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인종주의‘는 초기 생물학적 인종주의를 대체한 개념으로서 유럽중심의 백인 우월주의를 피부색이 아닌 문화적 차이로 설명한다. 이 용어는 1967년에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이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실제 그개념이 확장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마틴 바커(Martin Barker)에 의해서라고 전해진다(Barker, 1981). 1970~1980년대 영국적 맥락에서 그는 문화적 차이가 적대적 인간관계를 만들어낸다고 보았고, 따라서 문화적 차이때문에 민족국가가 폐쇄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적 인종주의가 하나로 경계 지어진 문화 단일체로서의 민족 건설이라는 개념에 토대를 둔다고 보았다. - P164
이슬람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여성의 베일 착용은 이슬람을 지킨다는 종교적 의미, 무슬림 공동체에 속한다는 정치적 의미, 가족의 요구를 수렴한다는 사회적 의미, 성적으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윤리적 의미가 있다(황병하, 2010: 61). 그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한 바처럼 서구 식민 경험이 있는국가에서는 베일 착용이 종교적 정체성 구현의 상징이자 저항의 도구로사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서구 이민 국가에서 무슬림 여성 이민자의 베일 착용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영국의 무슬림 베일 논쟁을 연구한 염운옥(2010: 23)은 영국 내 무슬림여성 이민자가 안전, 종교적 경건함, 정숙의 표시, 패션 등 다양한 이유로베일을 착용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최근 영국 사회에 이슬람 혐오 정서가높아지면서 무슬림 여성이 무슬림 공동체적 정체성에 귀속해 안정감과 안전을 얻으려는 동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P169
호주에서 정교분리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기독교를 믿는 대다수 백인 호주인의 일상생활에는 기독교 문화나 관행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려 있다. 아울러 호주 정부나 정치인들도 예나 지금이나 ‘유대-기독교(Judaeo-Christianity)‘적 전통이 호주 사회의 핵심 가치 또는 핵심 문화라는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 P171
호주에서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은 종교적 의미, 무슬림공동체에 속한다는 정치적 의미, 가족의 요구를 수렴한다는 사회적 의미, 성적으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윤리적 의미 등 다양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있다. 이는 호주 무슬림 인구의 이민 시기, 이민국의 종교와 문화적 특성, 이민 배경, 호주 사회 내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양한 만큼 베일 착용의의미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알려준다. 하지만 베일 착용을 두고여성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무슬림 공동체의 종교적·사회적압박에 의한 자발적 강제라는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이렇듯 베일에 대한호주 주류 공동체의 부정적 시각은 베일을 착용한 무슬림 여성에 대한 인종적 타자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무슬림 여성의 안전과무슬림 정체성에 대한 위협이 호주 사회에서 확산되어간다고 볼 수 있다. - P190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 문제는 호주 사회 내 무슬림과 비무슬림 인구 간 갈등의 핵심에 놓여 있다. 베일을 둘러싼 논쟁에는 무슬림여성의 권리와 안전과 같은 페미니스트들의 언어가 등장하지만, 실제 두집단 모두 여성의 권리와 안전 향상에 귀결되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지는않다. 특히 베일 착용 금지와 호주성을 둘러싼 비무슬림 호주인들의 논의는 그들이 세속주의, 반인종주의, 젠더 평등 수호라는 기치 아래 오히려 호주 사회에 깊이 내재된 백인. 기독교 · 남성 중심적 가치를 더욱 확대·재생산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호주 사회에서 무슬림 남성이 비무슬림 여성에게 저지른 성폭력범죄와 공동체 간 인종 분쟁 사건, 부르카를 이용한 범죄 등은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인종적 타자화 현상과 함께 호주의 민족 정체성 유지·강화현상을 더욱 급속도로 진전시켰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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