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니즘 -로마 시대가 점차 진행되면서 철학은 양극으로 갈라졌다.
이 시대는 전통적인 공동체의 정체성이 무너지면서 ‘개인‘이라는 존재가 등장한 시대였다. 이 개인은 두 가지 상반된 방향으로 나타났다. 그하나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접고서 내면으로 또는 작은 ‘우리‘로 움츠러든 개인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에는 금기시되었던 초월적 권력의 화신을 추구한 개인이었다. 전자는 디오게네스와 에피쿠로스로 상징되는이 시대의 상당수 사상가들에게서 볼 수 있고, 후자는 알렉산드로스, 로마의 군벌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로마 황제라는 존재로서 구현되었다.
이에 따라 철학 역시 양극화된다. 한쪽에는 소집단에 안주하면서 심리적평정을 꾀했던 철학 학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거대 권력에 봉사하면서 통치 이데올로기를 제공했던 어용 철학자들-물론 현대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이지만 이 있다. 어느 형태가 되었든, 이는 그리스 민주정과 로마 공화정에서의 철학/철학자에 비한다면 전락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 P582
헬레니즘 - 로마 시대의 다른 철학들과는 달리 스토아철학은 수준 높-
은 논리학적 사유와 자연철학적 탐구를 보여주었고, 그 바탕 위에서 특히 윤리적 문제들에 천착했다. 이 점에서 그것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은 세 번째의 위대한 철학 체계였다. 나아가 그것은 특히 지중해세계의 운명을 결정한 로마라는 거대한 힘을 떠받쳐준 정신적 기둥이기도 했다. 전문적인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로마의 지도급 인사들의 상당수가 스토아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사에서 진정으로 군인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장교들도 대개 스토아주의자들이었다. 광폭했던 로마이지만 스토아철학이 그것을 굳게 받쳐주었던 것이다. 철학 자체로서는쇠락한 이후에도 그것은 지중해세계의 주요 가치로서 남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서구 사유의 한 성취로서 이해되고 있다. - P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