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국은 이민정책으로 ‘문화적 동화(cultural as-Similation)‘ 정책을 실시해 이민자들을 영국의 주류 문화로 흡수하고, 다인 - P205
종·다문화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동화만을 고집해온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통합 대상의 규모가 적정선을 넘어서면 동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하에 실용주의 노선을 취했다(Weil and Crowley, 1994:117).
1960년대 중반부터는 다문화주의 통합 정책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1966년 노동당 정부의 내무장관 로이 젱킨스(Roy Jenkins)는 "통합이란 동화라는 획일적 균등화의 과정이 아니라 상호 관용의 분위기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수반되는 동등한 기회"라고 정의함으로써 영국 이민자 통합의 방향을 제시했다(Jenkins, 1967: 267). - P206
영국 사회 무슬림 집단의 가장 큰 불만은 인종차별을 다루는 인종관계법이 그들의 차별 문제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의 이민자 집단은 다양한 문화 · 종교 · 만족. 인종에 기초하고 있음에도 인종관계법은 피부색에 따른 인종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피부색을 문제 삼아 흑인을 차별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지만, 종교적 이유로 무슬림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정희라, 2007: 19). 게다가 무슬림과 같이 종교적 성향으로 구분되는 이민자 집단들은 인종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반면, 시크교도와 유대인은 인종으로 구분되었다. 그 결과 유대인 남성의 모자와 시크교도의 터번은 종교적 상징이 아니라 인종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인정된 반면, 이슬람 여성의 베일은 순수하게 종교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염운옥, 2010: 16; Abbas, 2005:52). - P211
1990년대 말, 수전 몰러 오킨(Susan Moller Okin)은 소수 이민자 집단의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다문화주의 정책이 집단 내부의 차이를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여성의 권리와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Okin, 1999).
레티 볼프(Leti Volpp)는 페미니즘과 다문화주의를 대립항으로 파악하 - P213
면 소수집단의 여성을 해당 문화의 ‘희생자‘로만 보게 될 뿐 ‘행위 주체‘로서 여성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페미니즘과 다문화주의는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고 양자 간 건설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Volpp, 2001). 서구 대 비서구, 현대 대 전통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조 속에서 제3세계의 소수 문화가 여성 억압적이며 열등하다는 시각이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간 갈등을 강화한다는 주장도 있다. - P214
실제로 여성 억압적 관행들은 주류 문화와 갈등하는 소수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에 의한 ‘젠더폭력‘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다문화주의의 위기 속에 젠더 이슈가 소수 문화와 종교에 대한 비판의 형태로 제기되면서 여성의 인권이 그에 대한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성억압적 젠더 이슈들이 소수 문화의 본질적 특징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 젠더적 불평등이 교차 · 중첩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써 주류 문화와 마찬가지로 소수 문화도 내적 다양성과 변화가능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 P215
단순히 소수집단의 수적 증가만으로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지는 않는다. 스트로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니캅 발언에서 볼 수있듯이, 이러한 갈등들은 문화적 차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집단에 의해 비로소 사회문제화되는데, 특히 경기후퇴기에 이들의 선동은 사회적소수를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키고, 모든 비난을 쏟아부을 희생양으로 이주민을 선택해 공격하도록 유도한다(김남국, 2009: 286). - P220
영국에서 베일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할 것인지 여부는 핵심 사안이 아닐 수있다. 오히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베일 논쟁이 그동안 영국이 공식적으로 표방해온 다문화주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즉, 베일 논쟁이 순수한 젠더 이슈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통합 정책으로의 여론 조성이라는 다문화 이슈의 방패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 P223
여성은 직접 히잡 착용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그 선택이 교육권과 같은 다른 권리를 실행하는 데 어떤 영향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점, 즉 머리카락을 가리는 것은 문화적·종교적 자유이고, 이러한 자유에 사회가 어떤차별이나 위협을 가하면 안 된다는 젠더 평등(여성의 인권·평등)이 전제될때 젠더 이슈는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다문화주의와 비로소 동등한공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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