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재생산과 생산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이중적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지배의 자연적·문화적 필요성의 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을 실천하는 다른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즉, 이론의 범주 및 통제와 적대의 실천에 압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우리 자신의 삶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현재로서는 단편적인 가능성을 보다 분명히 보여 줄 수 있다. - P44
과학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과거의 규칙성과 진행과정을 알게 되면, 사건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과학은 (우리의 경험을 특정한 방식으로이론화하도록 훈련하는 활동이며 역사적으로 가변적인 데에 보태어) 세계 속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고 구성하며, 미래를 만드는 전략을 개발한다. - P46
밀러와 주커먼은 인간가족(이른바 지속적인 여성 수용성)의 생물학적 핵심에 해당하는특성이, 포유류가 번식을 위해 이루는 집단에서 모두 발견된다는의견을 피력했다. 단지 주커먼은 그로써 형성되는 영장류의 사회형태에 대한 분석으로 시야를 넓혀 나갔을 뿐이다. - P54
주커먼에게 사회 진화에서 중심적인 사건은 극단적인 계절성과 암컷의 지속적인 성적 ‘수용성‘에 토대를 둔 장기간의 유대(association)가 도입되는 사건이었다. 우선 발정기가 도입되었고, 그 뒤를 따라 생리주기가 도입되면서 성교에 몰두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월 주기가 계절 주기를 대체했고 사회적 혁명이 그 뒤를 따랐다. 동물들이 지속적인 유대에서 살아남으려면강력한 통제장치가 필요했다. 그에 따라 ‘하렘‘이 발전한 것이다. - P56
주커먼은 남성 경쟁은 자연스럽고 여성 성욕은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과학적 믿음을 의심하는 연구자까지도 따라야만 하는 질문 형식을 설정했다. 성욕을 지배에 묶어 두는 그의 관점은 1930년대의 생리학과 행동과학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였고 지배 상태를 개념보다는 속성 내지는 사실로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영장류학은 계속해서 지배 행동의 선택적 이득에 대해 줄곧 질문했고, 번식상의 이득과 지배라 일컬어지는 무엇 사이의 관계를, 검증하기보다는 가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1965년 셔우드 워시번의 학생 두 명이 논문 한 편을 발표해서연중 지속되는 암컷의 성욕을 영장류 사회의 기원으로 보는 그의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기 전까지 그의 이론은 확신 속에 지탱되었다. 잠복한 프로이트주의, 생화학적 메커니즘, 사회적 행동 연구를 혼합하는 주커먼의 방식은 장기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 P59
1974년 로웰은 사회구조를 이해할 때 지배의 개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론을 요약했다. 로웰에 따르면 두 가지 핵심 접근법이 있다. 첫째, 잠정적으로 지배로 간주되는 행동 전체를 학습된 반응으로 봄으로써 현대 동물심리학 이론이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둘째, 지배를 선택압에 종속된 특징이나 적응적복합체로 간주하게 만드는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 다시 말하면, 이른바 지배 행동은 번식 성공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 P62
스트레스 반응의 차이 배후에 있는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은 진화 과정에서 보존될 것이다. 체계 전반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역할의기능주의적 관념, 생화학적 호르몬 기능에 대한 유전적 개념, 그리고 지배 - 종속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법은 모두 스트레스라는중심 개념에서 수렴된다. - P64
생물학적 특성은 문명의 진보와 더불어젯거리가 되었다. 점점 빨라지는 기술적 진보 탓에 오적응이 되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옛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의 몸은, 언를 통한 새로운 기술의 문화적 전수 속도에 발을 맞추지 못했ㄷ그렇다면 이제 사회통제가 와해될 때, 병리적 파괴가 뒤따를이라고 예상해야만 한다. 여기서 햄버그와 워시번이 제공하는례는 나치 독일, 콩고, 알제리, 베트남의 사례다! 교훈은, 우리우리의 본성을 통제하려면 우선 그 본성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난점은, 영장류가 현대의 인간 집단을 이끈다는 사실이다. 영장류의 진화사는 생물학적·사회적 전수를 통해 위계ㄷ대한 강한 선호를 낳았다". 이 논리는 정보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과학 이전의 관습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로 발전해 나갔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진보된 세계에서 과학전의 관습에 따라 살아가는 공격적인 종은, 대인 갈등과 국제 전쟁을 통해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자유주의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정한 사회질서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이런 건 정치와 가치의 문제다) 모든진보된 사회를 위한 선결 조건을 수립하는 것, 즉 이제는 실효성이 없고 오적응적이며 시대에 뒤처진 생물학적 특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 P68
주커먼과 워시번의 수렵 논변을 추적해 온 독자의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로, 암컷 수용성은 암컷 선택이라는 다른 이름을 얻었고 그 유전적 결과 또한 컸다는 점이다. 둘째로, 송곳니의 축소라는 해부학적 현상은 다른 행동과 다른 기능이 가정될 때 재해석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 P79
각 설화의 목표는 인간 보편성과 문화의 기초로서간 본성을 그려 내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페미니즘에 유용한 인간 본성의 재구성은 사회주의페미니즘의 사유에서 가장 경멸당하는 두 이론에서 도출되었다. 기능주의와 사회생물학이로 그것이다. 이 두 분야는 불평등한 경제와 정치적 구조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한다고, 신체와 정체의 현재 관계를 재생산하는 것을 합리화한다고 비판받았다. 그러나 분명 로웰, 태너, 질먼이 보여 준 것처럼, 이 이론들은 다른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가변성과 복잡성, 변화의 능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바로 과학 내부로부터 생명사회적 논쟁에 진지하게참여할 수 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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