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일본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비준 이후 연합군 점령 통치로부터 벗어나면서 단일민족주의를 바탕으로 구 식민지 출신 이민자를 차별·배제하는 폐쇄적 이민자 정책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아시아 각국에서 일본 이주가 증가하기 시작,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그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 P284

일본으로의 여성 이민 중 결혼 이민을 제외하면 상당수는 ‘흥행(enter-tainment)‘ 자격으로 이주하는 경우다. 일본의 입국관리법 별표 해설에 따르면 ‘흥행‘이란 관람객을 모아 입장료를 받고 연극· 연예 · 연주·스포츠·•
영화 관람물 등을 개최하는 것을 말하며, 바. 카바레 · 클럽에 출연하는 - P286

가수 등의 활동도 포함된다.
흥행 자격의 외국인등록자 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증가해 1996년에 2만 103명을 기록했으며, 2000년대 들어 급증해 2004년에는 최고치인 6만4742명을 기록했다. 아시아 중에서도 필리핀과 태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차지한다. 흥행은 일본 남성의 아시아 섹스 관광이 비난받자 1980년대 초에 신설된 재류 자격으로, 단순 취로와 거주 목적의 이민은 받아들이지 않 - P287

는 엄격한 출입국관리법에서 전문 분야로 분류되면서도 쉽게 취득할 수있도록 규정되어, 일본 남성이 해외로 나가는 대신 아시아 여성을 일본으로 유인해온 것이다. - P288

1991년 9월에 일어난 시모다테(下) 사건은 인신매매 아시아 여성 이민자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 담론이형성되는 계기였다. 현지 브로커로부터 일본의 태국 레스토랑과 공장에서일하며 생활비가 들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받고 일본에 입국한 태국 여성 3명은 이바라키 현(縣) 시모다테의 일본인 부부가 경영하는 한 야간 업소에 인도되었는데, 도항 비용 350만 엔과 매월 가산되는 생활비를성매매로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 여성은 강제 성매매와감금·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신들을 관리하는 태국 여성, 속칭 ‘마마‘를 살해하고 도주하기에 이른다. 결국 그들은 강도살인죄로 기소되어 1994년 5 - P293

월 지법에서 징역 10년, 1995년 6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언도받았다.
이들 여성은 형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했다(下館事件夕3女性支3會, 1993). - P294

인신매매 여성 이민자에 대한 피해자 보호 담론이나 인권 담론은 인신매매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이민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가시화하고 이슈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로 일본 정부의 정책대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이민 여성의 자기 선택과 자발성에 기인한 자기 책임론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인신매매 문제의 개인화 - P297

를 우려하는 피해 담론이나 인권 담론은 인신매매와 관련된 일련의 형사사건에 대해 극한 상황에서의 우발적 정당방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일본 사법부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경우는 없었다. - P298

일본의 인신매매 대책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피해자 보호다. 인신매매방지와 처벌은 법적 근거에 따라 추진되지만 피해자 보호를 의무화한 법제는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호는 경찰과 관할 부서의 인신매매 피해자인지를 전제로 하며, 인지된 피해자가 원할 경우 일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국제이주기구의 귀국 지원 절차를 밟아 본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출입국관리법상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지된 경우에 한해 불법체류자일지라도 강제 퇴거를 면할수 있도록 일정 기간 특별 재류를 허가하는 조항을 두었다. 그러나 보호의 필수 요건으로서 피해자 인지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경찰과관할 부서의 재량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지 절차 자체가 매우 엄격해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지되는 건수가 많지 않다. 피해자로 인지되더라도 일본에 재류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없다. 피해자로 인지되면 합법적으로귀국할 수 있고, 인지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로 강제송환되어 귀국하는것이다(人身賣買禁止가 4,2009). - P306

또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에서 주체를 행정기관인 여성상담소로 한정하고 민간의 여성의 집이나 여성 단체와 인권 단체를 배제한 것도 문제로지적된다. 오랫동안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인권 보장을 주장해온시민단체의 경험이 인신매매 대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시행에서 성매매 여성의 일시 보호와 선도를 담당해온 여성상담소는 인신매매와 이민 여성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해접근하는 경향을 나타낸다(渡邊美穗, 2009). - P307

일본 사회에 외국인 이민자가 증가하고 이민자의 정주화가 진행되면서 일본이 강력한 체제 통합을 기조로 이민자를 치안 유지 목적의 관리대상, 노동력으로만 파악하던 데서 나아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생활자로 인식하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1990년대 중엽 다문화 공생 담론의 등장이다. 다문화 공생이란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주민이 상호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며 더불어 사는것이다(省, 2006). 이러한 일본의 다문화 공생 담론은 문화적 차이에대한 인정만 강조하고 이민자의 문화적 권리나 시민권에 대한 논의는 누락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 P298

1952년 제정 이래 50년간 유지되어온 외국인등록법이 2012년 7월에 폐지되었다. 이제 이민자도 세대별로 주민기본대장의 작성 대상이 되어 주민표의 기초 정보를 기반으로 국민건강보험, 개호보험, 국민연금 등사회보장 서비스와 기타 행정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總務省, 2013).
그러나 주민 간의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 공존을 지향한다는 다문화 공생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제 내국인과 이민자의 구별을 없애고 지역공동체의 주민으로서 이민자를 주류 정책에 통합시키겠다는 주민 통합에 이민자의 시민권 논의는 결여되어 있다. 이민자의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주민 통합의 대전제로서 대등한 관계 구축을 위한 시민권은 여전히 논외인 것이다. 따라서 재일 한국인은 4세대에 걸쳐 일본 사회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주민 통합을 표방하면서도 기타 이민자와 달리 재일 한국인에게 특별영주가드를 발급한다. 이러한 인종주의는 몰성적인 다문화 공생 정책하에서 성을 매개로 여성에게 더욱 억압적으로 작용해왔다. 일본이 생산해온 긍정적인 다문화 공생과 주민 통합이 가능하려면 인신매매 문제를 포함한 이민자 문제에 시민권과 여성의 인권을 근거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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