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머니멀>, 김현기 지음, 포르체, 2020


<휴머니멀>2020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휴머니멀을 옮긴 책이다. 제작을 맡은 김현기 PD기존의 자연 다큐멘터리가 자연그대로를 담고 있지 않아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로 기획했다고 한다. ‘휴머니멀을 통해 생명 감수성 공론화의 발화점이 되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직시하고 공존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큐멘터리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라고 착각한다.()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화면 속 야생이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간과 동물의 실제 관계가 거세된 생태계는
이미 리얼리티가 아니기 때문이다.(7~8)


<휴머니멀>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묻고 있다. 모진 학대에 시달리며 길들여져 관광객을 태우거나 서커스에 동원되는 아시아 코끼리, 약재로 장식용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산채로 얼굴을 도려 밀렵 당하는 아프리카 코끼리와 코뿔소, 동물의 머리를 박제하여 장식품을 만들기 위한 트로피 헌팅으로 희생된 아프리카 사자,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바다를 피로 물들이며 무참히 도륙당하고 포획되는 돌고래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에 의해 비극적으로 살해되는 동물을 보면서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출연한 배우들이 느꼈을 현장의 끔찍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생후 5개월만 되어도 어미로부터 분리시켜 길들이기 시작한다.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고문에 가깝다.
우선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어린 코끼리를
트레이닝 클래스라고 부르는 작은 나무 우리에 가둔 뒤
반항하지 못하도록 꼬리와 귀, 다리 등을 꽁꽁 묶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24시간 내내 때리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끔찍한 고통을 가한다.(
)
대부분은 살아남더라도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극한의 고통 앞에 현실을 부정하다가 결국에는
기억상실증이 오거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27)


바다에서 30년 넘게 살 수 있는 돌고래가 수족관이나 가두리에서는
고작 4~5us밖에 살지 못합니다.
돌고래로 돈을 버는 사람은 절대 이 숫자를 입에 올리지 않아요
이게 바로 1년에 20,000km를 헤엄치는
이 활동적인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둔 결과입니다.”(157)


동물의 종류와 크기는 달라도 이들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동일하다.
동물을 하나의생명이 아닌 유희의 도구로 대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전통이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점까지 말이다.(177)


또한 트로피 헌팅, 캐드 헌팅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이야기에서 캐드 헌팅을 기업으로 바꿔 읽으니, 성장자본주의, 기업자본주의가 부르짖는 경제적 낙수효과의 논리와 똑같았다. 사람이 살고자 기업이 있는 것인데, 기업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며 기업이 사회에 피해를 입혀도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와도 맞닿아 있었다.


저희가 캐드 헌팅으로 얻는 모든 것은 이 지역 마을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마을이 저희에게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니 우리도 그 보답을 하는 거죠.
사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이 하는 건 뭡니까?
죽어가는 이 지역의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요.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143~144)


동물보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에 처한
동물 일부의 생명을 팔자는 논리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아이들을 암시장에 팔자는 논리와 같다.(145~146)

<휴머니멀>은 인간의 잔인성만을 부각해 보여주지 않는다. 야생의 삶과 맞닿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보여주며,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묻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멧돼지가 먹을 것을 찾아 민가에 나타나 사살되었다는 기사를 접한다. 멧돼지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생기고, 때로는 인명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사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었다.


오늘을 살아내는 게 지상과제인 궁핍함 앞에
생태계’, ‘종 보존같은 명분은 사치에 불과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잘못된 만남.
결국은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하지만 이후 다른 한쪽도 곧 죽게 될 이 치킨 게임은 그래서 더 잔인하다.(251)


아프리카에서 가난으로 도시로부터 밀려나 야생의 사자와 맞닿아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사자는 보호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한다. 생존의 문제인 이들에게는 야생의 사자, 코끼리는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휴머니멀>을 읽기 전에는 생태계, 자연 보존을 위해서 동물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동물과 공존하지 못하는 안락한 도시의 삶을 사는 내가 야생의 공간에서 공포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사냥이 아닌 레저와 탐욕적 돈벌이를 위해 무참히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느꼈다, 더 이상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물들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20
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시작되었다.(
)
다섯 번의 대멸종마다 볼 때 당시의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는데,
지금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류이다.
이것이 규칙이라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269
)

코끼리의 삶에 대한 진실을 깨닫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인간과 코끼리의 실제 관계를 알고 나면
더 이상 동물원도, 서커스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는 볼 수 없다.(16)

코끼리를 보고 눈물은 누구나 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땀을 흘려줄 사람은 누구입니까?”(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