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은 가족 -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걸까?
류희주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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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 가족>, 류희주 지음, 생각정원, 2021


편견 없는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마다 편견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가졌다고 해서 편견이 좋은 것은 아니다. 편견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차별과 배제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인종, , 신체 능력, 학력, ,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편견에서 비롯되고, 무의식적 편견은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정신증, 신경증에 대한 편견도 무지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나 역시 잘 알지 못하지만, ‘심신 미약’,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에 의해 발생한 강력 범죄 등 조장된 두려움으로 기피하는 마음에 편견이 생긴 것 같다. 뉴스 외에는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서 알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접촉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비단 장애 뿐만 아니라 모든 편견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병명은 가족>을 통해 무지에서 비롯된 정신 장애에 대한 내 의식적, 무의식적 편견을 깰 수 있었다. <병명은 가족>은 현직 정신과전문의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퍼져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때로는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고,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족쇄가 되는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해 갖는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알코올의존증, 거식증, 망상장애와 치매, 지적장애, 조현병, 공황장애, 사회공포와 우울증, 신체증상장애 등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깊이 알지 못하는 정신질환의 증상과 원인, 치료법은 물론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도 전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의 고민도 담겨 있고, 환자와 일반인 사이에서의 고민도 담겨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정신과에 처음 들어와 많이 들은 말 가운데 하나가 환자가 사이코시스냐 뉴로시스냐 하는 것이었다. 우리말로 옮기면 사이코시스는 정신증, 뉴로시스는 신경증이다.()
<
최신정신의학> 6판에서 정신증은 이른바 미친상태를 의미한다고 쓰여 있다.()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역시 현실 검증력이다.()
조현병과 조울증을 앓는 경우는 대부분 전형적인 정신증의 형태이고, 강박장애, 공황장애를 앓는 경우는 대부분 신경증적 양상을 보인다.(90~91)


CAGE는 알코올의존을 점검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검사법이다.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Cut down),
술로 인해 주위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는지(Annooyed),
술로 인해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Guilty),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해장술을 찾은 적이 있는지(Eye-openner)를 체크하면 된다. 해당 문항이 두 개 이상일 경우 알코올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45~46)


마약, 향정이라는 무서운 범주에 속하면서 이렇게 대중적인 약물은 벤조디아제핀. 확실히 벤조디아제핀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벤조디아제핀의 의존성이다. 벤조디아제핀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들마다 의존성의 종류는 다르지만 분명 의존성이 있다. 의존성이 있다는 말은 그림자처럼 금단 증상이 따른다는 뜻이다.(51)


라틴어에서 유래한 치매(dementia)라는 말은, 마음(mentia)을 잃는다(de)는 뜻인데 번역 과정에서 어리석다는 뜻으로 단순화되었다. 치매라는 한자가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
일본에서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2004년부터 치매를 공식 용어에서 추방했다고 한다. 치매라는 한자어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치매 환자들이 차별적 대우를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국민 공모를 통해 인지증을 치매를 대체하는 공식 용어로 선정했다.(174)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병, 우울증.()
우울과 불안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겸허하게도 만든다. 언젠가 한 번은 찾아올지도 모르는 반갑지 않은 손님. 우리의 약한 고리가 터질 때를 노리고 있는 영악한 감정(418~419)


특히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강력 범죄자라는 내 안의 편견이 뉴스로 접한 단편적인 사실과 조현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았다. 조현병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도파민 과다분비로 발생하고, 현실 검증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있으며, 인종, 국가, 지역과 관계 없이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1%라고 한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 동기도 일반 범죄의 동기와 비슷하게 무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반인의 무시로 인한 범행이 조현병 환자의 범행률보다 높다고 한다. 책을 통해 편견을 깨달은 것이니, 완전히 편견을 없앴다고 할 수 없지만,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편견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현병이 일어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간단히 말하면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게 분비되면 조현병의 원인이 된다.()
도파민은 원활한 운동 기능에 관여한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퇴화하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은 파킨슨병이다. 도파민 분비가 부족해지면서 파킨슨병이 생기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19)

정신질환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다시 말해 현실 검증력이 떨어진 상태를 정신질환이라고 한다면 그에 가장 적합한 질환은 조현병이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약 1퍼센트라고 알려져 있다. 특이한 사항은 조현병의 유병률은 지역에 상관없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이다.(230)


만성화가 진행되면 조현병 환자들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음성 증상, 환자는 조용한 편이지만 원만한 대인관계나 사회관계가 되지 않는다. 외부 사건이나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무관심하고 감정이 없는 무감정(Apathy)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무논리(Alogia, 자발적 언어 감소), 무의욕(Avolition, 동력이 소실되는 상태), 무쾌감(Anhedonia, 즐거움이 없는 상태, 감정의 진공상태)이 대표적인 증상이다.(242)

조현병 환자의 범행 동기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다른 범죄처럼 동기는 비슷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시.()
무시가 범죄의 동기가 된다고 해도 물론 일반인과 조현병 환자의 핵심 감정은 다르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의 범행 동기는 두려움이고, 일반 범죄자의 심리는 분노다.(305)


두려움 때문이든 분노 때문이든 사회 전반에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사실 그 자체가 조현병보다 더 공포다. 조현병 발현에 취약한 사람은 조현병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폭행을 저지를 수 있다.(306)


장애는 선천적 장애보다 사고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예고 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차별적 시선, 우리 사회가 가진 차별적 시선을 용인한다면 내가 장애가 생겼을 때, 그 차별적 시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에게 편리한 것 중에는 장애인에게 불편한 것이 많지만 장애인에게 편리한 것은 비장애인이게도 편리하다. 다름을 차별 받지 않고 다양성이 용인된 사회가 모두에게 좋은 사회임을 다시금 되새긴다.


실존주의의 선구자라 불리는 쇠렌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유한과 무한, 자유와 필연처럼 인간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단순화하면 이들은 불안을 심리 현상이 아닌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조건이라고 생각한 것이다.(347)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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