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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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대사는 내게 어려운 난제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가서기 어려웠고 이면의 진실들을 알게 될 때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역사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특히나 현대사는 각 사건과 사실들만 알아서는 정리가 어려웠다.


체계적인 책을 통해서 배우고 싶었는데 사진과 그림과 도표로 시선을 끄는 이 책이 초보자인 내게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비평을 읽는 독자로서 역사비평의 편집주간인 저자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현대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책임의식에 대한 단어가 머릿속에 떠다녔다.


나는 과연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현대사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은 자신의 뿌리를 알지 못한 채 순간에 일희일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주고 싶다.


 


돌이켜보면 학교 교육 때 배운 것도 그렇고 주변에서 들은 것도 한쪽에 치우친 것들이었다.


한국 현대사는 경제적인 발전에 집중되어 있었고 정치나 이념, 외교 등의 문제에는 숨겨져 있는 진실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한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언니, 오빠, 엄마, 아빠는 국가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광복 후 어느덧 70년이 다되어 간다.


짧은 시간 우리는 급성장했다. 경제 발전으로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나라가 되었고


민주화 투쟁으로 인해 어두웠던 독재사회로부터 빠져나와 이제는 민주사회의 기초를 어느정도 닦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다.


좌우이념과 분쟁의 갈등이 생각보다 깊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의 주장들을 쉽게 깔아뭉갠다는 사실을 말이다.


광복 이후 해방이 되었을 때도 좌우합작에 대한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민족이 분열되는 시련을 겪지 않았는가?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좌에도 우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입장에서 최대한 쓰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부모님 세대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인지


그때가 있어 우리가 지금 이렇게라도 살고 있는 거라는 말과 함께 지금의 사회악을 근절시키려면 그때처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고는 했다.


나는 그 말이 정말 싫었다. 왜 그때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말이다.


그래도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대한민국의 명암 중 암을 키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진보도 수구세력에 대해 맞서려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의 좋은 점은 정치를 중심으로 하지만 경제, 여성, 예술, 문학, 교육, 대중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어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운 것은 해방 후부터 전쟁 발발 이전까지의 갈등의 역사와


(특히 수많은 정당들이 만들어졌고 없어지고 연합하는 과정들. 외국의 개입 등)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향한 강한 열망이 낳은 피해들을 알게 된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것은 짧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이승만에 대한 지식은 부족했는데 많은 것을 얻어가게 된 것 같다.


특히 사사오입 개헌과 4.19 혁명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과거와 무조건적인 결별이 아니라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올바른 것은 계속 이어가는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저자가 앞으로도 계속 현대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으면 한다.


나도 관심을 놓치지 않고 개입하고 따져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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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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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 가면서 든 생각은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을 이제야 읽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그래도 고인의 마지막 유작인 이 작품을 이제라도 읽게 되었으니 이번 기회가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친절한 복희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중년을 훌쩍 넘긴 노년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각 단편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그 즈음의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고  노년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노년의 이야기라 해도 우리가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일상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유독 우리 사회에서 노년에게 제약을 주는 것들이 많지 않나 싶다. 노인을 공경하자 라고 말하지만 실상 우리는 그 반대로 귀찮고 버거운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이 책에서도 욕망, 돈, 가족 등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다만 이를 무겁지 않고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 해도 뒷맛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9개의 단편들 중 기억에 남는 단편은 《후남아, 밥 먹어라》와 《그래도 해피엔드》였다.   

<후남아, 밥먹어라>는 집안의 가난으로 결혼 후 이민을 간 셋째딸이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아오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치매에 걸려 가족들도 못 알아본다던 엄마가 걱정스러워  달려온 주인공과 보고 싶어하던 셋째딸을 만나 잠시나마 기억을 되찾은 엄마를 보면서 핏줄이라는 게 이렇게 끈끈하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엄마가 지은 밥 냄새를 맡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동화되어 나도 울컥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어 더 감동적이었다.


《그래도 해피엔드》는 서울 외곽에서 사는 주인공이 서울에 동창 모임이 있어 올라오게 되면서 겪는 일화를 담고 있는데 짧지만 임팩트가 있었다. 

길치이자 방향치인 나는 늘 길을 헤매이기 일쑤다. 서울 근교권에 살지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거꾸로 가는 방향의 지하철을 타게 되고 지도를 보아도 어디가 어디인지 방향을 감지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여 약속 시간에 늦을 까봐 평소 길을 아주 일찍 나서는 등 철저히 준비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고 동정이 갔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모임 장소에 도착한 이후의 친구들과의 대화도 왠지 상상이 되어 피식 웃음이 났다.

그녀가 돌아가는 길도 무사하길 건투를 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찜찜하게 만들었던 단편이 있었다면 《촛불 밝힌 식탁》과 《친절한 복희씨》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촛불 밝힌 식탁》은 교장직에서 퇴임한 노부부가 자식 집 근처에 집을 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가슴도 서늘하게 만들었다. 나의 노년도 자식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무서웠다. 그리고 나도 부모님께 무심코 이런 행동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게 했다. 슬프고 괴로웠다.


《친절한 복희씨》는 시골에서 상경한 주인공이 가게 주인의 후처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발 친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복희씨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왜 그렇게 살까 답답한 마음이 일었지만 그녀가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거동이 불편해진 가게 노인을 향해 제대로 반기를 드는 늬앙스를 풍겨서 그나마 마음이 풀렸다. 나는 여성의 권위에 있어서 상당히 민감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소설의 문장력과 묘사력은 닮고 싶을 만큼 탁월했다. 나는 언제 한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과 묘사하는 능력은 소설에서 내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소설 속에서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이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되는 특성을 가졌으니까.


노년의 일상의 모습은 이토록 다양했다. 우리들이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그들도 하루를 평범하게 때로는  특별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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