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1971년 제1차 세계로마니총회(World Romania Congress)에서채택된 용어다. 유럽 도처에서 로마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집시(Gypsy), 치고이너(Zigeuner), 징가리(Zingari) 등이 있으나 이 용어들은 부정적 또는 경멸적 의미를 내포하기에 국제로마협회는 그러한 용어들 대신 ‘로마‘라는 표현을 사용해줄 것을 요구했고,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로마‘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정의에 따르면 "로마는 유럽에서 스스로를 로마, 신티(Sinti), 마누쉐(Manouches), 칼레(Kale), 지탕(Gitans) 및 유랑민(Travellers), 그리고 돔(Dom)과 롬(Lom)을포함해 동유럽에 있는 집단들을 포함한 관련 친족 집단을 언급하는 용어" 다(Council of Europe, 2012: 4). 동시에 유럽평의회는 이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여러 다른 로마 집단의 다양성을 경시하거나 정형화된 틀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결코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 P254
서유럽에서 반로마 감정은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 가입과 더불어 동유럽에 거주하던 다수의 로마가 서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이른바 ‘집시의 침략‘이라는 선동적 용어와 함께 확산되었다. 서유럽 정부들은 ‘집시의 침략‘에 대해 종종 집단적 추방을 포함한 인종차별 정책을시행했다. - P256
유럽연합에서는 교차적 차별보다는 다층적 차별(multiple discrimination)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201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발의로 발전된 「국가로마통합전략 2012-2020 (National Roma Integration Strategies2012-2020)」의 틀 속에서 동유럽 각국은 교육, 건강 의료, 고용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서 로마 여성이 로마 남성보다 불리한 상황에있음을 인지하며, 로마 여성이 다층적 차별을 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 P262
로마 여성의 경우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 빈곤이라는 삼중의 주변화의교차로에서 중층적 상호작용의 차별을 받고 있다. 그러나 로마 여성의 그러한 교차적 차별은 반인종주의와 반성차별주의라는 각각 분리된 운동 속 - P262
에서 오히려 비가시적으로 되었고, 그로 인해 로마 여성을 위한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동유럽의 로마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교차로를 보면, 한편으로 그들은 로마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주국 내 자신을 대변해줄 기관이 거의 없으며 인종주의적 적대감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UNDPI, 2001).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로마 공동체 내에서 소수자의 지위 때문에, 가족 내에서는 젠더에 근거해 주변화되고 있다. - P263
로마 공동체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공동체에 대한 강한 연대감과 함께 가까운 친족 집단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가부장적 구조의 대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 P263
로마와 관련해 중요한 점은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자의적 기준에 따른 차별적 처우를 종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연합 전체에 적용되는 법적 기준을 도입해 인종차별 추방에 관한 법률의 범위와 내용을 둘러싼 세부 사항을 제시하는 「지침(Directive) 2000/43/EC」이다(European Commission, 2004: 11). 2005년부터 유럽 12개국(알바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스페인)정부는 ‘로마 포용 10개년‘(2005~2015)의 일환으로 교육·건강·주거·고용영역에서 로마와 비(非)로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행동계획을 약속했다(Kócze, 2009:45). - P269
유럽의회의 ‘여성 권리·젠더 평등위원회‘가 2013년에 발간한 「국가로마포용전략의 유럽 프레임워크에 대한 젠더 관련 보고서(Report on GenderAspects of the European Framework of National Roma Inclusion Strategies)]는 지금까지 써온 ‘심각한(compound) 차별‘이라는 용어 대신 ‘교차적(inter-sectional) 차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European Parliament, 2013). 이 보고서는 로마 여성이 젠더와 인종 때문에 로마 남성이나 주류 여성보다 더욱 심각하게 다층적이고 교차적인 차별에 직면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로마 여성의 권리를 수호하고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로마 여성의 통합을이룩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 단체들, 로마 시민단체들 및 관계자들을 통로마 여성을 국가로마통합전략(National Roma Integration Strategies:NRIS)」에 참여시키도록 각 회원국 정부와 지자체에 호소했으며, 나아가 - P271
로마의 가부장적인 성차별주의적 전통에 대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P272
문화적 자율성을 보존한다는 다문화주의의 미명 아래 로마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기본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관행이 자행되도록 묵인하면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근거로 로마 문화를 모두 야만적인 것으로치부하고 비판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실로 각 인간 공동체의 문화는 바깥의사람에게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내적으로는 나름의 합리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마 공동체 문화에서 임신은 다른 사람을오염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임신부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할 수없고, 남편과 같은 침대를 사용할 수도 없다. 신생아는 오염된 장소인 산도를 통해 나왔기에 출생 후 6주 동안은 불결한 것으로 여겨져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다. 로마의 이러한 전통적 사고는 사실상 임신한 여성을가사노동과 성생활에서 일정 정도 격리해 임신부의 건강을 보호하고, 신생아를 외부의 오염과 병균으로부터 격리하려는 조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간에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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