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
정현웅: 삽화가만이 아닌 북디자이너로서
청오 차상찬: 개벽 발행인, 춘천 출신 언론인. 시인이자 수필가. 문화 기획자 …

문화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없는 듯 있고 또 있으면서도 없는 듯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과는 달리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열악한 문화적 인식과 인프라가 미비한 문화예술계에서도 변방이었던 판화나 드로잉 장르는, 활동은 있었으되 공기처럼 잘 포착이 되지 않는 분야였다. - P50

1930년대 당시 한국은 목판화가 매우 드문 시기였다. 조선 후기까지서책의 삽화로 쓰였던 전래적 인쇄방식이 퇴조하고, 활판. 석판. 마스터•옵셀 등 서양식 인쇄 기계와 기술이 도입되면서 목판 삽화는 거의 사라졌고, 또 현대미술로서의 창작판화도 경성에 거주하는 일본인 작가들을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었다. 목판화가 미술로 제대로 조망을 받지 못한 시절에 이미 오장환은 선배의 개성적인 판화작품을 자기 시집의 삽화로 초대하면서, 시뿐만 아니라 책의 장정과 북 디자인도 주목받게 만들었다. 이런 새로운 장정의 시도는 일견 겉멋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화려한 치장을 배제하고 검소하고도 담백한 수공적 미감으로 속물성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오장환의 시적 재능과 함께 심미성과 감성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 P44

장정은 책의 겉장이나 면지, 도안, 색채, 싸개 따위의 겉모양을 꾸밈,
또는 그런 꾸밈새를 말한다. 장정이란 말이 문헌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조선조문종 즉위년인 1450년의 일이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 장정이란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잡지에서는 1914년 『청춘 창간호부터이고, 단행본에서는 1922년 희곡집 『荒野에서부터이다. 그후 우리나라에 북디자인의 개념이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1970년대 말경부터 ‘북디자인‘이란 용어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여 현재는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 P60

정현웅의 작품을 분석한 결과 그는 시대와 대중이 요구하는 상업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동시대 인쇄출판 경향에 관한 연구와 유럽에서 유입된 해외의 예술 동향에 대해서도 인지하여 표지와 내지에 반영하고자 했다.
러한 그의 업적은 식민지하 검열과 통제의 억압 속에서 꾸준히 한국인들이 - P81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각 이미지를 제작하여 출판미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북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만들어 나가며 오늘날 한국 디자인사의한 부분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인쇄출판 매체와 대중들 사이에서소통을 위한 중요한 시각적 도구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기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적 믿음으로 기능하며, 그를 당시 시각 문화 속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 P82

청오는 언어 천재이자 문화기획자였고 사회비평가요 지역전문가였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청오의 저작물을 계속 발굴하고 확정하고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형이어야 한다. 청오가 방정환과 함께 어린이 운동을 전개한 선구자이자 어린이들에게 먼저 다가간 진보적 어른임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청오가 펴낸 잡지 『제일선을 통해 춘천 출신 문인인 김유정(金裕)이처음 등단한 사실을 기억하는 이 또한 누구인가?
100여 년 전이지만, 국내 역사, 민속, 문학, 사회, 예술, 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청오가 세상을 향해 쏟아낸 다기한 글들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의 심장은 우리 시대에 깨어 있는 지성인과 같다. 다음에 나오게 될 제2, 제3의 현대문 선집이 더 궁금해진 이유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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