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우리는 사물들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아니다. 단지 뇌에 주어진 정보에 대한 뇌의 ‘해석‘이 바로 우리의 관념들인것이다. ‘정신‘이란 이 관념들의 총체에 다름 아니다. ‘표상주의‘란 이 과정전체를 표상의 과정으로 보고, 그것을 (분자생물학의 용어를 쓴다면) ‘센트럴도그마‘로 채택한 이론을 가리킨다.
베르그송은 우주와 (뇌를 포함한) 우리의 신체는 연속적이며 그 전체가 물질(‘이미지들의 총체‘)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객체/객관과 주체/주관을 맞세우는 근대 인식론의 구도와 다르다. - P497

어포던스란 환경이 동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환경이 동물들의 행동.
과 관련해 드러내는, 어떤 면에서는 동물들에게 강제하는 특성이 어포던스이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깁슨에게 의미와 가치란 (인간을 포함해) 동물들이 환경에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의미와 가치는 환경 자체에 내재해있고, 오히려 환경이 그것들을 동물들에게 현시한다. "환경은 동물이 행할수 있는 것을 제약한다. 생태학에서 말하는 적소(‘니치)가 이러한 사실을반영한다." (EA, 135) 어포던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절벽은 동물들로 하여금 죽지 않기 위해 그 앞에서 멈추게 만든다. 물은 동물들을 빠지게 만들지만, 소금쟁이 같은 동물은 그 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해준다.33) 불은인간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지만, 다른 동물들은 두려워 피하게 만든다. 이렇게 어포던스란 환경의 어떤 성격이 동물들로 하여금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P521

유물론적 환원주의에 따르면 우리 마음의 상태는 곧 뇌 상태와 별개의것이 아니며, 양자는 동일한 것일 뿐이다. 열역학에서의 ‘열‘은 통계역학에서의 ‘분자들의 평균 운동에너지‘일 뿐이다. 어떤 물질이 ‘불에 탐‘은 그것의 ‘산소와 결합함‘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의식의 상태 C는 뇌의 상태 b의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환원주의의 실제 내용은 C와 b가 상응한다는 것 - P527

일 뿐이다. 우리는 C 과 b, 이, C2와 b2가, ... 상응한다는 것을 말할 수 있을 뿐, 전자의 차원을 후자의 차원으로 환원할 수 있을지, 다시 말해 후자로부터 전자를 연역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신적 차원과 물질적 차원은 전혀 다른 언어/존재론으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 P528

무지개는 물리적으로는 파동방정식으로 설명되고, 그것의 지각에 대해서는 뇌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무지개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경험들과 담론들에서의 차이는 접어둔다 해도, 그것에 대한 각 사람의 경험들은 모두 다르다. 이 경험들(심리적 내용들)은 어떤 일반적 법칙성으로도 환원될 수 없다. 뇌에 대한 일반성은, 나아가 다른여러 과학이 동원된 어떤 일반성도 이런 독특성들을 포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비환원적 유물론은 마음을 하나의 실체로서 인정하지는 않지만,
마음이라는 차원, 속성은 별개의 속성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 심리철학은
‘속성 이원론‘이라고도 불린다. - P529

기능주의적 사유는 존재자들을 모두 지표화하고 그 지표들을 계산해서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지표들은 지표들일 뿐이다. 앞에서(1장, 1절, 82) 예를 들었듯이,
연결망 이론에서 노드 A가 노드 B와 링크되어 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환자의 고통은 수치화될 수 있는 것일까? 빅 데이터를 분석하면 과연 해당사태가 구체적으로 이해되는 것일까? 기능주의는 몸으로부터 분리된 정신이라는 데카르트 이원론의 그림자 안에 들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아이스만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데이터 분석만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군데를 발로 뛰면서 말하자면 현상학적 관찰을세심하게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미나레트 구축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 - P534

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도제들은 이론을 먼저 배우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밑바닥 작업부터 철저하게 몸으로(관찰과 흉내 내기만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인식‘이란 지표들의추상적인 연산을 통해서만은 얻을 수 없는 것이며, 세계 - 내에서 몸을 통해이루어지는 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성립하는 것이다. ‘체화된(embodied)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 P535

체화된 인지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체화된 마음의 심리철학은 용어가 시사하듯이 마음을 몸에서 추상된 어떤 것으로서가 아니라 몸에 구현되어 있는, 따라서 세계와 맞물려 있는 존재로서 사유하고자 한다. 이 입장을 취할경우 뇌 안에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뇌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마음은 어떤 실체나 부수물로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체성으로서, 그러나 몸에 구현되어 활동하는 주체성으로서 이해된다. 억지로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마음은 몸과 세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주체적 활동들에 내재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능주의에서 벗어난)퍼트넘은 "의미는 머릿속에 있지 않다"라고 말한다. -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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