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성격>, <폭력비판을 위하여>

그 어떤 외부세계라는 개념도 활동하는 사람의 개념이 갖는 경계를 그어 정의될 수 없다. 활동하는 사람과 외부세계 사이에는 오히려 모든 것이 상호작용이고, 그 둘의 활동영역은 서로 넘나든다. 그것들에 대한 관념은 서로 상이할 수 있지만, 그것들의 개념은 분리할 수 없다. 한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궁극적으로 성격의 기능으로 통용되고, 무엇이 운명의 기능으로 통용되어야하는지 어느 경우에도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언급은 이를테면 그 둘이 경험에서만 서로 넘나든다면 여기서 아무것도 의미하지 - P67

않을 것이다), 행동하는 인간이 대면하는 외부는 얼마든지 그의 내부로, 또 그의 내부는 얼마든지 그의 외부로 원칙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원칙적으로 그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성격과 운명은 이렇게 볼 때 이론적으로 구분되기는커녕 서로 합치한다. - P68

관상학적 기호들은 여타의 점술적 기호들과 마찬가지로 고대인들에게는 주로 운명을 해명하는 데 쓰였으며, 이것은 죄에 관한 이교적신앙이 지배한 데 따른 것이다. 희극과 같은 관상학은 창조적 정신의새 시대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 관상학이 예전의 예언과 갖는 연관을 현대의 관상학은 복잡한 분석을 지향하는 노력 속에서나 그것이사용하는 개념들의 비생산적인 도덕적 가치평가 속에서 여전히 보여준다. 바로 이 점에서 고대와 중세의 관상학자들이 더 옳게 보았는데, 그들은 성격이, 이를테면 기질론(氣質論)이 포착하려고 했던 것처럼, 단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소수의 기본 개념들로만 파악될 수 있다는점을 인식했다. - P76

폭력을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보는 이러한 자연법론의 명제에정면으로 맞서 등장한 것이 실정법적 명제로서 이들은 폭력을 역사적으로 생성된 결과로 본다. 자연법론이 모든 현존하는 법을 그것의 목적에 대한 비판을 통해 판단할 수 있을 뿐이라면, 실정법(법실증주의]은 모든 생성하는 법을 오로지 그것의 수단에 대한 비판을 통해 판단한다. 정의가 목적들의 기준이라면 적법성이 수단들의 기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두 학파는 공통된 기본 도그마에서수렴하는데, 즉 정당한(gerecht) 목적들은 정당화된berechtigt) 수단들을 통해 달성할 수 있고, 정당화된 수단들은 정당한 목적에 사용될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 P82

자연적 목적을 위한 모든폭력의 원초적이고 원상(原像)적인 폭력이라 할 이 전쟁의 폭력에 따라 추론해도 된다면 모든 그와 같은 폭력에는 어떤 법정립적(rechtsetzend, 법제정적) 성격이 내재해 있다. 이러한 인식이 갖는 의미는 나중에 다시 논의할 것이다. 이 인식은 현대법이 갖는 앞서 언급한경향, 즉 단지 자연적 목적에 정향한 폭력까지 포함하여 모든 폭력을 적어도 법적 주체로서의 개인에게서 빼앗으려는 경향을 설명해준다. 대범죄자의 경우 이러한 폭력이 새로운 법을 정립하겠다고 위협하며 법에맞서는데, 민중은 그러한 위협이 무력함을 알면서도 중요한 경우에는오늘날에도 여전히 태곳적과 마찬가지로 그 위협 앞에서 공포에 떤다.
그러나 국가는 이러한 폭력을 전적으로 법정립적인 것으로서 두려워하는데, 이는 외부의 힘들이 국가에게 전쟁권을 인정하도록 강요하고계급들이 자신들에게 파업권을 인정하도록 강요할 때 국가가 그러한폭력을 법정립적인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데서 엿볼 수 있다. - P90

군국주의는 폭력을 국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보편적으로 사용하게끔 만드는 강박이다. 이와 같은 폭력 사용에의강박은 폭력 사용자체와 마찬가지로 또는 그보다 더 강하게 비판받았다. 그 강박 속에 폭력은 자연적 목적을 위해 단순히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에 볼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능이 드러난다. 그 강박은폭력을 법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있다. 왜냐하면 시민들을 법률 아래에 이 경우 국민개병에 관한 법률 아래에 예속시키는 일은 법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고찰한 폭력의 기능이 법정립적 기능이라면 이 두 번째 기능은 법보존적(rechtserhaltend) 기능이라 부를 수 있다. - P91

한결같이 폭력일 뿐인 모든 종류의 적법하거나 불법적인 수단들에 대해서는 - P98

순수한 수단으로서 비폭력적 수단들을 맞세울 수 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예의, 애정, 평화에 대한 사랑, 신뢰, 그리고 그 밖에 여기서거론될 수 있는 것이 그러한 수단의 주관적 조건이다. - P99

법 정립은 물론 법으로서 투입되는것을 그것의 목적으로 삼아 수단으로서의 폭력을 가지고 추구하긴 하지만, 목적한 것을 법으로서 투입하는 순간 폭력을 [소임을 다했으니]물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엄격한 의미에서, 그것도직접적으로 법정립적인 폭력으로 만든다. 이러한 일은 그 법 정립이폭력이 없는 독립된 어떤 목적이 아니라 그 폭력에 필연적이면서 내밀하게 연계된 목적을 법으로서 권력의 이름으로 투입하면서 일어난다. 법 정립은 권력의 설정이며 그 점에서 폭력을 직접 발현하는 행위이다. 정의는 모든 신적인 목적 설정의 원리이고, 권력은 모든 신화적 법 정립의 원리이다. - P108

폭력에 대한 비판은 폭력의 역사에 대한 철학이다. 역사의 ‘철학’인 이유는 그 역사의 종결이라는 이념만이 그 역사의 시대적 자료들을 비판하고 구분하며 결정하는 입장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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