가 먹을 것을 찾아 민가에 나타나 사살되었다는 기사를 접한다. 멧돼지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생기고, 때로는 인명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사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었다.


오늘을 살아내는 게 지상과제인 궁핍함 앞에
생태계’, ‘종 보존같은 명분은 사치에 불과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잘못된 만남.
결국은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하지만 이후 다른 한쪽도 곧 죽게 될 이 치킨 게임은 그래서 더 잔인하다.(251)


아프리카에서 가난으로 도시로부터 밀려나 야생의 사자와 맞닿아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사자는 보호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한다. 생존의 문제인 이들에게는 야생의 사자, 코끼리는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휴머니멀>을 읽기 전에는 생태계, 자연 보존을 위해서 동물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동물과 공존하지 못하는 안락한 도시의 삶을 사는 내가 야생의 공간에서 공포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사냥이 아닌 레저와 탐욕적 돈벌이를 위해 무참히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느꼈다, 더 이상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물들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20
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시작되었다.(
)
다섯 번의 대멸종마다 볼 때 당시의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는데,
지금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류이다.
이것이 규칙이라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269
)

코끼리의 삶에 대한 진실을 깨닫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인간과 코끼리의 실제 관계를 알고 나면
더 이상 동물원도, 서커스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는 볼 수 없다.(16)

코끼리를 보고 눈물은 누구나 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땀을 흘려줄 사람은 누구입니까?”(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기 어딘가 블랙홀 -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이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기 어딘가 블랙홀>, 이지유 지음, 한겨레출판, 2020


<저기 어딘가 블랙홀>은 과학 지식을 인생 경험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일을 즐기며, 전 지구인을 독자로 삼고 싶은 과학 논픽션 작가 이지유의 과학에세이다.


비유와 예시를 통해 과학 지식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원리를 꿰뚫어야 한다. 그리고 그 원리가 내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 만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여행은 그런 경험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천문학과 관계없이 하와이는 명물인 낙조를 보기 위해
마우나케아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 대부분이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지는 해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4,200미터 높이까지 올라오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이처럼 바보 같은 짓이 없다.
오히려 반대쪽을 봐야 한다.
해가 지면서 생기는 마우나케아산의 거대한 그림자가
구름위를 꾸물꾸물 기어가다 해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사라지는 장관이 펼쳐지는데,
어떻게 그걸 놓칠 수 있는가!
하와이를 휴양지로만 알았지 천문학의 성지인 줄은 모랐다손 치더라도,
최고의 해넘이를 보러 마우나케아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바다에 빠지는 해만 보고 오면 정말 곤란하다.
하지만 이곳에 해넘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해만 쳐다보다 간다.
역시 인간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34~35)


과학 지식에 기반한 작가의 인문학적 소양은 동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더욱 공감된다. 비록 당장 쓸모 있는 지식이 아닐지라도. 하와이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마우나케아산의 거대한 그림자가 사라지는 광경을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도 해본다.


비가 계속 오지 않으면 지하수로도 오래 버티지 못해
수면이 내려가고 결국 흉년이 드는데,
이를 농업적 가뭄이라고 한다.
농작물의 양이 줄어 채소나 곡식의 값이 오를 때쯤 되면
댐에 저장했던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수문학적 가뭄이 시작된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아 수위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방류하는 물의 양이 줄어 전기 생산량이 줄어든다.
그러면 수력 발전보다 원가가 많이 드는 화력이나 원자력발전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용자들에게 돌아간다.
이 단계를 사회적 가뭄이라고 한다.
사랃람들은 기상학적, 농업적, 수문학적 가문일 때는
가뭄이 왔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다가
사회적 가뭄이 와서야 비로소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기후변화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생물에게 필요한 담수가 줄어들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피해를 입게 된다.
물을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다 같이 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아남지 못한다. (144~146)


사회적 가뭄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뭄을 체감하기 이전에 기상학적 가뭄’, ‘농업적 가뭄’, ‘수문학적 가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도시에서의 안락한 생활에 가려진 안락하지 않은 생활의 단면을 떠올려본다. ‘()환경 시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된다.


사람이 하는 말과 지구의 지진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물질을 진동시켜 에너지를 전달하는
파동의 한 형태라는 점이다.
우리가 말을 할 때 몸에서 아주 복잡한 일이 벌어진다.
허파에서 기도로 공기를 내보낼 때 성대에 있는 근육이 공기의 양을 조절하는데,
이때 공기 분자들이 앞뒤로 일렁이며 사방으로 전진한다.
그러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귀로 들어가 고막을 흔들면
고막 안쪽에 있는 뼈들이 진동을 하고,
뇌가 그 진동을 분석해 상대방이 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해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리는 곧 진동이다.
지진파도 진동이다.
지진은 지구가 한 말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외국어를 알아들으려면 번역을 해야 하 듯
지구가 하는 말을 알아들으려면 지진파를 번역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주장을 얼마나 수용하고 있을까?
어쩌면 지구를 이해하기에 인간이 가진 그릇은
너무 작은지도 모르겠다. (170~173)


책에는 금속판을 부식시켜 만드는 에칭과 아크릴판을 긇긇긁어 만드는 드라이 포인트로 만든 오목판화 그림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이 그림은 글과 그림을 조합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은 작가의 작품이다. 과학적 지식, 그림, 철학적 사유, 그리고 그에 따른 현실적인 고뇌들이 담겨 있는 책 한권에 많은 독자들이 동반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