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애국주의와 인종주의

‘자연적‘인 모든 것에는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무엇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민족됨은 피부색과 성별, 부모, 태어난 시대 등 사람의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저 모든 것들에 동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 P216

‘자연적 유대‘에서는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 공동사회)의 아름다움‘이라 부를 만한 것이 감지된다.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유대들은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바로 그 이유로 사심 없음의 후광을띤다.
접합된 권력 구조로서의 가족이라는 관념에 대한 많은 저술이 지난20년간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의 압도적인 대다수에게 그러한 개념은 분명히 낯설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가족은 사심 없는 사랑과 결속의 영역으로 사고되어 왔다. 어느 계급 출신이든 보통 사람들 대부분에게 민족의 골자는그것이 이익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바로 그 이유로 민족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20세기의 대전쟁들이 범상치 않은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죽임을 행하도록 허용한 전례 없는 규모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내놓도록 설득된 이들의 어마어마한 수에 있다. 죽음을 당한이들의 수가 죽임을 행한 이들의 수를 엄청나게 상회한다는 점은 분명하지 않은가? 궁극적 희생이라는 관념은 숙명을 통해, 오로지 순수성이라는 관념과 더불어 온다. - P217

역사적 숙명으로, 그리고 언어를 통해 상상된 공동체로 보이는 민족은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닫혀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나타낸다. - P219

모든 언어가 습득 가능한 것이라면, 그 습득은 한 사람의 삶에서 실제적 몫을 요구한다. 각각의 새로운 정복은 줄어드는 나날들에 기대어 측정된다. 다른 언어들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언어들의 - P223

침투 불가능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죽을 운명이다. 그리하여 모든 언어들은 일정한 프라이버시를 갖게 된다. - P224

식민지 인종주의는 왕조적 정당성과 민족적 공동체를 용접하고자 시도했던 ‘제국‘(Empire)이라는 관념의 주요 성분이었다. 그러한 시도는 선천적으로 유전되는 우월성의 원리를 일반화함으로써 이루어졌으며, 그 국내적 지위는 해외 영토의 광대함에 (얼마나 불안정하든)기반을 두고 있었다.

식민지마다 목격되는 것은 드넓은 저택과 미모사와 부겐빌레아가 가득 피어난 정원, 급사들과 남자 하인들, 정원사들, 요리사들, 유모들, 하녀들세탁부들, 그리고 무엇보다 말들이라는 조연급의 대부대를 배경에 거느리고 시를 읊는 부르주아 귀족(bourgeois gentilhomme)"이라는, 으스스하게 우스운 활인화(tableau vivant)였다. 젊은 총각이라든가 하는 이런 식으로 살림을 꾸리지 않았던 이들조차 농민 반란 전야의 프랑스 귀족에 맞먹는 화려하게 의심스러운 지위를 누렸다. - P227

늘 다정한 상상이라는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애국심 (amor patriae)은 다른 애착의 감정들과 다르지 않다. (모르는 사람의 결혼 사진첩을 감상하는 것이 고고학자가 그린 바빌론 공중정원의 평면도를 공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유이다.) 사랑하는자의 눈, 그가 갖고 태어난 그 특정하고 평범한 눈은 애국자에게는 언어, 어떤 언어든 역사가 그의 모어로 만든 언어에 해당한다. 어머니의무릎에서 마주친 후 무덤에 가서야 헤어질 그 언어를 통해 과거가 복원되고, 동포애가 상상되며, 미래가 꿈꾸어지는 것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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