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장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표현주의는 각각 내재성의 철학과 제작적 세계관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공히 형이상학적 표현주의이다. 두 경우 모두표현의 궁극적 시발점-귀결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존재론을 특징짓는 핵심은 모든 속성들이 불연속적이라는 것, 그럼에도 모든 속성들은 신을 동시에 표현한다는 점에 있다. 아울러 속성과 양태들 사이의존재론적 차이 또한 중요하다. 라이프니츠의 경우 모든 모나드가 상호 표현하는 장대한 울림, 일원성에 핵심이 있고, 그 전체를 근거 짓는 초월적 신에 특징이 있다. 스피노자의 경우 신의 일원성이 체계 전체를 받치고 있지만, 속성들의 불연속성은 오히려 다원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두 측면을 화해시키기 위해서는 동시적 표현이라는 존재론적 가설이 필수적으로 요청되었다. 반대로 라이프니츠의 경우 오히려 신이라는 존재를 접어둔다면 상호 표현되는 모나드들의 거대한 일원성의 세계를 보여준다. 스피노자에게서는 질들이 여러 부류로서 분리되어 있다면, 라이프니츠의 경우 모든 질들이 상호 표현되면서 다만 모나드들의 개체성에 의해 분절되어 있을 뿐이다. 양자에게서 일원성과 다원성, 내재성과 초월성은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 P289

기일원론은 동북아 전통 특히 성리학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한편 여러측면에서 근대적이기도 한 사유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유 갈래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양 전통이 극복하고자 한 상대가 서로 상반되는 형이상학이었다는 점이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가 극복하고자 한 것은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형이상학이었다. 대조적으로 왕부지 등 기 일원론자들이 극복하고자 한 것은 오히려 리기 이원론이었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가 표백한 세계에 다시금 형이상학의 생기를 부활시키고자 했다. 반면에기 일원론자들은 리기 이원론에서 형이상학적인 리를 제거하고자 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긴 논의를 필요로 하겠지만, ‘생명‘이라는차원에 대한 관심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가 데카르트가 제거한 생명의 차원을 복원하고자 했다면, 기 일원론자들은 생명으로서의 기를 틀짓던 리라는 격자를 벗겨내고자 한 것이다. - P290

형이상학적 표현주의와 환원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환원주의는 존재의 어떤 특정 면을 실재로 상정하며, 다른 면들을 모두 이 면으로 환원한다. 따라서 다른 면들은 비실재이며, 이 특정 면의 가상들, 효과들에 불과하다. 반면 표현주의는 각 존재면들이 모두 각각의 실재성을 띤다. 그리고 그 면들은 서로 간에 표현의 관계를 맺는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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